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에서 납사 뽑는다

황윤주 2021. 10. 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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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분기까지 열분해유 생산량의 45%를 납사로 추출
2024년 열분해유 설비 준공..탄소중립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中企 '에코크레이션'과 손 잡고 촉매 기술 등 공동 개발

[대전, 인천=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SK환경과학기술원과 에코크레이션이 함께 열분해유에서 납사 추출 비중을 2배 이상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폐플라스틱에서 납사를 뽑고 다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자원 순환 체계 구축에 있어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엑스포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2층 랩실의 3중 보안 절차를 통과하자 열분해유 실험용 설비가 가동 중이었다. 함형택 SK지오센트릭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 CTO는 "실험용 설비에서 고순도 열분해유 생산을 위한 후처리 기술 적용 테스트를 마쳤고 내년 데모 플랜트를 건설한 뒤 2024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15만t 규모의 열분해 후처리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케미칼 리사이클링' 국내 1등…도시유전 꿈꾸는 힘은 기술력=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재처리해 만든 폐유(액체원료)를 말한다. 원유를 정제해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플라스틱을 다시 제품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 화학업계가 열분해유 관련 기술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열분해유를 원료로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력이 필요하다. SK지오센트릭이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투입이 가능했던 배경에 SK이노베이션의 환경과학기술원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열분해유는 염소 등 불순물로 인해 공정 투입 시 대기 오염 물질 배출, 설비 부식 등에 대한 우려로 원료유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환경과학기술원은 SK지오센트릭과 함께 열분해유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열분해유를 친환경 원료유로 탈바꿈 시켰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이슈의 심각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도 열분해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SK 자체 불순물 제거 공정을 결합시킨 대형 열분해 공장 건설도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 '브라이트마크'와 열분해유 공장을 울산에 건설한다.

◆ 폐플라스틱을 화학 제품원료로…SK이노베이션-에코크레이션-브라이트마크 협력= SK지오센트릭이 열분해유를 생산하기 위해 손 잡은 곳은 국내 중소기업 '에코크레이션'이다. SK지오센트릭이 에코크레이션에 주목한 이유는 열분해유 생산 기술력이다. 에코크레이션은 폐플라스틱 10t을 처리해 열분해유 6000리터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수율은 약 60%이나 수분과 불순물을 제거한 플라스틱 비중은 70~75% 수준이다.

이날 찾은 에코크레이션 인천 공장에는 음식물, 흙 등 이물질이 묻은 폐비닐 20t이 압축돼 자리 잡고 있었다. 1차 재활용 업체도 버린 폐비닐은 반응로-스크류-촉매탑-열교환기-생성유분리탱크를 거쳐 열분해유로 재탄생한다. 지름 2m 크기의 반응로에서 한 달(20일) 200t, 1년 24000t의 폐비닐을 열분해한다.

열분해유는 일반적으로 난방, 선박, 중장비 엔진 연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후처리 과정을 거치면 원유처럼 화학제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후처리 기술력에 따라 납사를 추출하는 것도 가능한데, 에코크레이션과 SK지오센트릭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열분해 과정에서 납사를 생산하고 있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기존 10~12% 수준이던 납사 추출 비중을 최근 25%로 올렸고, SK지오센트릭과 기술 협력을 통해 내년 여름까지 4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열분해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촉매 공법도 양사가 공동으로 협력하는 분야다. 촉매 공법은 열분해 처리 시 염화수소(HCL) 등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면 약 3000ppm의 염화수소(HCL)이 발생한다. 에코크레이션은 500ppm까지 낮추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에코크레이션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다시 100ppm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열분해유 기술 적용으로 폐플라스틱을 순환 경제 구축에 앞장서고,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낮춰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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