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한국 사위와 코리아타운
미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40번 국도는 메릴랜드주 엘리콧 시티를 관통한다. 그 길 양쪽으로 한인 업소 170곳이 터 잡은 지역이 얼마 전 한글날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됐다. 몇 안 되는 주 정부 공인 사례다. 전통 한옥 양식을 재현한 조형물도 설치됐다. 한인 사회 도약을 위한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메릴랜드 주지사는 한국 사위로 널리 알려진 래리 호건이다. 한인 첫 퍼스트레이디인 유미 호건 여사가 코리아타운 건립위원회 명예 위원장을 맡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개장 행사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계 부인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 덕분에 흥미진진한 날을 맞게 됐다”며 호건 여사에게 공을 돌렸다.
민주당 아성에서 역경을 딛고 재선한 호건 주지사는 2024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 주자로 꼽힌다. 그는 거침없는 트럼프 비판론자다. 올해 초 의회 폭동 사태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 촉구했다. 이후 공화당이 반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의원총회 의장을 축출하려 하자 “당이 트럼프 시절 최악의 4년을 보내더니 내부 총질 부대가 됐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호건 주지사는 대선보다는 내년 중간선거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심이 서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오든 안 나오든 포기는 없을 것”(폴리티코 인터뷰)이라며, 도전 의지는 감추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비영리단체 ‘미국 연합’을 결성해 극단과 분열을 끝낼 초당적·상식적 지도자를 뽑을 때라며 지지세 확산에 나섰다.
현실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 주지사 직무수행 지지도는 임기 후반임에도 60~70%로 고공행진 중이지만, 공화당 차기 주자 선호도에선 1% 언저리다(에셜론 인사이츠 조사). 반트럼프 행보로 인지도를 높인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이나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보수 가치의 회복을 내세운 경쟁 후보군을 압도해야 이변의 여지는 생긴다.
3년이나 남은 미 대선은 이례적으로 조기에 달궈지고 있다. 아프간 철수 대혼란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휘청거린 틈을 트럼프 진영이 파고들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이어 대중 집회를 열어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있다. 공화당원의 82%가 호감을 표하고, 67%는 대선 재도전을 지지했다(모닝컨설트 조사). 판세는 상원의원의 3분 1, 하원 전체가 바뀌는 중간선거에서 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누구의 영향력이 더 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코리아타운 축사를 이어가던 호건 주지사는 한국어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한국 사위라는 게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환호와 박수가 잇따랐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침체했던 한인 상가엔 모처럼 기대와 활기가 감돌았다.
임종주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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