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블라인드 테스팅서 찍은 일본 위스키, 알고보니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40)
종종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 어떤 위스키인지 알고 마실 때와 모르고 마실 때, 느끼는 게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위스키인지 맞출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기필코 어떤 위스키인지 맞춰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결국 실패. 처음 향과 맛을 보자마자 ‘올드보틀’, ‘쉐리캐스크’가 직감적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옆 사람이 “쉐리캐스크는 아닌 거 같다. 이게 쉐리캐스크면 나는 쉐리캐스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하는 바람에 흔들리고 말았다.
한번 흔들린 마음은 스코틀랜드를 떠나 일본으로 향했고, 자꾸 일본 위스키다운 맛을 끄집어내려 노력했다. 40도에서 43도의 쉐리와 버번이 뒤섞인 듯한 일본 싱글몰트 위스키…. 선택은 야마자키 18년, 최근 보틀. 가벼운 느낌의 쉐리 터치였지만 나풀거리는 향 속에 묵직함도 담겨있어 야마자키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정답은 맥캘란 12년 1980년대 보틀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같은 위스키를 후쿠오카에서 마신 적이 있다. 당시 함께 위스키를 마시러 간 지인이 마셔보라고 사줘 맛을 봤는데, 굉장히 맛있게 느꼈다. 당시의 기록을 찾아봤다.
“요즘 나오는 맥캘란 12년 뺨을 수십 대 후려치고도 남을 정도로 맛있는 위스키. 아주 아주 진한 쉐리 느낌에 알코올이 튀는 느낌도 전혀 없고, 12년 주제에 숙성감이 아주 좋게 느껴진다. 피니시도 아주 길고. 정말 아름다운 쉐리라는 느낌이 딱 드는 위스키. 이래서 맥캘란은 싱글몰트의 롤스로이스였나보다.”
2017년 후쿠오카에서 맥캘란의 롤스로이스 면모를 맛봤지만, 2021년 10월에는 감흥이 줄었다. 맛있는 위스키인 건 분명했지만, 4년 전과 같은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 위스키는 아무 죄가 없다. 이 맥캘란 12년 1980년대 보틀의 맛은 그대로다. 그 사이에 위스키도 많이 마셨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 감흥이 줄어든 탓일까.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줄었던 감동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한결같지 않아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극적인 감동을 주는 술이 바로 위스키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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