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계산 없고, '국외감축'은 찔끔 줄여..탄중위 온실가스 감축안 들여다보니

편광현 입력 2021. 10. 18. 18:35 수정 2021. 10. 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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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의결했다.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고, 중간목표로서 2030년엔 2018년 배출량의 40%를 감축하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1년 만에 탄중위의 공식 제안이 나온 셈이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잔존 배출량 0' 시나리오만 살렸다


18일 오후 2시 서울 노들섬에서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한 탄중위는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개의 시나리오(A, B)를 최종 의결했다. 두 시나리오 모두 현재 건설 중인 7기를 포함한 국내 석탄발전소 전면 중단을 전제했다.

탄중위에 따르면 A안은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해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전력 생산 비율은 신재생에너지 70.8%, 무탄소 가스터빈 21.5%, 원자력발전 6.1%다. 다만 산업단지와 가정·공공의 열 공급용 LNG는 사용할 수 있다. B안에서는 석탄 발전소는 전면 중단되지만 LNG 발전이 일부 유지되면서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2070만t(2018년 배출량 대비 92.3% 감축)이 된다. 전력원은 신재생에너지 60.9%, 원자력 7.9%, 무탄소 가스터빈 13.8%, LNG 5%로 구성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영민 탄소중립위원회 기후전략과장은 "최종 시나리오인 A, B안은 각각 지난 8월 발표한 초안 3안, 2안을 기준으로 잔존배출량이 전혀 없도록 수정한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넷제로'를 달성하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인프라는 어떻게"…현실성 우려 여전


이날 시나리오와 함께 의결한 NDC 상향안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적었던 지난주 초안과 거의 흡사했다. 다만 초안과 달리 “정부는 40% 이상 추가적인 감축 수단 발굴 및 관련 연구 수행 등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목표는 40%로 하되 설명은 그 이상으로 표현해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는 탄중위 민간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최종안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날 의결된 NDC 상향안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년까지 연평균 4.17%를 감축하기에는 준비된 기술이나 정책 수준이 낮다. 경제성장과 동시에 해낼 수 있는지, 기업과 소비자들이 따라올 만한 수준인지 현실적인 고민이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는 우려도 있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선언적 의미가 담긴 2050년 시나리오와 달리 2030년 NDC는 가까운 미래인 만큼 현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목표는 속도가 빨라 보인다"고 했다. 그는 "탄소포집저장 및 활용 기술(CCUS)이나 암모니아 발전 기술 등 새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대규모 인프라를 어느 지역에 설치할지 수용성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예상 그래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에너지 발전 비율, 어떻게 변할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탄소중립 비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의결된 NDC 상향안에도 국민이 부담해야 할 탄소중립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비용 논의 없이 정책안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없으니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사실은 36%?…'꼼수' 논란 해명했지만


상향안에는 환경단체에서 제기해 온 '통계꼼수' 논란에 대한 해명이 담겼다. 그동안 탄중위는 NDC 를 설정하며 기준연도(2018년)는 '총배출량', 2030년은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제거량)으로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2018년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 NDC가 36.4%에 그친다는 지적이었다. 탄중위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준용할 예정인 교토의정서에서 인정된 산출 방식"이라며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노들섬 다목적홀 건너편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감축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상향안 발표 직전 "국외감축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NDC가 35% 수준"이라는 지적에도 답했다. 탄중위는 "국외감축 사업은 선진국에서도 진행하고 있으며 파리협정에도 근거가 있다"면서도 "국내 추가감축 수단을 발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보충적인 수단으로 국외 감축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제안서에는 청년단체에서 제안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가 부록으로 실리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비해 목표치가 낮다"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용해 참고용으로 수록한 것이다. 2040 기후 중립시나리오는 선진국은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권고에 근거해 기후변화 청년단체(GEYK) 등 8개 청년 단체가 작성한 시나리오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상향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이날 전체회의가 열린 노들섬에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탄중위해체공대위가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책위원장은 "국제적으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국외 감축분 등을 이용한 목표로는 1.5도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통계꼼수가 아닌 정직한 목표를 수립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부와 탄중위에 규탄하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주 국무회의서 '최종 확정'


이날 심의·의결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NDC 상향 목표는 다음주 국무회의(10.27일)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11월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한국의 NDC를 발표할 계획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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