평균 탄소 감축 37.5%인데 정부는 40% '과속' 못박았다
탄소 중립 시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2050년 순수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과 같거나 적어 순배출이 0인 상태)’를 추진하기로 한데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총배출량 대비)의 40%로 대폭 상향해서다. 탄소 중립을 실현할 기술 확보 등 준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업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균 감축량’ 보다도 더 높였다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장기 계획이라고 한다면, NDC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중간 이행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에 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대폭 올린 것은 탄소 감축을 먼 미래의 문제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지금 실행해야 하는 실질적인 목표로 두겠다는 의지다. 정부도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다. 이미 한국보다 앞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 선진국도 2030년까지의 감축 속도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평균 감축 속도보다 오히려 느리게 잡은 경우가 많다. 탄소 중립에 필요한 기술 확보와 에너지 전환에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EU(유럽연합)의 2030년 NDC는 배출량 정점(1990년) 대비 55%다. 하지만 배출량 정점에서 2050년 배출량 ‘0’을 맞추기 위해서 매년 똑같은 양을 줄이는 ‘선형 감축’을 가정하면 원래는 2030년까지 66.7%를 줄여야 한다. 정작 EU의 NDC는 이보다 훨씬 더 느슨하다.
캐나다도 선형 감축을 가정하면 배출 정점(2007년) 대비 2030년까지 52.7%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NDC는 40~45%에 불과하다. 미국도 배출 정점(2007년) 대비 선형 감축했을 때 2030년까지 53.3%를 줄여야 하지만, NDC는 50~52%로 소폭 작다.
한국은 배출 정점이 2018년인 만큼 탄소 감축 시기가 늦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NDC는 40%로 선형 감축(37.5%)보다 오히려 소폭 높였다. 출발도 늦었는데, 필요보다 속도를 더 높였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도 EU(1.98%)·미국(2.81%)·캐나다(2.19%)보다 한국(4.17%)이 훨씬 높다.
한번 정한 '감축량' 후퇴 불가능
특히 한국은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철강ㆍ석유화학ㆍ시멘트같이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이 주력 산업이다. 탄소 감축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업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환경연구원(KEI)가 NDC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해 보니,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0.07% 감소하고 고용은 0~0.0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탄소 중립을 위한 전력화와 수소화 등 기술 발전이 점진적 혹은 가속화될 때를 가정했다. 만약 탄소 중립 목표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비싼 값에 탄소 배출권을 사오거나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할 수 있다.
특히 NDC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달리 UN(국가연합)에도 제출하는 만큼 국내법 수준의 구속력을 가진다. 파리협정상 NDC를 제출하면 매년 열리는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와 이행 현황을 보고하고 점검받는다. 또 5년마다 NDC를 마련해 새로 통보해야 하는데 이때는 기존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한번 제출한 감축량은 다시 뒤로 물릴 수 없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050년 탄소 중립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라고 하더라도 굳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형 감축량보다 NDC를 더 높게 잡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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