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칼럼] 스윙 보터와 정권 교체

김명호,논설고문 2021. 10. 1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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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관심도 높고 실용적이며 책임과
성과 따지는 스윙 보터 눈길을 잡는 쪽이 이긴다
결국 진영으로 갈라져 묻지마 지지 보내는
선거에서 그들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
어쩌면 역대 가장 저질스러운 선거에서
합리적 실용적 선택 결과가 이뤄질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됐고, 국민의힘은 2강 후보가 접전 중이다. 여야 진영 간, 야당 내 싸움은 점점 진흙탕 속으로 빠져든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서로 구속, 약탈이란 표현을 주고받으며 격렬히 부딪친다. 윤석열과 홍준표 후보는 첫 맞짱토론에서 누가 누가 덜 나쁜 사람인가를 놓고 다퉜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이나 도덕성 검증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요소다. 현 정권의 무능과 극심한 위선이 그렇게 만들었다. 나라 전체가 진전 없이 자꾸 처지는 상황에서 실용적인, 책임지는, 제대로 일해 성과를 내게끔 하는 스트롱맨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그렇게 만들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여야의 확실한 고정 지지층은 각각 30%를 조금 넘는 엇비슷한 비율이다. 이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끝까지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는 이념과 정책 측면에서 중도층(중도좌, 중도우를 포함해)이거나 선거 때마다 실용이나 능력을 보고 선택을 달리하는 유동층(스윙 보터)이다. 이들은 지긋지긋한 진영 싸움과 정치적 냉소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응징과 선택을 하러 투표장을 찾는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지난주 3곳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의 비율이 55.7%대 36.2%, 54.5%대 38.2%, 56.7%대 35.6%로 나타났다. 차이가 20% 포인트 안팎이다. 이 중 한 곳의 조사는 넉 달 전에 비해 그 차이가 두 배나 벌어졌다. 정권 교체 지지 여론이 뚜렷이 올라가는 추세다. 20% 이상 차이가 고착화되면 뒤집기가 힘들다고 보는 선거 전문가들이 많다.

세 조사는 이재명 후보가 확정된 직후 이뤄진 것이다. 후보 선출의 컨벤션 효과는 전혀 없었다. 효과는커녕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흐름마저 보인다. 대반전이 일어난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민심 흐름을 반영한다. 정권 교체론과 야당 지지율 상승, 여당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의 반전은 ‘대장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여권 위기감, 실제로는 막 선출한 여당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배어 있다. 중심에 대장동이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대장동은 정권 교체론에 힘이 붙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정권 교체 요구가 확실히 높아지는데도 여야 후보의 양자 대결은 엎치락뒤치락한다. 여당 지지층의 결속력이 야당보다 강하고, 야당 후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 이유는 따로 있다. 중도층, 적확하게는 스윙 보터들이 윤석열이나 홍준표에게로 확 쏠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요구가 높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인데도 여당 후보와 야당 유력 후보들이 팽팽한 이유는 여기서 찾아야 한다(물론 대장동 리스크로 이재명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이게 추세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스윙 보터는 대체로 박근혜 문재인 정권 10년을 실패했다고 규정한다. 정권의 독주나 불통이란 측면에서도 두 정권이 비슷하다고 본다. 이들의 특징은 정치 무관심층이 아니라 관심도가 높은 층이라는 점이다. 둘째,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 않다. 자기 기준에 따라 후보와 정당의 능력을 보며 선택을 달리한다. 셋째, 실용주의자들이다. 정치적 성향은 있겠지만 본인 또는 공동체의 편익을 중요시한다. 넷째, 이게 현실적으로 중요한데 스윙 보터는 결국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주 조사된 55% 안팎의 수치는 스윙 보터들이 정권 교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는 신호다.

윤석열과 홍준표는 이 흐름을 타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지금처럼 우물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싸우는 건 아주 자잘해 보인다. 보다 넓게 중도층이나 스윙 보터의 시각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게 맞다.

위기 속 여당은 재빠르게 리포지셔닝을 한다. 송영길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돼도 정권 교체”라고 규정했다. 문 정권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되며, 선거 승리를 위해 밟고라도 가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권 재창출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건 대장동 리스크로 내부에서 나오는 후보 교체론을 미리 타격하는 효과도 노린다.

야당이 정권 교체론 흐름을 타려면 ‘누가 이길 수 있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제는 궁색하게 반문 정서에 기댈 것이 아니라 똑똑한 스윙 보터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결국 그들의 선택이 대통령을 결정한다.

김명호 논설고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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