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MB, YS에 DJ까지..국민의힘 대선판 前대통령 줄소환
국민의힘 대선판에 전직 대통령이 줄 소환되고 있다.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이 논란을 빚었지만, 후보들 간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구속 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일은 최근 이미 부쩍 늘었다. 특히 최종 후보 선출(11월 5일)을 17일 앞두고 후보들이 영남 표심 공략에 나서면서 전(前) 대통령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 집중 공격받는 윤석열, 유승민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두 사람의 구속수사에 관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경쟁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토론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가 정의 실현이냐 정치 보복이냐”고 물었고, 윤 전 총장은 “두 분에 대한 걸 이 잡듯이 뒤져서 (수사)한 건 아니다”고 맞받았다.
홍준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비교하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홍 의원은 대북 송금 사건을 예로 들어 “박지원은 구속됐지만, DJ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봐서 수사를 안 했다”며 “그렇다면 박근혜 공천 관여는 통치행위냐 정치 행위냐”고 따져 물었다. 윤 전 총장은 “공천 관여가 아닌 국정원 자금(특활비)을 여론조사 비용으로 쓴 것을 기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상대 캠프와 TK 지역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배신론’에 줄곧 시달려 왔다. 야권 내부에서도 “유승민 지지율 반등의 최대 걸림돌은 TK 민심”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유 전 의원은 19일 대구 언론인 간담회에서 “지난 탄핵과 대선 실패에 대해 제게 책임이 있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이런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게 공세를 펴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띄우고 나섰다. 그는 18일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약속하면서 “김영삼 공항으로 이름 짓겠다”고 공언했다.
“경선 좌우할 영남 책임당원, 향수 여전”
제1야당 대선 주자들이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을 잇따라 대선판에 소환하는 건 영남 책임당원 표심을 노린 전략이란 해석이다. 최종 후보를 가리는 본경선에서 당원투표 반영 비율은 50%로 2차(30%)보다 많이 늘어나는데, 당원 상당수가 영남 당원이다. 당 관계자는 “영남 당원에게는 경북 출신 이 전 대통령, 대구 출신 박 전 대통령은 물론 거제 출신으로 부산이 정치적 고향인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자주 언급하며 호남 구애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11일 “DJ의 통합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했고, 지난 8월에는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대결을 앞두고 호남 외연 확장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전직 대통령과 인연과 악연으로 얽혀 있다. 윤 전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당시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이었고, ‘다스’ 재수사 때는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2005년 박근혜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 전 의원은 탄핵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과 완전히 갈라섰다. 홍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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