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0%대 수익 퇴직연금, 독립 운용기구 둬 제대로 굴리자

신성식 2021. 10. 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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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정책 어젠다 ③ 연금분과 제언-연금개혁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연금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충격을 줄이려고 5년마다 재정을 재계산해서 개혁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국민·공무원·사학·군인 등 4대 공적연금이 개혁의 문을 걸어 잠갔다. 준(準) 공적연금으로 불리는 퇴직연금도 말이 연금이지 연금 성격을 잃고 있다. 리셋코리아는 세 번째 과제로 연금개혁을 선정했다. 연금분과 위원들은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으로 이어지는 다층노후소득보장 체계 구축을 권고하고, 장단기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에 손대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개혁을 방치한 데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2050년대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면 30세 청년은 연금을 1원도 못 받는다. 그건 일종의 사기다. 앞으로 국민연금에 재정(세금)이 투입되면 정말 심각해진다. 부담이 그대로 MZ세대(80~95년생 밀레니얼 세대와 96~2010년생 Z세대를 합친 용어)에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이 전 처장은 “이 정부는 뭘 했느냐.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국민연금을 개혁하고, 나머지 공적연금도 개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퇴직연금, 국민연금이 운용할 수도
국민연금 개혁, 보험료 점차 올려야
계속 방치하면 MZ세대에 큰 피해
국민·공무원·사학·군인 통합을

연금개혁 빈자리 퇴직연금이 보완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에 나섰다. 양 교수는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 성장률이 오르지 않으면 2060년에는 보험료를 소득의 30%(현재 9%)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보험료를 13.5%(현재 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현재 62세, 2033년 65세)을 조금 뒤로 늦추자”며 “그러면 노후소득이 약화하니 퇴직연금을 정상화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국민·퇴직연금이 적은 노인을 위해 기초연금 대상(소득 하위 70% 이하)을 줄이고 기초생활보장제와 합쳐 두툼한 기초보장연금으로 바꾸자.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 준한 60만원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에 따른 보험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보험료를 13.5%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인구와 경제여건 변화 등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재정을 조정하는 장치를 부착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 액수를 올리지 말고 기초생활보장제 재산 기준을 완화해 대상자를 늘리면 사실상 기초보장연금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정재계산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면 뭐하냐. 국회나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승인을 거치게 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보험료를 13.5%까지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12%로 올리는 게 어떨까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은 저소득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최저보장연금으로 전환하고 국민연금은 수지균형을 위해 소득대체율과 급여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구조개혁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정년 폐지하고 연금수령 늦춰야

이근면 전 처장은 “소득 하위 10%는 국가 복지가 책임져야 한다. 왜 전 국민에게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주는지 모르겠다. 소득 상위 10%에게 국민연금을 좀 덜 주면 어떠냐. 기금 고갈만 걱정할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자. 정년을 폐지해 더 일하고, 연금을 더 늦은 나이에 받게 유도해야지 단순히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7년 이후 멈춘 국민연금 개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윤석명 리셋코리아 연금분과 위원장(한국연금학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공적연금 강화라는 명목으로 보험료를 1, 2%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5, 50%(현재 40%)로 올리는 안을 얘기했는데, 이게 재정 불안을 심화하는데도 눈속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은 40%를 유지하되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제도로 전환하고, 기초연금을 차등화해서 하위 계층에 더 지급하자”며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상한선(524만원)을 공무원연금(856만원)만큼 올리면 중간 계층의 연금액이 많아져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재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윤 위원장은 “일하는 기간과 연금 가입 기간을 연장해 연금급여 적절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핀란드처럼 기대수명·경제성장률 변동에 맞춰 자동으로 연금을 줄이거나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납부예외자 연금 사각지대 심각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초연금이 소득대체율 20%, 국민연금이 40%를 담당하는 게 공적연금의 최소한 역할이다. 나머지는 퇴직·개인연금이 담당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득 파악이 잘 안 되는 점, 납부 예외자가 너무 많은 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제도 개혁 못지않게 연금수익률이 중요한데 이를 간과하는 것 같다. 국민연금 기금이 운용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편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남 실장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퇴직연금을 포함한 다층연금체계를 염두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공적연금 통합하되 조건 같게 해야

