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간헐 외사시 부모의 관찰 중요".. 6∼7세 때 수술 적합

민태원 2021. 10. 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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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파워 닥터] 아주대병원 안과 정승아 교수
아주대병원 안과 정승아 교수가 눈몰림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은 아이의 사시 여부 검사를 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자녀의 안과 질환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모임에서 이름이 수시로 언급되는 젊은 의사가 있다. 아주대병원 안과 정승아(43) 교수다. 보통 5~6개월은 진료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환자가 몰린다. 한결같이 친절하고 꼼꼼하게 진료하며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주로 다루는 분야는 소아 사시와 약시, 시신경염·눈떨림 등 신경 안과질환이다.

정 교수는 18일 “근시나 난시, 원시 같은 굴절 이상과 결막염, 다래끼 등 감염질환이 어린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과질환이지만 대학병원에는 보다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사시, 약시 환아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사시는 두 눈의 상대적인 정렬이 바르지 않은 질환이고 약시는 뇌 속 시각중추의 지연 발달로 교정시력이 연령에 맞지 않거나 한눈 시력이 반대쪽에 비해 나쁠 때 해당된다. 두 질환의 국내 유병률은 각각 전체 인구의 4% 정도로 추정된다. 영유아검진이나 학교 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진단이 증가하는 추세다.

정 교수는 “사시나 약시는 부모가 아이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발견을 더 잘 한다. 실제 부모의 발견이 70~80%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아이들의 ‘집콕’ 시간이 늘어난 것은 좋은 점도 있는 셈”이라고 했다.

사시는 외관상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3D영상 등 입체시나 원근감 같은 두 눈이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시(視)기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책 읽는 속도가 느리고 현미경 같은 기기를 보는 게 힘들다. 대부분의 소아 사시는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종류(외사시, 내사시, 상·하사시 등)에 따라 원인과 발생 연령, 증상, 치료법이 다르다.

문제는 양쪽 시력이 완성되는 6~7세 전에 사시가 발생하면 뇌가 적응해 아이는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발견이 쉽지 않다. 주로 검사를 통해서만 진단된다. 반면 시력이 완성된 후인 성인기에 사시가 생기면 뇌가 적응할 줄 몰라 사물이 2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나므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정 교수가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사시 증상이 찰나(순간)에 나타나는 ‘간헐 외사시(눈동자가 바깥쪽으로 향함)’다. 아침에 나타났다가 오후에는 괜찮아지는 식이다. 사시의 80%가 ‘간헐 외사시’인데 소아 환자가 대부분이다. 정 교수는 “초등학교 한 교실에 한 명 정도는 간헐 외사시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아이가 피곤해하거나 아플 때, 공상을 할 때, 먼 곳을 쳐다 볼 때 외사시가 잘 나타난다. 간혹 꾸중을 들을 때 딴 곳을 쳐다본다고 억울하게 혼난 경험을 가진 경우도 있다. 밝은 곳에 나가면 한쪽 눈을 찡긋찡긋하거나 눈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대부분은 부모나 학교 선생님이 ‘초점을 잘 못맞춘다’ ‘눈이 따로 논다’ ‘책을 보기 싫어한다’ 등의 느낌을 받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간헐 외사시는 부모나 어른이 아이를 관심있게 볼 때 발견되는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간헐 외사시의 근본 치료법은 수술뿐이다. 사시 정도에 따라 수술 시기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입학전인 6~7세쯤에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만 10세 이전에만 수술하면 양쪽 눈 시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시는 양쪽 눈 모두 연령에 적합한 시력이 아니거나 시각검사표상 한쪽 눈 시력이 반대쪽에 비해 2줄 이상 차이나는 경우 해당된다. 시력은 6~7세까지 발달해 이 무렵 1.0을 두 눈 각각 볼 수 있어야 한다. 약시의 85%는 시력 발달 시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 12~13세 이후에는 약시 치료가 거의 어렵다.

조기 발견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출생 후 42~48개월에 이뤄지는 영유아검진(시력검사 포함), 이후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6, 10세 때 시력검사를 빼 먹지 않고 챙겨야 한다. 생후 6개월 후 사시가 의심되면 안과 의사의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안과 질환의 대부분은 치료를 위해 아이와 부모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기적인 안과 검사와 의사의 지시 사항을 잘 따라줬으면 한다. 처방된 안경을 착용하지 않거나 눈가림 치료를 위한 패치를 잘 안하고 오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사시, 소아안과는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이 대세인 현실에서 안과 의사들에게 인기있는 세부 영역이 아니다.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은 전국에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그래도 아이들 눈이 좋아지는 것을 보는 것이 참 좋고 도움이 됐을 때 기쁘다”면서 “묵묵히 한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는 공대 연구진과 함께 간헐 외사시 수술의 재발을 줄이고 환아가 느끼는 기능성 이상을 효과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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