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네임' 김진민 "K콘텐트 연출자면 '오징어 게임'에 절해야"[인터뷰]

강혜준 2021. 10. 19. 13: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청소년 성범죄를 다룬 ‘인간수업’에 이어 여성 원톱 누아르 ‘마이네임’까지 파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설정은 김진민 감독을 소개하는 특징이다. 매번 극적인 장면과 반전으로 머리 아플 법도 한데 김진민 감독은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를 내주는 대본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렸다.

‘마이네임’은 ‘오징어 게임’의 메가 히트로 K콘텐트의 글로벌 위상이 최상인 지금 후속으로 공개돼 초반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OTT 콘텐트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18일 기준)에서 이틀 연속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4위 및 톱10에 타이틀을 올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대흥행 이후 공개된 작품인데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라기보다는 한국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오징어 게임’에 절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전 세계에 ‘K콘텐트에 관심 좀 가져야 될 거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줬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로 콘텐트를 만들었는데 꼭 챙겨봐야 하는 일이 됐다.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오징어 게임’이 아주 잘해냈다. 이 흐름에 올라타야지 재를 뿌리면 안 된다. 해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랭킹에 대해 감각이 없는 편이다. ‘오징어 게임’이 깔아 놓은 판에 살짝 올라간 느낌이다(웃음).”

사진=넷플릭스 제공

-‘누아르’, ‘복수’를 다루는 작품은 남성 서사가 많은데, ‘마이네임’은 여성이 원톱이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복수를 하고, 스스로 누구인지 정체성을 찾아간다. 누아르물, 흔히 언더커버 장르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관점이다. 자기 정체성과 관련해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복수의 끝에서 복수란 게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매력적이다. 워낙 액션이 많이 포함된 작품이라 액션과 여자 주인공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만드냐가 가장 고민이었다. 무술감독과 한소희 배우가 준비를 잘해줬다. 액션이 말을 하게 되고, 설득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한소희는 세련된 도시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 액션을 맡긴 이유는.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배우더라. 솔직히 (한소희에게) 지금 액션을 시키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왠지 서늘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고, 액션을 하면 시청자들이 확 꽂힐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다만 직접 액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소희가 ‘지우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지우의 액션’을 한다가 더 필요한 지점이었는데, 잘 소화해 줬다. 단 한 번도 ‘대역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안 했다.”

-극 중 러브신 장면이 불필요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장면이 불편해서 불필요하다는 의견으로까지 나아간 것 같다. 연출과 작가로서는 필요했다. 앞 전제에서 복수를 멈추게 하고 싶어 하는 필도(안보현 분)가 있었고, 모든 것은 이미 밝혀졌다. ‘당신의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물어보는 그 시퀀스에서 지우는 어떤 관성으로 절대 멈출 수 없는 사람이다. 인간의 감정이라곤 없는 상태의 지우가 상대방의 공기를 느끼게 되고, ‘내게도 따뜻함이 있는 건가’란 느낌을 담았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란 걸 알았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장면이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세계적인 K콘텐트를 만드는 감독이 즐겨보는 K콘텐트는. “매년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엠넷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다. 현재 방송 중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도 본다. KBS2 ‘다큐멘터리 3일’과 같은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는 것 같다. 일상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좋은 점이기도 하고, 나쁜 점이기도 한데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려다 보면 일상에 보다 더 리듬을 잘 타고 있어야 된다. 오히려 드라마는 꼭 챙겨보지는 않고 드라마 외의 작품들을 더 많이 본다.”

-‘쇼미더머니’를 좋아한다면 다음 작품으로 음악 드라마 혹은 댄스 드라마는 어떨까. “음악 공부를 좀 해야 한다(웃음). 사실 뮤지컬 드라마를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옛날에 슬쩍 시도하다가 엎어졌던 적이 있다. 굉장히 해보고 싶은 장르다. 음악이 주는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은 액션이랑 거의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좋은 가요들도 엄청 많다. 한국의 음악으로 만든 콘텐트가 ‘오징어 게임’처럼 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많은 분이 준비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강혜준 기자 kang.hyejun@joongang.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