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연이어 떠난 두 이웃..길가에 차 세우고 엉엉 울었다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206)
얼마 전의 일이다. 오전에 낯선 문자가 도착했다. ‘00님 부인, 사망, 조문, 00 장례식장.’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만우절도 아닌데 이런 장난을…. 전날 마트에서 만나 함께 차도 마셨는데 말이다. 안동으로 이사 온 나를 참 좋은 이웃으로 대해주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다. 미심쩍어 쿵쿵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찍힌 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다.
그날 밤 드라마를 본다며 늦은 시간까지 졸며 깨며 소파에 있었는데 화장실 간다고 일어서서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119로 후송, 급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설 같은 말씀을 하신다. 가슴이 덜덜 떨려왔다. 그의 빈소에 가서 화사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왔다.
며칠 동안의 우울함이 가실 즈음,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지인이 문자를 보내왔다. “000 선생님이 방금 돌아가셨단다….” 항암 치료를 잘 이겨내고 계시다 하셨는데, 원고 청탁문제로 엊그제 통화할 때도 별일 없었는데…. 연이어 좋은 사람들이 떠나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트라우마가 온다.
갑작스러운 고열로 병원에 도착했지만, 그날 밤 패혈증으로 급하게 떠나셨단다. 눈을 감고 다시 뜨지 못하면 한줌 에너지로 바뀌어 버리는 자연의 한 조각, 삶. 고인의 부인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한마디 위로조차 못 해주고, 그냥 긴 침묵으로 시간을 죽이다. 나오니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장지까지 따라가 존경하는 선생님의 가시는 길을 배웅하고 돌아오는데 비가 내린다.
나이가 들면 늘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라는 말이 와 닿는다. 끊어지지 않는 생명줄에 매여 힘겹게 살아가는 외상환자와 병간호에 지친 보호자는 어제까지 걷다가 아픔 없이 떠난 사람을 보며 마지막 가는 길은 복 받았다 할 것이고,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은 허망함과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망연자실할 것이다. 마지막 가는 길을 깃털같이 떠날 수 있다면 축복이라 하지만 다시 볼 수 없다는 허망함에 슬프다. 슬픔은 슬픔대로, 내일을 살아야 하는 하루살이 같은 우리는 손님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내일이 있기 때문에, 내일을 위해 기운을 낸다.
며칠 사이로 좋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난 것이 마음을 어수선하게 한다. 퇴근길에 멍하니 운전을 하다가 집 가는 방향 길을 놓쳤다. 다시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음악 한 곡이 나를 울린다.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엉엉 울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어디로 가는 길인지 헷갈린다. 누가 보면 치매 걸린 거라 하겠다.
한동안은 내가 그들의 바통을 받으려 서 있는 달리기 주자처럼 죽음의 트라우마로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언제든 부르면 가겠노라 던 그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 미꾸라지처럼 숨는 꼴이라니…. 너무 가까운 이웃들이 떠나니 더 그렇다.
이른 아침, 기상 알람이 울리고 문자도 드르르 아침을 연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하루 계획표’다.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안개에 비 소식이 있는 날은 몸이 더 찌뿌둥하다. 중년을 넘으면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란 말이 실감 난다. 그래도 눈을 뜨고 맞이하는 새 아침이 소소하고 평범하지만 늘 고맙다.
성큼 다가온 가을 바람이 이른 낙엽을 마당에 뿌려 놓았다. 떠날 길을 생각해야 할 우리 나이, 비우고 또 비워서 가볍고 홀가분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날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투덕거린 것도, 미워한 것도, 내가 소망한 것도, 마음 속의 고해소에 들어가 반성한다. 그래도 내일을 위한 일정표는 쓰고 자야겠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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