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과 당심 괴리..이재명 놀라게 한 그들
대부분 언론은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로 선출되리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 3차 슈퍼위크 이전까지 이재명 지사 득표율이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국민·일반당원 투표 할 것 없이 줄곧 50%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판 이변이 일어났다. 3차 슈퍼위크의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려 62.37%를 득표한 반면, 이재명 지사는 28.3% 득표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지사 측이 내심 바랐던 최종 득표율 58%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최종 득표율 50.19%로 겨우 결선 투표 없이 최종 후보가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민심과 당심의 분리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모든 정당은 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설령 당심과 민심이 다르더라도, 그 차이를 따지기보다는 거의 무조건 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주일 간격으로 개최된 2차 슈퍼위크와 3차 슈퍼위크에서의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반면, 민심에 좀 더 가깝다는 국민·일반당원 투표 결과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쪽에서는 3차 슈퍼위크 국민·일반당원 투표 결과가 역선택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역선택 결과라면, 왜 역선택이 유독 3차 슈퍼위크에만 몰렸을까. 역선택이 있다면, 오히려 일찍부터 판을 흔들어야 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부분을 감안해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3차 선거인단 모집은 9월 1일부터 14일까지였다. 당시는 대장동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던 때다. 반면 1·2차 슈퍼위크 선거인단은 7월과 8월에 걸쳐 모집됐다. 투표 시기를 보면 2차 선거인단은 9월 29일과 30일에 투표가 이뤄졌다. 이때는 대장동 의혹 핵심 중의 한 사람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기 이전이다. 반면 3차 선거인단 온라인 투표 시기는 10월 6일에서 7일로, 유 전 본부장 구속 이후다. 이런 시기적 특징은 국민·일반당원 투표 결과가 불과 1주일 만에 현격히 달라진 원인을 대충 추론케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심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민심과 당심 사이 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괴리가 존재한다면,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도층 지지 획득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유독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금과 유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대선 5개월을 앞둔 시점에서의 17대, 18대 대선 관련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자. 당시 유력 후보 지지율은 35%를 훌쩍 넘었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0월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0월 5~7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 25%, 윤석열 20%, 홍준표 12%, 이낙연 8% 순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시기의 유력 후보 지지율이 과거 대선에서의 유력 후보 지지율에 비해 약 10% 이상 뒤지고 있다. 이는 상당수 중도층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도층 지지를 획득하려면 당 차원에서 일반 여론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당심과 민심이 유리된 상황이라면, 여론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당심과 민심이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난 이후인 10월 13일 공개된 머니투데이·한국갤럽 여론조사(11~12일 양일간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7.2%,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당의 대선 경선이 끝나면, 이른바 컨벤션 효과 덕분에 당 지지율은 조금이라도 오르고 정권 교체 여론은 조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머니투데이·한국갤럽의 2주 전 조사에 비해 오히려 5.4%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정권 교체론과 정권 재창출 여론은 각각 56.7%와 35.6%를 기록해 정권 교체론이 무려 21.1%포인트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컨벤션 효과가 미미한 것도 이번 경선이 민심보다는 당심 위주 ‘그들만의 잔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경선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니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낙연 캠프 측 이의 제기는 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당무회의에 의해 거부됐다. 당무회의 결정이 있고 두 시간 후, 이낙연 캠프 측은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것이 곧 자신들도 이재명 후보를 도와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당의 결정을 수용했으면,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원팀이 되기 위해서는 후보들뿐 아니라, 후보 지지층도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과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이 점을 걱정하고 있는 듯 보인다.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 밝힌 SNS 글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 점을 저는 몹시 걱정합니다”라면서 “위기 앞에 서로를 포용하고, 그 힘으로 승리했던 것이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라고 했다. 이 내용을 보면 이낙연 전 대표가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듯하다.
더구나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수시로 이재명 후보를 ‘불안한 후보’라고 공격했다. 바로 그 후보와 손잡고 나아가자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수락 가능성 역시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최소 35% 이상 나와 명실상부 대세론을 만드는 것인데, 아직 이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당 차원에서나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전설적인 미국의 포수 요기 베라가 말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명언은, 현재 민주당 상황에 딱 들어맞을 수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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