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위 기괴한 풍경..알몸에 흰페인트 칠한 200명, 무슨 일
2011년·2016년에도 사해 보존 퍼포먼스
17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아라드 지역. 달의 표면 같은 거친 언덕 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 200명이 서 있었다. 온 몸에 흰색 페인트를 듬성듬성 칠한 채였다. 이들은 같은 곳을 응시하며 하늘을 향해 양팔을 번쩍 들었다가, 무리지어 천천히 이동하기도 했다. 희고 푸른 하늘 아래 창백한 인체, 메마른 황야의 조합이 기괴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누드 설치 미술가 스펜서 튜닉이 사라져가는 사해(死海)를 표현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다시 찾았다고 AP통신ㆍCNN이 보도했다. 그는 앞서 2011년ㆍ2016년에도 이스라엘에서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011년 그가 1000여 명의 모델들과 행위 예술을 했던 사해의 미네랄 비치는 해수 고갈, 싱크홀 발생 등으로 이미 사라졌다. 튜닉은 이번에는 황무지에 모델들을 세웠다.
튜닉은 CNN에 “사라져가는 사해와 환경 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환경을 인체로 연결짓는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취약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대로 취약한 인체는 자연에 영향 줄 수 있다”며 “인간과 자연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델들이 몸에 칠한 특수 제작 페인트는 성경 창세기의 ‘소돔과 고모라’ 일화를 의미한다. 롯의 아내가 멸망해 가는 소돔성에서 빠져나오다 뒤를 돌아봤다가 소금 기둥으로 변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들은 동시에 사해에서 사라져가는 미네랄 결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와 난개발 등 환경 재앙으로 동시대 인류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번 퍼포먼스는 사해 보존을 위한 박물관 건립을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누드 모델들이 선 곳이 박물관이 들어설 자리다.
200명의 누드 모델들은 19세~70세의 자원자들로 이스라엘ㆍ스위스ㆍ영국ㆍ미국 등에서 왔다. 이들 가운데는 퍼포먼스 장소인 아라드시의 니산 벤하모 시장도 껴 있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국경에 걸쳐 있는 사해는 주변국들이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농업용ㆍ공업용으로 끌어쓰는 바람에 해마다 고갈돼 가고 있다. 사해의 미네랄 수를 추출해 화장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다. 조만간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CNN은 이스라엘 정부가 유명 작가의 퍼포먼스를 계기로 관광 산업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촬영 과정에서 아라드 마을의 일부 정통파 주민들로 부터 나체 퍼포먼스에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튜닉이 이곳에 오는 비용의 3분의 1을 이스라엘 정부가 지원했다.
세계적 작가인 튜닉은 스위스 빙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계단 등 공공장소에서 사회·철학적 문제를 반영한 대규모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코로나19 상황은 여러 제약이 됐다. 일단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 퍼포먼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튜닉은 보통 1000명~2000명 사이의 인원을 동원하지만 이번에는 200명 밖에 참가하지 못 했다. 몸에 칠할 흰 페인트를 200통 밖에 구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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