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1년 지구, 마법의 물질 둘러싼 우주전쟁이 터지고..

나원정 2021. 10.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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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한 SF 대작 ‘듄’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게임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대작 ‘듄’이 북미·중국 개봉에 앞서 아시아·유럽 일부 지역 흥행 매출로만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며 2편 제작에 청신호가 켜졌다. 19일 흥행 분석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제작비 1억6500만달러(약 1954억원)로 알려진 ‘듄’은 지난달 15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러시아·독일·스페인·대만·홍콩·인도네시아 등 18개국에서 개봉해 지금껏 1억2970만 달러 극장 수입을 올렸다. 한국 개봉은 20일이다.

중세 봉건제로 돌아간 듯한 10191년 미래, 구원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이 수명 연장과 예지력을 주는 중독성 환각 물질 ‘스파이스’를 둘러싼 광대한 우주 전쟁에 휘말린다. 영어로 모래 언덕을 뜻하는 ‘듄(Dune)’은 전투의 주무대이자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별명이다.

원작은 종군 기자 출신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 1965년 출간 이래 전 세계에서 20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로 꼽힌다. 세간의 비현실적인 SF 소설을 꼬집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세부 묘사가 너무 풍부해 미처 비판할 틈도 없이 빠져든 이야기”(1978년 뉴욕타임스)라고 극찬한 작품이다.

복제인간 소재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외계 존재와의 소통을 그린 ‘컨택트’(2016)로 작품성과 흥행을 다 잡으며 ‘SF 대가’로 거듭난 빌뇌브 감독이 원작의 전반부를 토대로 이번 파트1을 만들었다. 지난달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선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상영 후 8분간 기립박수와 함께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만한 판타지 소설의 영화화”(인디펜던트)라는 호평을 받았다.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언론·평단 신선도는 89%. 관객을 사막 모래폭풍 한복판에 몰아넣는 듯한 생생한 체험감과 시각적 황홀함엔 이견이 없다. 컴퓨터그래픽(CG)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빌뇌브 감독의 의지에 따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리고 스튜디오에 초대형 세트장을 짓고, 요르단·아부다비·노르웨이 등 로케이션 촬영으로 사막 행성을 창조했다. 폴의 환상과 꿈, 사막 장면 등 1시간 분량은 특수 렌즈를 장착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여름 사막의 잿빛 하늘과 안개를 담기 위해 가장 더운 7~8월 촬영했다.

스파이스를 차지하려 행성의 원주민 ‘프레멘’들을 몰아낸 외부세력들의 전쟁은 역사 속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을 연상시킨다. 13~14살 때 이 소설을 처음 봤다는 빌뇌브 감독은 “식민주의가 초래한 혼돈과 충격에 대한 원작자의 통찰력은 20세기의 초상이며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면서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자신의 정체성과 씨름하는 청년 폴이 있음”을 주목했다. 폴은 스파이스로 인한 초능력이 자신에게 집중돼 오히려 우주를 분열하는 전쟁이 발발할 것을 경계한다. 절대적인 초인을 우상시해온 최근의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사뭇 다른 관점이다.

빌뇌브 감독은 “폴이 오히려 다른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발견하는 방식이 참으로 놀라웠다”면서 이와 함께 “원작에서 자연을 보는 관점과 새로이 창조해낸 아름다운 생태계에 매혹됐다”고 했다. 이 모두를 녹여낸 ‘듄’이 “대형 스크린에 바치는 러브레터”라면서다. 워너브러더스의 OTT 동시 출시 결정에 그가 불만을 표했던 이유다.

방대한 세계관, 등장인물 소개로만 155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을 채운 탓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만한 이야기가 결여돼있다”(버라이어티)는 비판도 나온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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