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 묻다
[김형순 기자]
▲ 리움미술관 로비에 '미디어 월' 화질 5천만 화소 이상, 크기 1462인치. 수백 명 작가도 동시에 영상으로 소개할 수 있다. |
ⓒ 김형순 |
리움미술관(한남동)과 호암미술관(용인)이 긴 공백을 깨고 10월 8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고 이건희 회장과 유족은 '문화유산으로 수집해 국립미술관 등에 미술품을 기증한 뜻을 계승하고자, '리움상설전(M1, M2)'을 무료로 운영한다. 기획전도 연말까지 무료다. 단 사전예약제이기에 하루 600명(시간 당 75명)만 가능해 매진되기 쉽다.
리움미술관은 재개관하면서 부관장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김성원 교수를 선임했다. 그녀는 국내 대표기관에서 예술감독, 비평가, 교육자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입구에는 영국의 '울프 올린스(W. Olins)'가 새로 디자인한 리움(Leeum)로고(상품권)를 새로 선보인다. 로비에는 돔 원형 기둥(로툰다) 중심으로 매표소, 카페, 아트숍 등을 기능적 공간으로 재배치했다. 미술관 품격을 높이는 은은한 검은 색조다. 가운데 햇빛의 농도에 따라 환상적 빛을 연출하는 김수자 설치작품 '호흡'이 관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 <디지털 가이드> 목에 걸고 작품 앞에 서면, 작품 설명이 바로 나온다 |
ⓒ 김형순 |
이번 삼성미술관 전시는 'M1'에서 '고미술상설전'이, 'M2'에서 내일을 여는 '현대미술상설전'이, 메인 전시실에서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주제로 기획전이 열린다. 전시가 시대별로 장르별로 다채롭다. 섹션과 채널과 통로가 많아 '다공예술'을 닮은 전시형태다.
▲ 조지 시걸 I '러시아워' 1983. 무거운 발걸음 속 고립과 소외 속 익명화 되어가는 현대인의 뒷모습을 닮았다. |
ⓒ 김형순 |
기획 전시장 입구에, 인간의 본질을 담은 '자코메티'의 거대 '여인상(1960)', 몸과 우주의 공감을 픽셀화한 '곰리'의 '인물상(표현, 2014)',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1983)' 무표정 속 출근하는 군상 등 수천억대 나가는 조각품들이 서 있다. 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번 기획전 연계 영상 인터뷰에 철학자 'R.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1954년)'가 참가했다. 그녀는 "위성이 확장되는 시대, 오히려 인간의 위상은 떨어졌다. 지구는 생명체이고 인류는 운명공동체다. 자연에 군림하려는 인간우월주의는 위험천만하다"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맞으려면 최고와 최악이 동시에 일어나는 시대에 균형감이 필요하다"라는 말했다.
이번에 하이라이트는 역시 '그라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기획전이다. 130여점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을 선보인다. 1. 거울 보기 2. 펼쳐진 몸 3. 일그러진 몸 4. 다치기 쉬운 우리 5. 모두의 방 6. 초월 열망 7. 낯선 공생 등 일곱 주제의 '7가지 섹션'이 있다.
▲ 이브 클랭 I '대격전(ANT103)' 퍼포먼스 1962. 이브 클랭은 몸을 살아있는 붓으로 삼아 인체측정을 발표하다. 영상촬영 |
ⓒ 리움미술관 |
'거울 보기'로 시작하는 이 섹션은 문명의 분기점에서 인간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이전과 다른 생태계와 사유체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모든 섹션을 두루 보고 있으면 지구촌 사람들이 처한 위기의 삶이 통째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의 상상력을 빌려서라도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뭔가 특단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이중 '섹션 2(펼쳐진 몸)'에서는 '몸'이 중요한 매체로 떠오른다. '몸소 한다'는 우리말도 있지만, 몸이 바탕이고 정신은 빙산의 일각일 뿐, 몸이야말로 사회 문화 역사를 체험하고 변화시키는 주체이고,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호이자, 원활한 의사소통의 장소로 본 것이다. 이런 관점을 실현한 한국 작가로 '이건용' 작품 '손의 논리'가 소개된다.
