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간헐 외사시 부모의 관찰 중요".. 6∼7세 때 수술 적합
자녀의 안과 질환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모임에서 이름이 수시로 언급되는 젊은 의사가 있다. 아주대병원 안과 정승아(43) 교수다. 보통 5~6개월은 진료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환자가 몰린다. 한결같이 친절하고 꼼꼼하게 진료하며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주로 다루는 분야는 소아 사시와 약시, 시신경염·눈떨림 등 신경 안과질환이다.
정 교수는 18일 “근시나 난시, 원시 같은 굴절 이상과 결막염, 다래끼 등 감염질환이 어린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과질환이지만 대학병원에는 보다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사시, 약시 환아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사시는 두 눈의 상대적인 정렬이 바르지 않은 질환이고 약시는 뇌 속 시각중추의 지연 발달로 교정시력이 연령에 맞지 않거나 한눈 시력이 반대쪽에 비해 나쁠 때 해당된다. 두 질환의 국내 유병률은 각각 전체 인구의 4% 정도로 추정된다. 영유아검진이나 학교 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진단이 증가하는 추세다.
정 교수는 “사시나 약시는 부모가 아이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발견을 더 잘 한다. 실제 부모의 발견이 70~80%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아이들의 ‘집콕’ 시간이 늘어난 것은 좋은 점도 있는 셈”이라고 했다.
사시는 외관상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3D영상 등 입체시나 원근감 같은 두 눈이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시(視)기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책 읽는 속도가 느리고 현미경 같은 기기를 보는 게 힘들다. 대부분의 소아 사시는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종류(외사시, 내사시, 상·하사시 등)에 따라 원인과 발생 연령, 증상, 치료법이 다르다.
문제는 양쪽 시력이 완성되는 6~7세 전에 사시가 발생하면 뇌가 적응해 아이는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발견이 쉽지 않다. 주로 검사를 통해서만 진단된다. 반면 시력이 완성된 후인 성인기에 사시가 생기면 뇌가 적응할 줄 몰라 사물이 2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나므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정 교수가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사시 증상이 찰나(순간)에 나타나는 ‘간헐 외사시(눈동자가 바깥쪽으로 향함)’다. 아침에 나타났다가 오후에는 괜찮아지는 식이다. 사시의 80%가 ‘간헐 외사시’인데 소아 환자가 대부분이다. 정 교수는 “초등학교 한 교실에 한 명 정도는 간헐 외사시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아이가 피곤해하거나 아플 때, 공상을 할 때, 먼 곳을 쳐다 볼 때 외사시가 잘 나타난다. 간혹 꾸중을 들을 때 딴 곳을 쳐다본다고 억울하게 혼난 경험을 가진 경우도 있다. 밝은 곳에 나가면 한쪽 눈을 찡긋찡긋하거나 눈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대부분은 부모나 학교 선생님이 ‘초점을 잘 못맞춘다’ ‘눈이 따로 논다’ ‘책을 보기 싫어한다’ 등의 느낌을 받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간헐 외사시는 부모나 어른이 아이를 관심있게 볼 때 발견되는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간헐 외사시의 근본 치료법은 수술뿐이다. 사시 정도에 따라 수술 시기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입학전인 6~7세쯤에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만 10세 이전에만 수술하면 양쪽 눈 시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시는 양쪽 눈 모두 연령에 적합한 시력이 아니거나 시각검사표상 한쪽 눈 시력이 반대쪽에 비해 2줄 이상 차이나는 경우 해당된다. 시력은 6~7세까지 발달해 이 무렵 1.0을 두 눈 각각 볼 수 있어야 한다. 약시의 85%는 시력 발달 시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 12~13세 이후에는 약시 치료가 거의 어렵다.
조기 발견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출생 후 42~48개월에 이뤄지는 영유아검진(시력검사 포함), 이후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6, 10세 때 시력검사를 빼 먹지 않고 챙겨야 한다. 생후 6개월 후 사시가 의심되면 안과 의사의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안과 질환의 대부분은 치료를 위해 아이와 부모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기적인 안과 검사와 의사의 지시 사항을 잘 따라줬으면 한다. 처방된 안경을 착용하지 않거나 눈가림 치료를 위한 패치를 잘 안하고 오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사시, 소아안과는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이 대세인 현실에서 안과 의사들에게 인기있는 세부 영역이 아니다.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은 전국에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그래도 아이들 눈이 좋아지는 것을 보는 것이 참 좋고 도움이 됐을 때 기쁘다”면서 “묵묵히 한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는 공대 연구진과 함께 간헐 외사시 수술의 재발을 줄이고 환아가 느끼는 기능성 이상을 효과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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