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D] 맞춤광고 PC에 떠 성향 들켰다..'훔쳐보기와 전쟁' 알짜 팁

트랜D 2021.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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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클릭 한 번에도 관련 콘텐트 '강력 추천'


지금까지 다뤄진 공공장소에서의 '훔쳐보기'에 대한 연구나 담론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쾌감('몰래 훔쳐보기'와 같은 스크린 스누핑 등)이나 암호 같은 민감 정보를 훔치는 보안 이슈(숄더 서핑, 비주얼 해킹) 등으로 이야기돼 왔다. 특히 어깨너머로 중요한 코드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암호를 더 어렵게 만드는 디자인(패턴 만들기, 키보드 배열 바꾸기 등)이 지속적으로 고안돼 왔고, 실제로 그 결과물들은 우리 생활 속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요즘은 지문이나 홍채, 얼굴 같은 생체·이미지 인식이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가운데 훔쳐보기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각개전투를 연구한 내용은 꽤 흥미로운 지점을 보여준다 (Kuhn et al., 2019). 우리의 일상에서도 꽤 많이 관찰할 수 있는 모습들인데, 가령 버스 안에서 급히 인터넷 은행 계좌에 접속해 PIN 코드를 넣어야 할 때는 유독 두리번거리게 되고, 손과 가방과 스카프까지 이용해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움직인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은 '남들이 봐도 괜찮다' 싶은 콘텐트 (예를 들면 친구와의 정말 가벼운 ‘톡’ 같은 것)에 대해서는 기기를 슬쩍 숨기는 정도의 행동이 나타난다.

숄더 서핑(사용자 어깨너머로 훔쳐보기)을 막기 위한 모바일 기기 유저들의 전략을 유저의 관점에서 정리한 내용 (Kuhn et al. 2019)


하지만 정말 남이 봐도 별것 아닌 콘텐트를 통해 개인의 사소한 취향이 쉽게 포착될 수 있다는 점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취향을 들킬 수 있는 재료들을 내가 제어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특히 비대면 회의가 늘면서 관련 사례는 꽤 많이 쌓이고 있다. 강의자 또는 발표자가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공유하던 중 추천 광고 때문에 예상치 못한 화면을 보여주게 돼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타깃 광고(유저의 성향이나 인구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광고 전략)가 일상이 됐다는 것 정도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짧은 쿠키 광고 영상 하나만으로도 '저 사람은 아이를 키우고 있구나', '요즘 연애 상대를 찾는 앱을 들여다보고 있나 보지?' 같은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행동을 기록한 ‘로그데이터’가 명확한 ‘콘텐트 ’로 나타나니까


최근에는 휴대전화의 기록만 가지고도 사람의 뇌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고 나서는 연구도 등장했다(Montag et al., 2021). 저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매일 일기 같은 기록을 남기는 셀프리포트(self-report) 방식으로 사람을 주로 파악해 왔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만 까 봐도 그 사람의 24시간 욕구와 호기심, 각종 행동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상호작용한 기록에 각종 로그데이터를 묶어 분석하면 그 사람의 심리적, 신경학적 경향성까지 뽑아낼 수 있다는 게 연구자의 주장이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썬 더더욱 가능해진 시나리오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보는 화면이 남들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지를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로그데이터처럼 과거에는 기계 내부에, 서버 안에 숨어 있던 내 흔적들이 지금은 '맞춤형 추천 콘텐트'라는 이름으로 시각적으로밖에 던져지는 것이다. 내 뇌 구조나 생활 패턴이 고스란히 화면에 드러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일상적인 콘텐트 소비쯤으로 보고 가뿐히 넘기기보다는 이 또한 내 정보임을 자각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들키지 않을 권리… 적극적인 '해제'


그렇다고 지루한 출퇴근 시간을 콘텐트 소비 없이 나기는 힘들다. 몇 가지 팁이 있다. 유튜브 모바일 앱에는 '시크릿 모드'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를 실행하면 내 영상 정보를 데이터로 남기지 않으면서, 광고 또한 나의 이전 행동이나 활동과 무관한 것들이 나온다. 하지만 유료 프리미엄 계정 서비스를 쓰고 있거나, 각종 추가적인 맞춤형 기능들을 쓰고자 한다면 해당 모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PC 버전에 들어가 'YouTube의 내 데이터' 메뉴에서 '광고 개인 최적화'의 사용 여부를 해제할 수 있다. 웹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찾아보았는지에 대한 활동 기록도 충분히 삭제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자주 열어보는 인스타그램 앱에서도 타깃 광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원치 않는 주제에 대해 설정을 해제할 수도 있다.
유튜브 앱에서 시크릿 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탭(왼쪽 사진)과 인스타그램의 광고 설정 메뉴 예시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은 일부러 알고리즘에 혼동을 주는 '데이터 독 타기'를 진행할 수도 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콘텐트를 일부러 의도적으로 재생해 알고리즘이 '이 사람이 도통 어떤 패턴에 속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없게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기적으로는 알고리즘의 성능을 저하하고 해당 서비스의 추천 정확도를 떨어뜨려 해외에서는 일종의 저항적인 시민운동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다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알고리즘 개발자들도 다른 한쪽에서 '이상한 움직임'만 따로 걸러내는 기술을 새로 고안하는 등 나름의 활로를 탐색하고 있다.

매사에 날을 세우고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약간의 예민함이 쌓이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클릭해 끝까지 읽은 이 콘텐트는 몇 분 뒤 당신의 화면에 #보안콘퍼런스 #사생활보호액정필름 같은 광고를 뱉어줄 수 있다.

■ 유재연 객원기자

트랜D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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