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항암치료 폐암4기 40대 여성 "4년 전 몸 상태와 다름없어요"
폐암은 2000년 이후 암 사망 부동의 1위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60% 넘던 시절의 후유증이다. 최근 들어 폐암의 견고한 성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19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폐암 5년 상대생존율은 1995년 12.5%, 2010년 20.3%에서 2018년 32.4%로 올랐다. 최근 몇 년 새 상승이 눈에 띈다. 2010~2018년 대장·유방·전립선암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조기 폐암은 더 눈부시다. 같은 기간 진단 당시 암세포가 폐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상태’ 환자의 생존율이 47.6%에서 71.7%로 급등했다. 2019년 국가 무료 암 검진 대상에 폐암이 들어가면서 조기 발견 비율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 폐암 4기 환자의 생존율도 8.9%이다.
■
「 사망률 1위 폐암, 생존율 급상승
4기 여성 항암제로 암세포 줄어
면역·표적치료제 2개→17개로
저선량 CT 조기 발견 확률 높여
」
경북 영천의 전미숙(47)씨는 2017년 6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몸살이 낫지 않아 검사했더니 위·림프샘 등으로 전이된 것으로 나왔다. 전씨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평소 등산을 해도 숨차지 않았다고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절망했다. 국립암센터에서 항암제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타세바라는 표적항암제 알약을 먹었다. 3년 후 내성이 생겨 타그리소라로 바꿔 지금까지 먹고 있다. 전씨는 “폐의 원 발생 부위만 암세포가 남고 사라졌다”고 말한다.
전씨는 떡카페 ‘보리떡 머슴과 커피 마님’을 운영한다. 19일 동네 할머니들에게 체험학습을 해줬다. 발병 전보다 더 열심히 산다. 전씨는 “암의 공포에서 해방되긴 했지만 넉 달마다 검사할 때 긴장한다. ‘이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전씨는 “26년 동안 남편의 간접흡연에 노출됐고, 30대에 10년간 가스배달업을 할 때 가스를 마신 게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폐암 생존율 향상의 일등공신은 항암제이다. 이레사라는 표적항암제를 시작으로 혁신적 약이 쏟아진다. 폐암 표적항암제(건강보험 적용)가 2010년 2개(이레사·타세바)에서 올해 13개로 늘었다. 옵디보·키트루다·티센트릭·임핀지 등 면역항암제도 4개 나왔다. 아바스틴만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나머지는 5%만 낸다. 심평원의 폐암 진료 적정성 평가, 수술·방사선 치료 실력 향상 등도 폐암치료 발전에 기여했다. 폐암의 국제적 권위자 이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전 국립암센터 원장)에게 폐암의 실태를 물었다.
Q : 폐암 발생이 늘고 사망률이 올라간다는데.
A : “그렇지 않다. 노인이 느니까 그리 보이지만 노인 비율을 같게 보정하면 발생과 사망이 줄어든다. 사망률은 2002년 29.5명를(인구 10만명당) 정점으로 지난해 18.6명까지 떨어졌다.”
Q : 생존율이 몰라보게 좋아진다는데.
A : “최근 몇 년 새 좋은 항암제가 많이 나왔다. 2002년 50대 폐암 환자가 이레사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레사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이은 기적의 표적치료제이다.”
Q : 남녀 차이가 있나.
A : “요즘 나오는 신약은 비흡연자의 암, 즉 여성 폐암에 잘 듣는다. 흡연 남성 폐암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약하다. 그래서 여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4.3%로 남성(27%)보다 높다.”
Q : 흡연율이 낮은 여성 폐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A : “1950~60년대생 여성은 단칸방에서 아버지·삼촌의 담배 연기에 노출된 세대다. 그 영향이 지금 폐암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Q : 요리 연기는 영향이 없나.
A : “한국 음식은 중국 음식처럼 기름에 볶는 게 적다. 중국은 실내에서 볶는다. 아파트 요리 연기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담배회사의 물타기 작전일 뿐이다.”
Q : 폐암을 예방하려면.
A : “금연밖에 없다. 전자담배가 결코 폐암을 덜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도둑놈이 들었다가 설거지해 놓고 갔다고 해서 좋은 도둑이라고 하지 않지 않나.”
Q : 폐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A : “건강검진 때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으면 된다. 하지만 암과 무관한 작은 혹 같은 게 나와서 불필요한 걱정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과거 결핵의 흔적들이다.”
이 위원장의 마지막 권고이다.
“암은 평생 가지고 사는 만성병입니다. 당뇨병·고혈압은 평생 치료하지만 암은 조기 발견해서 수술하면 끝입니다.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잘라내면 완치됩니다. 맹장염 수술한 사람을 계속 맹장염 환자로 부르지 않잖아요. 폐암도 면역치료, 표적치료 하면 4~5년 넘게 삽니다. 5년 생존자가 점점 늘어납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 "김선호 쩔쩔매는 이유...전 연인 정체 드러나면 파급력 커"
- 김선호 '1박2일' 하차 확정...차기작 윤여정 영화서도 잘렸다
- 5만원 양주 100만원인데 북적…단속 1년 따돌린 텐프로 비밀
- 심상정 "설계한 자가 죄인"...사상초유 대선후보 국감 충돌
- ‘그분’ ‘700억’ 진실…檢 ‘대장동 깐부 4인방’ 한꺼번에 불렀다
- 그리스 첫 훈련 마친 이다영 "몸 무거웠지만 주변에서 도와줬다"
- 윤석화 46년 연극인생…"내 돈 들여 죽을만큼 열심히" 무대에 선다
- "오늘의 날씨는…" 생방송중 13초간 음란물 튼 美방송국 발칵
- 안젤리나 졸리가 덥썩 안았다...마동석이 소개한 한국 여성 정체
- 10년 근속에 1억 벤츠 받아…치어리더 박기량이 밝힌 반전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