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이재명의 '문재인 딜레마'

오종석 2021. 10. 2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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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빠’ 등 친문 상당수는 아직
이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
차라리 야당후보 찍겠다고 해

친문은 아직도 여당 좌지우지
대통령은 임기말 높은 지지율
문심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해

정권교체 여론 높지만, 문 정부
계승하면서 어떻게 차별화해
미래 비전 보여주느냐가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선 승리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며 ‘4기 민주 정부’와 함께 ‘이재명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민주당 후보가 됐지만, 이재명의 정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 후보는 현 정부의 비주류였다. 대선 후보로 출마할 때부터 경선이 끝날 때까지 늘 ‘친문’이 신경 쓰였다. 친문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코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 친문 유력인사들을 대거 끌어들이는데 주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국 친문 중 상당수의 지지를 받아 대선 후보가 됐지만, 여전히 친문의 마음을 다 얻지는 못했다. 경선 후유증으로 ‘원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패배를 수용하고 승복했는데도 그의 지지자 상당수는 왜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을까.

물론 대장동 사태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문빠’ 등 친문 상당수가 아직 그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에서 비롯됐다. 이 전 대표 지지층 가운데 내년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14%에 불과하다는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차라리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찍겠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는 것은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후보가 후보 확정 뒤 문 대통령에게 “인사드리겠다”며 만남을 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조만간 예정된 만남에서 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면 반감을 품은 친문 상당수가 마음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요즘 정권교체 여론은 50% 중후반으로 정권 재창출(30% 중반)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반면 친문의 정점인 문 대통령의 임기 말 긍정 평가는 역대 정권 중 최고다. 대선까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를 넘나들고 있다. 여당 지지율보다 높을 정도로 여전히 탄탄하다. 전임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도는 10%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상 상황과 함께 친인척 비리가 없는 것이 이런 지지도 방어선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은 자신의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 비리 의혹에 휘청거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현철씨가 한보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레임덕을 자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등 아들 세 명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친형이 각각 비리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선 후보는 임기 말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탈당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탈당 압박을 받았던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출당조치를 당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등 각종 악재로 비판을 받긴 하지만 결정적 하자로 심각한 레임덕에 휘말린 상황은 아니다. 높은 지지율에 아직도 친문이 여당을 좌지우지하는 할 만큼 문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치솟는 정권교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후보의 딜레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연일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정권교체라고 주장 하는 것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법은 이 후보가 경선에서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친문 상당수는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현 정부의 각료를 지냈다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지 않았다. 누가 본선 경쟁력이 있는지, 누가 현 정부의 문제점을 보완해 더 나은 정부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특히 다수 민주당원과 일반 국민은 정권 재창출에 버금가는 변화를 희망하며 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비주류에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이 후보에겐 뭔가 현 정부와 차별화된, 정권교체와도 같은 이미지가 풍기기 때문이다. 여당 대선 후보는 정권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현 국정 운영의 공과와 무관치 않지만, 후보 개인의 미래 비전이 더 비중있게 평가받는다. 이 후보에겐 문재인정부를 계승·발전시키면서도 어떻게 차별화에 성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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