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깨기 힘든 호두" 美 최초 흑인 국무 콜린 파월 별세
미국에서 흑인 최초로 합동참모본부의장(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이 코로나19 감염 합병증으로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4세. 파월 전 장관의 가족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콜린 파월 장군이 오늘 아침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 위대한 미국인을 잃었다"고 전했다.
CNN은 파월 전 장관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공화당 행정부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미 외교 정책 형성에 기여했다"고 평했다.
‘전쟁을 한다면 압도적 군사력을 투입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승리한다’. 이른바 ‘파월독트린’으로 불리는 전쟁의 원칙을 수립한 강골 무관이었다. 1989~93년 합참의장을 지내며 이 같은 원칙 속에 91년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국민적 영웅이 됐다. 93년 퇴역한 뒤 2001년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초대 내각에서 국무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자신의 국무장관 지명에 대해 "나는 이것이 이 나라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세계에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각 재임 당시 부시 대통령보다도 인기가 높았고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의 ‘온건 보수파’를 대표해 리더십을 발휘했다.
1937년 미국 뉴욕 할렘에서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C 학점 학생'이었지만 뉴욕시립대 학도군사훈련단(ROTC) 장교로 임관하며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군인이 된 이유에 대해 "군대의 구조와 규율이 마음에 들었다"며 "유니폼을 입으니 뭔가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분야에선 별로 특출난 게 없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戰)에 참전해 병사 두 명을 구하는 공을 세우는 등 35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공화당 행정부에서 등용됐다.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아들 부시 등 대통령 네 명을 보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당파를 초월하는 융통성을 보였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73~74년 경기 동두천 주한 미군부대에서 대대장으로 복무한 바 있다. 95년 발간한 자서전 『나의 미국여행』에선 "한국에서 대대장으로 복무했을 때가 군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면서 "한국군은 지칠 줄 모르며 머리가 좋다. 내가 지휘한 군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군인에 속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가 부시 1기 내각에서 국무장관을 지낼 당시 2002년 10월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파월은 “북한 핵포기에 대가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끝없는 대화 노력으로 북한을 6자 회담에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2004년 8월엔 "북한은 (이란보다) 더 다루기 어려운 나라이며 협상 게임에서는 가장 단단하고 또 단단한 호두들 중의 하나"라고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해 10월 미국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1박 2일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마지막까지 진력했다.
2005년 1월 퇴임 후 국제기구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사양하고 강연과 저술 등을 통해 국제외교의 산 경험을 공유했다. 유족으로 1962년 결혼한 아내 알마 비비안과 세 명의 자녀가 있다. 『콜린 파월의 실전 리더십』등을 남겼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센터는 트위터를 통해 "로라(부시 전 대통령 부인)와 나는 파월의 죽음에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는 베트남전 시절 군인 생활을 시작으로 훌륭한 공무원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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