이에 선구자는 '이브 클랭'이다. 요절한 그는 '누보레알리슴(비물질화 미술운동)'을 이끈 천재였다. 그는 어느 날 몸을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깜짝 이벤트를 구상했다. 그는 인간의 몸이 내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예술의 그릇에 담았다. '섹션 3(일그러진 몸)'에서는 몬스터와 좀비가 등장하고, '섹션 4(다치기 쉬운 우리)'에서는 '분리불안' 등 인간소외가 주제다.
'섹션 6' 인간과 기계와 자연은 동급
▲ 이불 I '사이보그(인조인간) W 1-2-4-6' 1998-2001. 인간/기계 경계 넘어 미래를 열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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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준 I 전자인간(라인골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6번) 연작, 1995. 그 이상형은 음악적 전자 인간인 것 같다. |
ⓒ 김형순 |
'섹션 6(초월열망)'에선 기계와 인간의 결합한 '이불'의 '사이보그'와 '백남준'의 '전자인간'이 나왔다. 인간은 수천 년간 세계를 변혁시키는 주체로 믿어왔다. 그동안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등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수명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앞에서 인류는 무기력했다. 인간이 자연을 너무 괴롭힌 증거다. 여기서 '자연·인간·기계'의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백남준의 이에 대한 견해는 분명하다. 위 세 가지 위계를 동등하게 봤다. 음악을 이해하는, 고뇌의 감정을 지닌 인간화된 로봇, 그에게 기계와 인간은 차이가 없다. '천지인'이 하나라는 백남준식 재해석이다. '들뢰즈'도 인간중심주의를 부수는 게 예술이라며 둘이 같이 가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보이스'는 이성적 존재로 자처하는 인간이 때로 '토끼'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 최우람 I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am)' 금속재료, 수지, 모터, CPU 보드, LED 360×260×220cm 2011 |
ⓒ 김형순 |
B1층 들어서면 최우람의 모바일 작품 '쿠스토스 카붐'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모래에 누워있는 해골 뼈 위에 하늘거리는 홀씨를 가진 기계지만 숨 쉰다. 작가는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가상의 '기계생명체'를 발명했다. 2011년에 '뉴욕 아시아협회'에서도 전시했다.
그리고 지금 '테이트모던'에서 전시하는 '아니카 이(Anicka Yi)'의 2019년 작품 '민달팽이(아래)'를 보자. 이 작가는 박테리아 '배양균 변이' 같은 혼란에 파문을 일으켜 활력을 준다. 천연 밀랍으로 만들어 후각도 자극한다. 유기체와 인공물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미생물학자 등과도 협업한다. 그리고 '이불'의 그로테스크한 '몬스터 블랙(아래)'도 볼 수 있다.
또 1층(중력의 역방향)에서는 중력은 물질의 세계인데 이걸 비물질인 에너지의 세계로 확장하는 현대미술의 면모를 보여준다. 2층(검은 공백)에서는 수묵시대부터 현대추상까지 그 어느 색보다 풍부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검은 색의 신묘함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 조선시대 '분청사기인화승렴문병'(15세기)와 박서보의 단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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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미술상설전'에서는 160점을 선보인다. 도자기를 주로 선보인다. 조선 초 '분청사기'와 박서보 '단색화'를 나란히 전시해 놓았다. 그래서 현대회화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족보가 있음을 알린다. 끝으로 고미술 45점이 소개되는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 제목하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의 찬란한 금속미술사를 펼쳐 보인다.
리움미술관 재개관 다른 전시 작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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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 리움 웹사이트 홈페이지 www.leeum.org / 온라인 스토어 www.leeumstore.org [2] 이탈리아 철학자 '로지 브라이도티(R. Braidotti, 1954년)'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R-2AvdjWkY [3] 인간, 7가지 질문 해설 '곽준영' 큐레이터 https://www.youtube.com/watch?v=pWlnzHlxe3o [4] 리움미술관, 로비에서 '제니퍼 스타인캠프' 작가 감상 https://www.youtube.com/watch?v=iIASjBPk3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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