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달라진 신민혁과 이재희..날개 달아준 체인지업
오른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 약하다는 건 야구의 대표적 통설이다. 체인지업은 이 통설을 뒤집을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다.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왼손 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간다. 잘만 구사하면 장타 허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NC 신민혁(22)과 삼성 이재희(20)는 체인지업 위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신민혁은 올 시즌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9승 6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데뷔 첫 시즌(2승 3패 평균자책점 5.79)이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모든 투수 지표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10월에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선 2승 평균자책점 1.35로 더 안정적. 토종 에이스로 떠올랐다.
신민혁의 발전 배경엔 체인지업이 있다. 고교 시절 곧잘 던졌던 구종이지만 프로 와선 사실상 '봉인'했다. 시쳇말로 '멘붕(멘털이 붕괴할 만큼 큰 충격)'이 올 정도로 타자가 속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에게 확신을 준 건 선배 나성범이었다. 지난 4월 1군 등록에 앞서 1군 선수단에 합류, 나성범과 캐치볼을 한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나성범은 "왜 체인지업이 좋은데 던지지 않냐"고 되물으며 "2군에 가서 전력으로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이후 신민혁은 체인지업에 공을 들였다. 활용 빈도도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0.330이던 왼손 타자 피안타율을 올해 0.280까지 낮췄다. 특히 부담스러웠던 오른손 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자주 섞어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이재희도 비슷하다. 대전고를 졸업한 이재희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지명됐다. 지난 8월 15일 수원 KT전에서 대망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눈여겨볼 부문은 투구 레퍼토리. 당시 변화구로 커브와 슬라이더만 섞었다. 그런데 두 번째 등판부터 달라졌다. 약 한 달 뒤인 9월 16일 대구 KIA전에선 데뷔전에서 볼 수 없던 체인지업이 투구 분석표에 찍혔다.
지난달 28일 대구 SSG전에선 체인지업 비율이 전체 투구 수 대비 19.5%까지 올랐다. 직전 등판인 지난 16일 대구 키움전(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14.1%로 두 자릿수를 넘겼다. 키움전 5이닝 2실점 쾌투 비결 중 하나가 체인지업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구종(체인지업)을 하나 더 추가한 거로 이닝을 소화했다. 키움도 처음 상대하는 투수이니 3회까지는 구종 파악이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혁에게 나성범이 있다면 이재희에겐 원태인이 있다. 이재희는 "후반기 넘어가면서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 (원)태인이형 표 체인지업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체인지업이라고 생각해 먼저 물어봤다"며 "그립을 직접 알려줬다"고 했다. 이재희는 고교 시절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손에 익지 않아 공이 땅에 꽂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원태인의 도움을 받아 미세하게 조정했고 그 결과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첫 3경기 0.350이던 왼손 타자 피안타율을 최근 2경기 0.182까지 떨어트렸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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