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무소속 신인 바람..장기집권 '유럽의 트럼프'에 도전
헝가리에서 역대 최장수 총리와 정치 4년 차인 무소속 정치인이 맞붙게 됐다. 헝가리 남부 소도시 호드메죄바샤르헤이 시장인 페테르 마르키-저이(49)는 17일(현지시간)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의 야권 단일 총리 후보로 선출됐다. BBC는 이날 “야권 분열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빅토르 오르반(58) 총리가 처음으로 사회주의부터 중도우파까지 아우르는 통합된 야당과 맞붙게 됐다”고 했다.
마르키-저이는 1차 경선에서 3위에 그쳤지만 2차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연합 소속 도브레브 클라러를 제치고 역전승해 6개 야당의 단일 후보가 됐다. 1차에서 2위였던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마르키-저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사퇴하면서다. 마르키-저이는 경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르반 총리와 여당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새롭고 더 깨끗하고 정직한 헝가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여당 텃밭서 승리한 정치 신인
마르키-저이는 지난 2018년 자신의 고향인 호드메죄바샤르헤이 시장 보궐선거에서 깜짝 당선됐다. 집권 여당인 피데스(Fidesz·청년민주동맹)의 본거지로 꼽히는 이 지역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의 당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헝가리에 민주주의가 도입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피데스 소속이 아닌 시장이 됐다. 이후 초당파 기구 ‘만인의 헝가리 운동’(MMM)을 설립해 야권 통합에 나섰고, 이듬해 야당의 지지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했다. 이런 그를 로이터는 ‘아웃사이더’라고 칭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마케팅 등을 전공했고 지금의 아내와 일곱 자녀를 뒀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오래 생활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수준급이다. 러시아어와 스페인어도 할 수 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내년 총선에선 국민투표를 통한 ‘오르반 헌법’ 개정과 지방정부의 자치권 회복, 유로화 채택 등을 공약했다. 극우로 치닫는 오르반 정권의 권위주의 리더십에 지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44년차 베테랑 대 4년차 신인
야권은 지난 2019년 지방 선거에서 부다페스트 등 일부 지역에서 단일 후보를 내 성과를 냈다. 내년 총선에선 106개 선거구에 모두 단일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정권교체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로이터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가정적인 마르키-저이의 이미지는 오르반 총리가 옹호했던 이상과 부합하다”며 “피데스가 마르키-자이를 비방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BBC는 “피데스와 야권연합의 지지율 차이는 크지 않다”며 “부패 척결과 민심통합까지 마르키-저이가 갈 길은 멀다”고 전망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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