위원들은 4대 공적연금 통합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김태일 교수는 “공무원·교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별도로 운영할 명분이 이제 없다”며 “신규 공무원과 교원은 국민연금을 적용받게 하되 사적연금 가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군인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개혁한 뒤 공적연금을 통합하되 당분간 재정을 분리해 회계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박종원 교수는 “통합으로 가되 충분히 시간을 갖고 갈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원들은 “퇴직연금을 연금답게 바꾸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박종원 교수는 “2005년 도입 이후 제대로 확산하지 못했다. 2019년 기준 사업장의 27.5%, 종사자의 51.5%만 가입했다”며 “최근 6년 연평균 수익률이 1.89%인데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수수료를 제하면 0.4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수익률은 7~10%, 한국의 공적연기금은 5~6%이다.

박 교수는 “퇴직연금이 소득보장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중도에 인출하거나 일시금으로 수령하려면 엄격한 조건을 달아서 연금화를 유도하자”며 “납입액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거나 DB(확정급여)형 운용 이익에 비과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주식·대체자산 등의 위험자산과 장기투자, DC(확정기여)형 상품 비중을 늘리고 독립적인 운용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퇴직연금 운용 독립성 대폭 높여야

남재우 실장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직접 선택하지 않으면 노사와 운용기관이 미리 설정한 방법으로 투자하는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고, 중소기업이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면 사업주 부담금 10%와 운용 수수료 50%를 3년간 지원하자”고 말했다.

윤석명 위원장은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하면 도입하나 마나”라면서 “퇴직연금 상품이 3000개나 넘는데 가입자가 어떻게 알겠느냐. 100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진 교수와 김태일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게 열어주면 수수료가 내리고 수익률이 오를 것이라서 많은 가입자가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일 교수는 “주택연금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근면 전 처장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낮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제대로 수익을 보장하려면 제3의 중간적 공적 기구가 필요하다. 큰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퇴직연금은 법정제도라서 준 공적연금이다. 보편적 적용을 위해 1년 미만 피고용자도 퇴직연금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 중도 인출을 제한하고 연금 형태로 수령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을 운용자로 넣거나 퇴직연금공단을 만들어 메기 효과를 내야 한다”며 “대신 이런 기구가 운용을 민간에 위탁하면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종원 교수와 남재우 실장은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국민연금이 비대해지고 민간이 위축된다. 수익률도 국민연금만큼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위원장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이긴 하지만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서 관여하는데, 이들이 퇴직 이후 자리를 생각해서 그런지 국민이 아니라 금융기관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연금분과 위원들의 제언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 연금분과 위원장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 연금분과 위원장
“2023년 5차 재정재계산 개선안을 바탕으로 다음 대통령 임기(2027년) 안에 반드시 연금개혁 완수하고 공적연금 통합의 큰 그림을 그려야”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퇴직연금을 진짜 연금으로 만들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13.9%로 올리고 지급연령을 조금 늦추자. 기초연금·기초생보제를 합쳐 기초보장연금으로 바꿔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보험료를 12%로 올리고,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자. 국민연금은 수지균형 위해 구조개혁을 논의하자. 퇴직연금공단 만들어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연금개혁과 함께 정년을 폐지하고 연금 지급연령을 늦춰야 한다. 퇴직연금을 운용할 제3의 공적기구를 설립해 수익률 높여야”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재산 조건 완화해 기초수급자 늘리고 빈곤 노인 보장을 확대하자. 4대 공적연금, 기초연금, 기초생보제를 고려해 소득보장 체계 짜야”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자산배분과 장기복리효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독립적 운용 의사결정체계를 갖춰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금·펀드실장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금·펀드실장
“제도개혁 못지 않게 기금 운용수익률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고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돼야”

정리=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배정원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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