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신빙성 흔들릴까..남욱 귀국으로 4인방 말잔치 검증대 올라

이가람 입력 2021. 10. 18. 18:28 수정 2021. 10. 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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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1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전담수사팀에 체포된 남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1007억원의 배당금을 받는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귀국하면서 이른바 ‘대장동 패밀리’ 4명의 진실게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장동 로비·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핵심 인물들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는 상황에서 검찰은 대질조사 등을 통해 지지부진했던 수사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보인다.


검찰에 모이는 ‘대장동 패밀리’


대장동 패밀리 4인방 말잔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검찰은 이날 새벽에 귀국한 남 변호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전 5시 44분쯤 검찰 직원에 인도된 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남 변호사는 ‘미국 사전 도피’ ‘50억 약속 클럽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검찰 호송차로 향했다. 미국에 체류 중이던 그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유일하게 수사를 받지 않았던 대장동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남 변호사가 귀국하자마자 체포영장을 집행한 검찰은 앞으로 그를 포함한 대장동 4인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수사에서 첫 구속 사례였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녹취록 제공자 정영학 회계사, 남 변호사는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하고 이익을 공유한 공범들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한때 동업자였던 이들이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이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예상 외의 많은 이익을 얻게 되자 배당금과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영학 녹취록’이 검찰에 제출되면서 대장동 수사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녹취록 신빙성 흔들리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남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사업 구조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350억 로비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700억원 약정설’ 등에 대해 논의하는 대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씨는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원이다” “내가 실소유주가 아니란 걸 직원들이 다 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또한 “김만배에게 700억 받기로 합의했다. 곧 받을 것”이라며 ‘700억원 약정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씨는 “정 회계사가 녹취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거짓 이야기를 했다”며 녹취록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에 선을 그었다. 유 전 본부장 또한 구속에 앞서 진행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김만배씨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기자로만 알고 있다” “정영학 회계사를 내가 어떻게 알겠나. 사적으로 통화한 적 단 한 번도 없다”면서 대장동 핵심 관계자들과의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토대로 김씨에게 배임·뇌물·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면서 녹취록의 신빙성을 두고도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엇갈린 진술 검증 위해 대질조사 불가피”


남 변호사의 귀국은 검찰 수사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앞서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녹취록에 언급된 ‘350억 로비설’ ‘700억원 약정설’ 등에 대해 김씨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발언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녹취록의 신빙성을 다시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이 나온 상황이라 검찰 조사에서 남 변호사에게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외에는 핵심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인만큼 검찰은 남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새로운 단서의 확보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대질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진술과 녹취록뿐만 아니라 계좌 추적 내역, 휴대폰 포렌식 결과,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 등 여러 증거를 토대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복잡한 수사인 만큼 수사팀의 의지와 능력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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