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영국, 델타 플러스 유행에 하루 확진 5만명

정은혜 입력 2021. 10. 20. 00:02 수정 2021. 10. 20.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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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 70%가 넘는 영국에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육박해 비상이 걸렸다. 백신을 본격적으로 접종하기 전인 지난 겨울의 ‘2차 유행’ 당시 정점(6만8053명)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감염세는 10월 들어 가팔라졌다. 지난 13일부터 6일째 하루 감염자 4만 명을 넘겼다. 이는 확산세가 줄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다른 양상이다. 같은 날 프랑스는 신규 확진자 1057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7월 등장한, 델타 변이의 하위 변이인 AY.4.2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Y.4.2는 영국 신규 감염자의 10%가량을 차지했다. 케임브리지대 종합생명과학센터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의 제프리 배럿 교수와 런던대 유전자연구소의 프랑수아 발루스 소장은 “AY.4.2가 델타 변이보다 10~15% 더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과학자들도 영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전날 트위터에 “델타 플러스 변이(AY.4.2)가 더 잘 전파되고 부분 면역 회피 기능이 있는지 알아내려면 시급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는 AY.4.2가 더 높은 감염률과 입원율·사망률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FT에 따르면 영국의 주간 사망률은 100만 명당 12명으로 다른 주요 유럽 국가의 3배 수준이고 입원 건수도 10만 명당 8명으로 유럽 국가 평균의 6배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델타 하위 변종을 추적 중인 미국 과학자들도 AY.4.2 확산세와 관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진화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 수학과의 크리스티나 페이지 교수는 “AY.4.2가 델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고 있다”며 “주시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 패닉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최근 상황을 AY.4.2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이 ‘위드 코로나’를 일찌감치 시행하면서 방역 조치를 해제한 것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배럿 교수는 “AY.4.2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영국 사례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영국이 이웃 국가와 달리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 방역 조치를 대부분 없앤 사실을 지적했다. 영국 정부 산하 호흡기 감염병 자문단(Nervtag)의 라비 굽타 교수는 “스페인·이탈리아는 여전히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클럽을 다시 열지도 않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영국 국민 다수가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델타 변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과학자들은 겨울을 앞두고 영국이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마틴 매키 교수는 “빨리 플랜B를 시행해야 한다”며 “재택근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접종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AY.4.2의 확산세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몇 달이 어려우리라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예방 접종 프로그램과 새로운 치료법, 코로나19 감염 테스트가 우리의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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