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9월 26일 성남시 압수수색 지시했다"

하준호 2021. 10.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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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이 ‘성남시청 뒷북 압수수색’ 비판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성남시 등 모든 곳을 성역 없이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5일에야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나섰던 터라 “김 총장에 대한 항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총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3주 전인) 9월 26일 (수사팀에) 성역 없이 성남시청을 포함해 모든 곳을 철저히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고, 관련자들에 대해 누구든 구애받지 말고 수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굉장히 늦었고, 검찰의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자 나온 답변이다.

수사팀의 행보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달 29일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10여 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했지만, 성남시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총장 지시대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한 건 지시가 나온 지 19일 만인 지난 15일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정수 중앙지검장 등이 항명한 셈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늑장 압수수색 놓고 “이정수가 알아서 총장 모신 것” 해석도

김오수 검찰총장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일한 전력과 관련해 ‘대장동 특혜’ 연루 의혹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자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눈치를 보느라 압수수색을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김 총장에게 항명하면서 버틴 게 아니라 수사 절차에 따라 정상적인 시점에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유독 성남시에 대한 강제수사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의구심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미 팀 내에서 특별수사 경험이 가장 많은 김모 부부장검사가 최근 겸직 형태로 원래 부서 업무까지 함께 맡게 된 것과 관련해 “성남시청 압수수색 등 수사 방향을 놓고 지휘부와 이견을 빚다가 수사팀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영장 집행 몇 시간 전에 “김 총장이 총장 취임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이 최종 결재라인인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수천억원대 특혜 의혹과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하려면 최종 인허가권자의 지시·결재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도 수사팀은 도시계획과, 주택과, 도시균형발전과 등 실무부서만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해 김 총장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시장실 등이 빠진 걸 알지 못했다”고 답변해 또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대상의 적정성을) 지적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수사는 수사팀이 판단한다”고 말해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당초 지시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수사팀은 이날 성남시청 정보통신과를 추가로 압수수색해 내부 전자결재 서류와 직원 간 e메일 기록 등을 확보했지만 시장실과 비서실은 이날도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김종민 전 순천지청장은 “항명이라면 이 지검장 등의 수사팀은 감찰을 받아야 하며 수사팀 재구성까지 논의될 수 있다”며 “반대로 김 총장이 실제로 그런 지시를 한 게 아니라면 국민에게 거짓말한 셈이 되는 만큼, 어느 쪽이든 중대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여당 대선 후보 수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김 총장의 속내를 파악한 뒤 ‘알아서 모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변 상임대표인 김태훈 변호사는 “수사팀이 항명했든, 알아서 해석해 과잉 충성했든 심각한 일”이라며 “김 총장이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이 지사의 배임 여부가 수사 쟁점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수사 대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또 대장동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수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전 총장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민간 시행사였던 대장동PFV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관련 대출금이 최근 대장동 개발 종잣돈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자 “관련 기록을 검토해 철저히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역 봉사 차원이었고 대장동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 많이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김민중·김수민·하준호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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