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 카이리 어빙, 188억원 날릴 위기
미국 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드리블러’ 카이리 어빙(29·브루클린 네츠·사진)을 올 시즌 코트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탓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NBA 사무국은 선수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지난여름에는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을 내세웠지만, 선수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개인 선택에 맡겼다. 이에 따라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앤드류 위긴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같은 스타 선수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NBA 시즌 개막이 다가오자 하나둘 자발적으로 백신 접종을 선택했다. 제임스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백신 접종을 했다고 최근 공개했다. 종교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했던 위긴스도 이달 초 백신을 맞았다.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한국시간)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대략 96%의 선수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백신 접종을 선택하기 시작한 건 방역 지침 때문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CBS스포츠에 따르면 뉴욕, 샌프란시스코, LA에서는 백신 미접종자가 실내 체육관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해당 지역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뉴욕이 연고지인 브루클린 소속의 어빙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빙은 개인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한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뉴욕의 방역 지침에 따라 시즌 전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뉴욕에서 열린 팀 프리시즌 훈련은 참가하지 못했다. 뉴욕에서는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해야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계속 거부함에 따라 어빙은 큰돈을 날리게 생겼다. 미국 ESPN에 따르면 NBA와 선수노조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선수가 경기에 뛰지 않으면 급여의 1.091%를 삭감하기로 동의했다. 약 3500만 달러(412억원)의 연봉을 받는 어빙은 한 경기에 결장할 때마다 38만 달러(4억5000만원)를 받지 못한다. 홈 경기와 뉴욕 닉스 원정경기만 따져도 정규리그 82경기 중 43경기를 결장하게 되는데, 총 1600만 달러(188억원)가량을 날리는 셈이다.
게다가 브루클린 구단은 백신 접종을 계속 거부하는 어빙을 전력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션 막스 브루클린 단장은 지난주 13일 성명서를 통해 “어빙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특정 선수가 파트 타임으로 팀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정 경기와 홈에서 하는 훈련 때도 어빙을 제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어빙은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백신 거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며 끝내 백신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버 NBA 커미셔너는 “어빙의 마음이 바뀌길 바란다. 이번 시즌 어빙이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난감해했다.
한편 2021~22시즌 NBA는 20일 개막해 내년 6월 막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코로나19 탓에 정상적인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NBA는 올 시즌 팀당 72경기에서 82경기 체제로 복귀했다. 개막 첫날에는 브루클린과 밀워키 벅스, 골든스테이트와 LA 레이커스의 경기가 펼쳐진다.
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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