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대통령 되면 당신은 감옥"..다른 듯 닮은 윤석열vs이재명

현일훈 입력 2021. 10. 18. 19:09 수정 2021. 10. 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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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18일, 그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공방이 유독 불을 뿜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이 지사를 겨냥해 “대장동 게이트 발생 초기부터 말솜씨 하나로 버텨왔지만, 그의 말에는 진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적반하장, 오락가락, 막무가내, 유체이탈, 발뺌하기, 논점회피, 우기기, 덮어씌우기, 황당 궤변이 그가 자신 있어 하는 ‘이재명 화술’의 실체”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는 국정감사장에서 윤 전 총장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사건을 언급하며 “명백한 부실 대출이었는데 윤 전 총장이 당시(2011년) 주임 검사로서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다 공중분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 비리가 있을 경우 사퇴하겠느냐”는 질문엔 “윤 전 총장의 측근이 100% 확실한 그분 문제(고발 사주 사건)로 인해 윤 전 총장이 사퇴할 것인지 먼저 답하면 저도 답하겠다”고 응수했다.

이미 두 사람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윤 전 총장), “구속될 사람은 윤 전 총장”(이 후보)이라며 거친 발언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선 이런 두 사람을 향해 “둘이 다른 듯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18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에서 열린 '삼보사찰 천리순례 회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①개인기= 87년 민주화 이후 ‘0선’ 대통령은 없었다. 비교적 정치 경력이 짧은 문재인 대통령도 부산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런데 이 후보나 윤 전 총장 모두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됐고, 윤 전 총장은 검사로만 27년 일했다. 이는 곧 현재의 정치적 위상을 정립하기까지 정치권의 조력보다 개인기에 의존해왔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지난 2년간 윤석열이 1인 야당 역할을 했다”(권성동 의원)는 주장이나, 지사직 사퇴 없이 국감장에 나온 이 지사의 정면 돌파 의지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둘은 정치적 세력화를 위한 둥지가 없다시피 했던 까닭에 지금도 단독 플레이 근성이 있다”며 “후보 개인을 향한 열성 지지층의 팬덤이 강하지만, 그만큼 경쟁 진영의 비호감도 역시 높다”고 말했다.

②직설화법= 과감하고 단호한 화법은 두 사람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지사는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 20억원 지원설’을 제기하자 “이래서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해야 한다. 그랬으면 여기 있겠느냐”는 말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있던 서울중앙지검에서 조폭을 수사하면서 ‘이재명 비리가 있으면 불으라’며 계속 압박했다는 보도를 봤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도 검사 시절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같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언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아 ‘국민 검사’의 반열에 올라섰다.

발언이 직설적인 만큼 두 사람은 설화에도 자주 휘말린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선 연기론자는 가짜 약장수”,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같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도 정치인이 된 뒤 “주 120시간 노동”, “남녀 간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같은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13일에는 제주에서 “정신머리를 안 바꾸면 당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하다 경쟁 주자에게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오종택 기자


③수사 리스크=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 사주 의혹 같은 대형 악재를 안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지난 15일 발표한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은 이 지사 책임”이란 응답이 67.7%였다. “고발사주 의혹이 윤 전 총장 책임”이라는 응답자도 55.7%였다. 정치권에서 “여권 심층부에서는 ‘플랜 B’를 준비한다는 소리가 들려 온다”(장성민 전 의원)라거나,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는 건 같은 비리 후보가 붙으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고도의 전략”(홍준표 의원) 같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건을 대하는 두 사람의 대응 방식도 비슷하다. 일단 “문제 될 게 없다”라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부인한 뒤, 공세를 펴는 상대방을 향해 “거짓 정치공세”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식이다.

④부인 이슈= 관심이 많고 화제가 되지만 대중 노출 빈도가 없다시피 한 부인들의 행보도 비슷하다. 최근 SBS ‘집사부일체’의 대선주자 빅3 특집에서 두 사람 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8일 남편을 대신해 양산 통도사 회향식 행사에 참석한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모습이 화제가 된 건 그만큼 그의 공개 행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는 정치 선언 이래 현재까지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여야 모두 상대 후보 부인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김혜경씨가 조카(이 지사 친형 고 이재선씨 딸 추정)와 통화한 음성을 틀 수도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민주당도 ‘김건희 X파일’ 공세를 비롯해 김씨와 무속인 관계설 등을 부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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