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폭" 이런 영상 쏟아진다..野경선 흔드는 빅마우스
‘홍준표 역대급 망신! TV토론 난리났다’, ‘홍준표·유승민 멘붕’, ‘유승민 꼴찌! 끝났다’
18대 국회에서 활동한 진성호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진성호 방송’이 지난 17~18일 게재한 여러 동영상 썸네일(동영상 미리보기 화면)에 포함된 문구들이다. 해당 문구만 보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마치 큰 일이라도 생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실제 그런 정도의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이런 자극적인 문구가 썸네일에 등장할까. 정치권에선 “유튜브 이용자, 그 중에서도 고령층 이용자를 잡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지난해 39.3%로 2018년(8.9%)의 4배 이상이다. 그야말로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고령층의 동영상 플랫폼 이용 비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60대 이상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 2년 만에 4배 이상으로 급증
이러한 현상은 유권자의 고령화와 맞물려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친여(親與)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보수 진영 유권자의 일부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의지하게 되면서 정치 분야 유튜브의 구독자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에서 언론사가 운영하는 채널을 제외하고 구독자가 가장 많은 정치 분야 채널이 ▶진성호 방송(152만명) ▶신의 한수(142만명)라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와 유튜버는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당장 각 후보 캠프의 주요 멤버가 유튜버 출신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신지호의 쿨톡’, 구독자 28.1만명), 대변인을 맡은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김병민 TV’, 21.5만명), 공익제보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김태우 TV’, 70.6만명),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가 국민통합특보에서 사퇴한 민영삼 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배승희 변호사’ 채널에서 ‘따따부따’ 진행, 91.4만명) 등이 유튜브에서 적극 활동하던 인물이다.
홍준표 의원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언주 전 의원(‘이언주의 스마트한 TV’, 32.3만명), 문화산업총괄본부장인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개수작 TV’, 39.3만명)도 최근 유튜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유튜버, 野 경선 캠프 합류…특정 후보 공개 지지하기도
그뿐이 아니다.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유튜브 채널도 늘고 있다.
‘전여옥 TV’(14.6만명)의 전여옥 전 의원은 지난 16일 “‘정치인 홍준표’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홍준표의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레지스탕스TV’(42.3만명)의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은 지난 15일 “무고한 박근혜 대통령님을 무리하게 구속 수사하고 무려 45년이나 구형한 윤석열 후보를 용서할 수 없다”며 홍준표 의원 지지에 나섰다.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21.4만명)의 헤비메탈 록커 최일환 유튜버는 지난달 28일 “님이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원희룡이 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원희룡 전 제주지사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현·백성문 변호사의 ‘정치왓수다’(4.5만명), ‘진성호 방송’ 등에 대해선 “특정 후보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는 시청자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 자체가 유튜브 친화적이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별명에서 이름을 따온 ‘홍카콜라 TV’를 2018년 11월 개국해 현역 정치인 중 가장 많은 52.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경선 시작 전만 해도 지지율이 미미했던 그가 2030세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홍카콜라 TV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역 정치인 최다 구독자 ‘홍카콜라 TV’, 유튜브 ‘열혈 시청자’ 윤석열
윤석열 전 총장은 유튜브 열혈 시청자로 통한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캠프 인사를 영입하거나 TV 토론 때 “유튜브에서 봤다”는 말을 종종한다. 지난 13일 경선 토론 때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를 봤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구독자수 18.3만명을 가진 윤 전 총장의 채널을 통해 ‘석열이형 TV’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진행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최근 “윤 전 총장에게 실망했다”는 글을 써서 논란을 일으킨 뒤 당분간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각 지역 순회 토론을 갈 때마다 직접 ‘라방(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1타 강사’로 주목을 받고 있는 원희룡 전 지사도 ‘원희룡 TV’(3.3만명)를 통해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다.
이렇듯 유튜브가 야당 대선 경선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부작용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기존 정당의 전통적인 역할이 쇠퇴하면서 빅샷 혹은 빅마우스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통해서 선전 효과를 얻거나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빅마우스 상당한 영향력…극단적 언사로 지지층 결집” 우려
실제로 구독자 상위권 유튜브에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윤석열 공격하는 내부 분탕자 유승민 후보 사퇴하라”거나 “윤석열 대통령 대운 왔다”는 식의 영상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이재명 나내다가 윤석열에 떡실신”, “홍준표·유승민 자폭! 충격 과거가 드러났다”와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로 동영상 시청을 유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전 한국방송학회장)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트가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인 건 분명하다”며 “팩트에 근거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과 달리 유튜버는 그런 의식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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