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매체 혁명 시대, 결국 플랫폼 갖춘 대학이 살아남는다"

문현경 2021. 10. 19.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지식 공유 확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


연세대 서승환 총장은 “더불어 살아가는데 기여하면서도 사회를 혁신하고 발전시켜나갈 인재를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진영 기자
연세대학교는 지난달 지식 공유 플랫폼 ‘런어스(LearnUs)’를 일반 대중에게 열었다. 지난 학기에는 교내 강의용으로 활용했는데, 일반으로 공개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케이무크(K-MOOC·한국형 온라인 강좌)’처럼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강좌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있었지만, 대학이 나선 건 연세대가 처음이다.

서승환(65) 연세대 총장은 “앞으로의 대학은 플랫폼이 있는 대학과 없는 대학으로 나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런어스 구축에 매진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 매체 혁명 시대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대학은 지속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고전할 것”이라는 서 총장을 지난 5일 연세대에서 만났다.

Q : 어떤 취지로 플랫폼 구축에 나섰나.
A : 취임 전부터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교육 환경이 많이 달라진 데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대두한 최근에는 초융합·초연결이 필수적이다. 대학의 근본 환경이 달라졌는데 적응하지 않으면 미래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수명이 길어지고 지식 반감기는 단축되는 상황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대학에서 4년 공부한 것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봤다.

Q : 왜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보나.
A : 대학교육을 비롯한 고등교육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당히 비싸지고 있다. 경제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교육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 진학률은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경제적 이유로 고등교육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학은 지식을 제공해 공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면 수업만으로 하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이용하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겠다고 판단했다.

Q :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A : 플랫폼을 만든 뒤 이를 계속 운영하고 발전할 수 있느냐는 것은 양질의 콘텐트를 지속해서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려면 교육과 연구를 동시에 잘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교육을 잘하는 콘텐트 기업도 많고, 연구를 잘하는 연구소도 많다. 그런데 연구와 교육에서 동시에 강점을 갖는 건 대학일 것이다. 런어스에서는 연세대 교수진 및 각 분야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지식·전문성·경험을 나눌 수 있다.

Q : 다른 대학과도 공유가 가능한가.
A : 런어스 플랫폼을 통해 공동 강의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은 상당히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데 2+1로 일주일에 2시간은 온라인, 1시간은 오프라인 강의로 진행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2시간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 공통으로 듣고 1시간 오프라인 수업은 소속 학교에서 듣는 형태가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대학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도라 보고 전국 16개 대학과 협의 중이다.

Q : 인공지능(AI) 분야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A : 올해부터 AI대학원에 선정돼 첫 신입생을 받았다. 현재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100억원 규모의 자체 투자로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연구와 산학 협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학부에도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22학번을 뽑는데 이번 수시모집에서만 경쟁률이 14.7:1을 기록했다. 교양과목 관련 체제도 개편 중인데 내년 입학생들부터는 졸업할 때까지 의무적으로 AI·소프트웨어(SW) 관련 과목을 듣게 할 방침이다. AI·SW는 이제 특정 분야의 특정한 지식이 아니라 일종의 언어기 때문에 누구나 기본적인 수준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Q : 송도 국제캠퍼스 2단계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A : 1단계 사업이 시작되던 2008년 당시 송도건설추진단장을 맡았다. 1단계는 기본적으로 교육과 국제화에 초점을 뒀는데 10년을 돌이켜 보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1학년 전부 기숙사에서 거주한 결과 학습량이나 학생들 간의 친밀감·유대관계가 확연히 달라졌다. 또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등 국제기구도 캠퍼스 내에 들어올 수 있었고 우리 대학에 없었던 약학대학을 유치해 바이오 분야 교육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단계 조성사업은 송도 세브란스병원과 연세 사이언스파크 위주로 산학연병(산업·학교·연구소·병원)의 복합적인 연구기능을 갖출 계획이다.

Q : 학생 수 감소로 대학이 위기인데.
A : 런어스와 같은 교육 플랫폼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강의를 공유하면 교수자로선 강의 부담이 줄고, 학교는 줄어든 공간 수요만큼 불필요한 시설 투자 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는 입학 자원이 줄어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재정이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 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대학들이 연합하고 협조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면 비용을 줄이면서 위기를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서승환 총장

「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석사 학위를,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미시경제학 강의와 저서가 유명하다. 기획실장·송도총괄본부장 등의 보직을 거쳤고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서울시 수도발전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2월 연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