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부유 상징인 아보카도..호주선 돌연 '폭탄세일' 왜

정은혜 2021. 10. 19.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 자료 사진. [중앙포토]

“아보카도 사이에서 헤엄을 칠 정도다.”
인기 식재료인 아보카도가 호주에서 공급 과잉 상태라며 1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의 경제판 비즈니스타임스가 이같이 전했다. 호주 전역의 수퍼마켓은 아보카도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폭탄 세일’을 하고 있다.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올해 초 2.2달러(약 2600원)였던 아보카도 개당 가격은 현재 73센트(약 860원)다.

이는 올해 아보카도 생산이 풍작인 데다 수개월간 진행된 고강도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카페,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생긴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브런치 주요 식재료인 아보카도가 코로나19 확산의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호주인들의 아보카도 소비량은 증가 추세다. 농업 그룹사인 아보카도 호주(Avocados Australia)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현재 1인당 연간 4㎏의 아보카도를 소비하고 있고 2022년까지 5㎏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량 중 상당 부분은 식당, 카페가 차지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스토랑과 카페의 소비량은 호주 전체 아보카도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호주가 전세계서 가장 긴 수준의 락다운(봉쇄)을 감행하면서 아보카도 소비의 한 축이 무너졌다. 호주NBC 뉴스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은 전 세계서 가장 긴 봉쇄를 한 도시로 기록됐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지난해 3월부터 총 6번의 봉쇄 조치를 했고, 그 기간은 9개월에 달한다. 지금까지도 수개월째 도심을 봉쇄한 상태다.

아보카도가 건강과 부유를 상징하는 인기 식재료로 부상하면서 호주 농가가 생산을 꾸준히 늘려온 것도 현재 공급 과잉의 원인이 됐다. 호주는 올해 지난해 대비 65% 많은 아보카도를 생산했다. 호주 농부들은 지난 10년간 아보카도 생산량을 늘렸는데 올해는 작황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좋았다는 게 호주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아보카도는 호주에서 1년 내내 재배 가능한 작물이기도 하다.

아보카도 플라워 토스트. [중앙포토]

아보카도 호주의 최고경영자(CEO) 존 타이어스는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며 “1년은 버틸지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생산을 중단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호주에서는 2026년 아보카도 생산량이 17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대비 2배에 달하는 양이다.

호주에서는 현재 진열대에 올라온 아보카도보다 농장에서 썩고 있는 아보카도가 더 많다고 한다. 값싼 아보카도 가격과 많은 폐기량은 농부들에게 손실을 안기고 있다. 호주 선샤인코스트 지역의 농부 토니 프랫은 호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보카도가 1호주달러가 된다는 것은 (생산 원가보다 낮은 가격이라) 모든 농장이 돈을 잃는다는 의미”라며 “주문받은 아보카도를 포장해서 시장에 보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호주도 ‘위드 코로나’의 대열에 참여하면서 아보카도 적체 현상은 다소 완화될 조짐이다. 호주 멜버른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봉쇄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한다. 호주 NBC뉴스에 따르면 멜버른 시당국은 오는 22일부터 코로나19 봉쇄를 해제한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州)도 지난 11일부터 도심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일부 주들은 봉쇄 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아보카도 수출은 다른 원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2020~2021년 기준 수확량의 4%만 수출됐다. 이에 블룸버그는 아보카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시장 수출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