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부모상담소] 새벽까지 오토바이 타는 사춘기 아이…전화도 안받고, 어쩌죠

김현예 2021.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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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열두 번째 상담은 오토바이를 타는 아들의 사연을 헬로!페어런츠에 보내주신 한 아버지의 이야깁니다.


오토바이에 빠진 아들, 걱정이 큽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아들 걱정에 잠이 잘 오질 않아요. 제 일터가 외지에 있어서 주말에나 아들을 봅니다. 아내 혼자 아이를 돌보고요. 아들 걱정이 커진 건 2년 전부터입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아이를 유학을 보냈어요.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귀국하게 됐지요. 검정고시를 보기로 했고,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오토바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친구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거나, 무면허인데 운전을 했어요. 절도까지 가는 모습을 보다가 차라리 면허를 따고 정당하게 오토바이를 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산 것이 올해 여름. 그런데 아이가 오토바이를 사며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요. 새벽에 나가고 들어옵니다. 학원은 등록만 하고 빠지는 것이 기본이고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12회. 김지선 PD


엄마와도 갈등, 어쩌죠 아들은 엄마와도 사이가 좋질 않습니다. 엄마와의 잦은 충돌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엄마 입장에선 덩치 큰 아들이 화를 낼 땐 겁이 날 때도 있다고 하고요. 엄마는 속이 타니 메시지든 전화든 수십차례 하는데, 아이가 아예 무시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실은 그사이 오토바이 사고가 한 차례 있었는데요, 쫓아다니면서 감시할 수도 없잖아요. 안 좋은 행동만 하는 아들,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고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오토바이에 빠진 아이 심리 먼저 볼까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위험한 오토바이를 아이가 타고 나가니,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해주신 말씀을 유추해보면 아이는 중학교 때 적응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때 아이가 왜 그런지를 자세히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해외로 보내는 선택을 하셨다니 아쉬움도 듭니다. 부모도 없는 해외에서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문제가 극대화되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조금 자포자기한 감정이나 울적한 감정, 불쾌한 마음도 들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뭔가 짜릿한 것으로 울적하고 불쾌한 마음을 해소해보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하니 참고 힘들어도 해결하려 들기보다 회피하는 쪽으로 바꿔버리기 쉬워요. 그런 마음으로 오토바이를 놓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부모님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지금은 부모님께서 마음처럼 오토바이를 틀어막을 수는 어려워 보여요. 내부에 있던 아이의 위축된 마음, 자기 마음속에 있는 울적한 감정, 이런 것들을 우리가 해소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빼앗아버리면 아이는 좀 더 안 좋은 쪽으로 갈 수도 있거든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김지선PD.


왜 아이는 오토바이에 매달리게 되었을까요 오토바이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 분석한 다음에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시면 어떨까요. 처음부터 아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뭘 해야 할지를 모르고 통제밖에는 안 하게 됩니다. 근데 이 방법은 아이에게 먹히지 않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이 악순환을 끊는 첫 번째 방법은 왜 아이가 오토바이에 이렇게 매달리게 되었을까, 그걸 이해하는 겁니다.

대화방식을 바꿔볼까요 아이가 위력을 어머님께 과시한다든지 하는 행동은 옳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머님께서 문자를 수십통씩 하시는 것도 조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께서 사실은 일방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지를 못 해요. 잘되라고 한 거고, 그게 왜 나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하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면 아이 역시 듣기 좋은 소리도 싫을 겁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계속 (문자를) 보내는 것은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어요. 사실 문자도 대화거든요. 일방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거기에 대한 반응을 보셔야 해요. 문자를 했을 때 아이가 답을 잘하는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인지, 툭툭거리는지 혹은 전혀 먹히지 않는지를 보고 대화 방식을 달리하셔야 해요. 어머님께서 힘드시겠지만 한번 대화 스타일을 점검해보시고, 그런 부분이 있다면 고치시면 좋겠습니다. 문자에 답도 없는데 수십번 보내시는 건 안 하시는 것이 좋아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김지선PD.

공부는 서약서 쓴다고 되질 않아요 학업 걱정도 하셨는데, 학업을 위해 아이들은 서약서를 쓰지 않아요. 서약서 써야 공부를 한다면 그게 공부가 될까요. 적어도 공부를 하려면 본인의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해요. 초등 저학년 때는 부모가 시키면 그냥 해요. 그런데 사춘기 되면 공부는 본인의 동기가 없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서약서 써야 공부할 친구들은 아예 공부를 안 합니다. 그걸 아셔야 해요.

외려 서약서를 쓴 이유는 2차 이득이 있어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뭘 사준다거나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 동기 부여를 사춘기에 만들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사춘기 때 아이의 어떤 문제가 내 눈에 들어오면, 사실은 그 문제가 이미 어릴 때부터 지속했다가 빵하고 터지는 경우가 많아요. 빙산을 생각해볼까요. 요렇게 나와 있는 빙산 아래, 이만한 것이 있잖아요. 밑에 어마어마한 문제가 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얘는 오토바이만 안 타면 돼" 라거나 "얘는 게임만 안 하면 돼" 이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이가 왜 오토바이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이의 어려움, 그간 미숙하게 자란 부분, 잘 훈련이 안 되어 있는 부분이나 상처,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걸 아시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이 심리를 파악해 보세요 심리적인 문제는 눈에 안 보일 수 있어요. 종합 심리검사가 있습니다. 지능이나 여러 인지능력을 평가하고, 집중력, IQ 검사가 다 들어가요. 또 한쪽으로는 마음속에 부모하고 사이가 어떤지,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정 조절은 잘하는지, 충동 억제는 잘 되는지, 사회성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쭉 볼 수 있는 심리검사가 있어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김지선PD.

검사를 해보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이슈가 뭘까, 부모님과 사이는 어떨까, 이런 것들을 다 볼 수 있어요. 종합 심리 검사처럼 아이 마음과 인지 검사를 할 수 있는 것을 권해드려 봅니다. 제일 과학적인 방법으로 한번 내 아이를 보는 것, 꼭 한 번 권해드립니다.

아버님! 늦지 않았습니다 오토바이 걱정만 너무 하시지 마시고 전문가와 “위험한 거 타지 말라는데, 왜 자꾸 오토바이를 타는지 원인을 알아보자. 네 장래를 위해서 한 번 알아보자" 하시면서 심리검사도 해보시고요. 또 결과를 아이에게도 알려주세요. ‘네가 이런 마음이 있었네?’ 부모님의 잔소리가 아니라, 전문가가 하면 의외로 아이 중에 경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를 알 기회를 좀 아이에게 줘서 너는 이런 사람 같은데? 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김지선PD.

그간 부모님께서 놓친 부분이 있잖아요. 그걸 잡아주자, 이런 마음으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오토바이만,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밀려있던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는 마음, 그것이 있어야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거기에 맞는 실천이에요. 일방적으로 대화하시면 아이 마음의 불꽃이 다 가라앉습니다. 이게 더 어려운 거죠. 부모님께서는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어요. "내 대화가 어때서!" 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시지 마시고요. 저 역시 나쁜 면이 많아요. 부모로서요. 그래서 굉장히 반성하는데요. 부모인 우리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대화의 태도를 한 번 바꿔보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이가 설득이 조금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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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

김현예 기자·김경민 인턴기자 hykim@joongang.co.kr·영상 김지선·정수경 PD kim.jisu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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