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주식형 펀드 살아나네..동학개미 'ESG·모빌리티' 테마 펀드 담는다

류지민 2021. 10. 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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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 열풍 속에서 장기간 소외받았던 주식형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며 수익 내기가 쉽지 않아지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거 증시에 입성한 ‘동학개미’들이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간접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13일 기준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조638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유형별로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 3311억원이, 인덱스 주식형 펀드에 1조3074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미국의 테이퍼링 언급과 중국 정부의 홍색 규제 이슈,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그룹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불거진 최근 1~2개월 새 액티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직접 투자가 어려워지자 장기적으로 믿고 맡길 만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투자자 기대에 부응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이 0.87%로 부진한 반면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4.1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최근 몇 년 새 대세 투자 상품으로 떠오른 ETF(상장지수펀드)나 인덱스 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각각 -0.03%, -0.7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ETF서 액티브 펀드로 머니무브

▷수익률 선방하며 스마트 개미 손짓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는 운용사 재량에 따라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액티브 펀드 성과가 장기적으로 부진한 데다 높은 수수료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5년 전후로 배당주 펀드나 중소형주 펀드가 반짝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액티브 펀드 전체로는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증시 큰손으로 떠오른 2030세대 젊은 투자자들이 화끈한 투자 수익률을 좇아 직접 투자를 선호하면서 액티브 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10월 13일 기준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 ETF에서는 무려 2조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액티브 주식형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머니무브 현상은 투자자들이 주도주가 사라진 증시에서 유망주를 골라내는 운용 전문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투자자의 상품 선택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최근 자금이 몰리는 액티브 펀드의 면면을 살펴보면 ESG나 메타버스 등 장기 성장성이 강한 테마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형 펀드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올 하반기부터다. ESG·테마 펀드, 액티브 ETF 등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주식을 담는 펀드가 투자자에게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을 주면서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것처럼,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립계 운용사 펀드가 자금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변화다. 올 하반기 가장 ‘핫’한 펀드 상품 중 하나인 ‘KTBVIP스타셀렉션’은 KTB자산운용이 운용을 담당하고 VIP자산운용이 자문을 맡고 있는 펀드다. 올 초까지만 해도 100억원을 살짝 웃돌았던 펀드 설정액은 10월 13일 기준 1175억원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9월 유입 규모만 300억원이 넘을 정도로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대형 운용사 이름값보다는 수익률을 중시하는 스마트 개미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은 높은 수익률이다. KTBVIP스타셀렉션은 연초 이후 26.75%(10월 13일 기준), 최근 3개월 11.1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가치 투자를 기본으로 하되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 내에서 이익과 현금흐름 개선을 보이는 중소형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증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반등장에서 재미를 보다가 올 들어 손실 난 투자자가 적잖을 것”이라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는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내온 진짜 실력자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 투자 펀드 수익률 상위권

▷뜨는 테마 핵심 키워드는 ‘장기 성장성’

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입을 고려하는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펀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는 올 들어 32.1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액티브 펀드 수위에 올랐다. 2011년 5월 자녀의 목돈 마련을 위한 어린이 펀드로 출시돼 이제 1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본적인 투자 원칙은 시장 변동성이 아닌 기업의 내재 가치에 투자하는 것. 주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주가가 내재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해 장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진입장벽 구축으로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고 있어 투자 위험도가 낮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주로 편입한다.

8월 초 기준 삼성전자 비중이 9.57%로 가장 높고 KB금융(4.95%), S-Oil(4.92%), 현대차(4.62%), GS건설(4.1%) 등 대기업 계열사 등이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다. 다만 대부분 어린이 펀드가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형주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반면,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는 비교적 중형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의류 업체 신성통상(5.73%)과 F&F(4.97%)가 각각 보유 비중 2,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만도(4.97%), 와이지엔터테인먼트(4.49%)의 비중도 높다.

‘하나UBS코리아중소형’도 연초 이후 28.1%, 최근 6개월 11.65%로 돋보이는 수익률을 올렸다. 하나UBS코리아중소형펀드는 F&F(3.92%), 후성(3.28%), 제일기획(2.9%), 삼성바이오로직스(2.61%), 해성디에스(2.57%), DL이앤씨(2.56%), DB하이텍(2.38%) 등 주로 코스피 중형주를 담았다.

수익률은 다소 부진하지만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도 큰 인기를 끌었다. 기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하는 ESG 테마 펀드. 지난해 9월 시장에 나온 이후 약 1년여 만에 설정액이 2700억원을 돌파했다. 탄소 배출 규제 강화 트렌드에 맞춰 투자 테마로 떠오른 전기차 산업을 비롯해 수소 경제·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 전기차, 수소차, 배터리, 5G 네트워크, 자율주행 AI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기업에 투자하는 ‘키움차세대모빌리티’와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IT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도 장기 성장성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이 점찍은 테마형 액티브 펀드로 꼽힌다.

김후정 애널리스트는 “최근 ESG나 혁신 테마를 가진 신규 펀드가 많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 펀드처럼 국내 주식도 장기 성장, 장기 기대 수익률이 높은 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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