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면 尹 지시란 말나와요" 조성은에 고발장 준 김웅 음성

하남현 2021. 10. 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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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지난해 총선 직전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당시 김 의원과의 통화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19일 MBC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조성은씨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방송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17분 37초 동안 조씨와 통화했다. 이날은 김 의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정치인 3명에 대한 고발장과 첨부 자료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보낸 날이다.

김 의원은 조씨에게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라고 한 뒤 “고발장을 (서울)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후 통화에서 고발장 접수를 “대검찰청으로 하라”고 말을 바꿨다.

또 “고발장을 접수하러 간다면 그쪽에 얘기해 놓겠다”며 “심재철 의원(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팡이를 짚고 가면 모양새가 좋을 거 같다”는 말도 했다.

또 “검찰이 받기는 싫은 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이쪽(미래통합당)에서 항의도 하고, 왜 검찰이 먼저 인지수사 안 하고 이러느냐 이런 식으로 하라”고 조 씨에게 당부했다.

김 의원은 또 “제가 (고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며 윤 전 총장을 언급했다. 또 (중략) 고발장과 관련해 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되는데”라고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은 음성 파일에 3번 등장한다.

김 의원은 또 ‘검언유착’ 논란을 낳았던 ‘채널A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채널A 사건’은 공작”이라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다른 사람을 한동훈 검사장인 것처럼 가장해서 녹음을 한거다”라고 했다. 조씨가 “대역을 썼다는 거죠?”라고 묻자 김씨는 “그렇다”고 했다.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 최초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인인 조성은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 앞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김웅, 권성동,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을 고소하면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조씨는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무부 인증 업체를 통해 휴대전화에서 음성 파일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음성 파일 복원은 조씨 개인이 한 일로 특별히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입건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디지털 포렌식으로 김 의원과 조 씨와의 통화 내용을 복원해 분석 중인 공수처는 김 의원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26일 이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공수처에 밝혔다.


윤석열 측, “검찰총장이 고발 시킨 것 아님이 명백해져”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녹음 파일에 대해 “검찰총장이 (고발을) 시킨 것이 아님이 오히려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녹취록 전문을 보면 윤 후보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캠프는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제가 (고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고 한 부분에 대해 “조씨가 먼저 대검에 찾아갈 필요성을 말하자, 김 의원이 자신이 대검에 가면 윤석열이 시킨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가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직 검찰총장이 김 의원에게 고발을 사주했다면 (김 의원과 조씨가) 장시간 통화하면서 그 엇비슷한 얘기도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실제 고발도 되지 않았으며, 김 의원과 조씨 모두 챙겨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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