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세상 속으로 들어가 예수님 따르기
이른 아침 시장하셨던 예수님은 마침 잎사귀가 무성한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셨다. 예수님은 열매를 찾아보셨는데 잎사귀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예수님은 무화과나무에 영원토록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즉시 그 나무는 말라버렸다.
예수께서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사건은 몇 가지 의문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마가복음은 아직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에 열매가 없었다고 기록한다. 그러면 아직 철도 아닌데 왜 예수님은 열매를 찾고자 하셨을까. 그것은 무성한 잎사귀 때문이었다. 무화과나무에 잎사귀가 난다는 것은 열매 맺을 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수님 눈에 들어온 그 나무는 독특하게도 아직 철이 아님에도 잎사귀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예수께서 열매 없는 나무를 저주하신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온유하신 예수님 성품에 걸맞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낯선 예수님의 모습은 이 사건 바로 앞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들어오셔서 가장 먼저 성전을 방문하셨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감사 제사를 드리려 하시나 보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은 의외의 행동을 하셨다. 성전에서 매매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고, 온갖 장사하는 사람의 상과 의자를 뒤엎어버리셨다.
구약성경에서 무화과나무는 포도나무와 함께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잎은 무성하지만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는, 겉모양은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아무 생명을 주지 못하는 화석화되어 버린 성전과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것은 매우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그 나무가 더 이상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선언은 예루살렘 성전 또한 그렇게 되어버렸음을 의미한다.
한편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한바탕 뒤엎으신 후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자들로 인식되어 성전에 얼씬도 못 하던 사람들이 성전에 계신 예수님께 나아온 것이다. 예수님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그뿐만 아니라 성전에는 예수님을 찬미하는 어린아이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이스라엘의 아웃사이더들은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고 그분을 찬미했다. 만민의 기도하는 집은 더 이상 돌로 된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예수님 그분 자신이었다.
얼마 전 미국 필라델피아의 미시오 세미너리(Missio Seminary)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학교는 몇 년 전 매우 독특한 결정을 했다. 우선 학교 이름을 개명했는데 원래 이름은 비블리컬(Biblical)이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예수님 따르기’(Following Jesus into the World)라는 학교의 방향성 때문이었다. 라틴어 미시오(Missio)는 ‘보낸다’ 또는 ‘선교’라는 뜻을 갖는데, 하나님께서 세상 속에 교회를 보내셨다는 사명을 일깨우는 신학교가 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결정은 학교를 도시 외곽에서 필라델피아 시내 중심부로 이전한 것이다. 학교는 아늑한 숲속 같은 캠퍼스를 포기하고 노숙인을 볼 수 있는 도시 한구석으로 들어갔다. 학교 구성원의 희생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학교가 이름뿐 아니라 실제 세상 속으로 보냄 받았다는 사실을 구현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했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예수님은 하늘 영광을 버리시고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이 땅으로 들어오셨다. 그렇다면 그분께 보냄 받은 교회 또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세련되고 빛이 나는 자리가 아니라 병들고 곤고하고 문제 많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 주님을 따라야 한다. 거기서 그들과 함께 주님을 찬미해야 한다. 그런 교회들에 주님은 약속하신다.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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