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난 두산 숨통 트이게 한 '눈물 젖은' 투수 현도훈
'눈물 젖은 빵'을 많이 먹은 우완 투수 현도훈(28·두산)이 구멍 난 선발진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현도훈은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6회 무사 만루에서 내려왔지만, 이어 나온 이현승이 2실점을 막아줬다. 현도훈은 6이닝을 채우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마운드에서 다부지게 던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대체 선발로 나온 현도훈이 씩씩하게 던져줘 기대 이상 활약을 했다"고 칭찬했다.
두산은 더블헤더 1차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두면서 SSG에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거기다 2차전 선발은 무명 현도훈이었다. 이 경기를 내준다면 4위 수성이 목표인 두산엔 막판 순위 싸움에서 밀릴 수 있었다. 두산은 외인 투수 워커 로켓이 팔꿈치 부상으로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상태라 2군에서 선발자원을 메우고 있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달려 4위 지키기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그 와중에 현도훈의 깜짝 호투는 두산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두산은 현도훈의 호투에 힘입어 5-2로 이겨 4위를 탈환했다.
현도훈은 지난 2008년 신일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야구 유학을 시작했다. 일본 교토 고쿠사이고, 규슈 교츠리대에서 야구를 배우면서 일본어도 공부했다. 야구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유학을 선택했지만, 매일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는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당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언어가 안 통해 어려웠는데, 그보다 훈련하는 게 더욱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아무 성과 없이 돌아오는 게 창피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프로야구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사회인야구를 뛰다 2016년에 한국에 왔고, 이듬해 한국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그러다 육성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2018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3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져 1패, 평균자책점 7.27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사회복무 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현도훈은 "파주챌린저스에서 같이 야구했던 후배가 공을 받아줘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노력 끝에 지난 5월 육성 선수 꼬리표를 떼고 정식 선수가 됐다. 8월 12일 삼성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8월 15일 키움전서도 1⅓이닝 3실점으로 고개 숙였다. 현도훈은 "욕심을 부려서 그런지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제구가 안 좋았다. 2군에선 힘을 빼는 투구 폼으로 교정했다"고 전했다.
다시는 1군 마운드는 밟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2주 전, 1군 선발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도훈은 "중요한 시기에 불러준 김태형 감독님께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다짐대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힘든 시절을 견딘 현도훈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선수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한다. 그 운을 잡으려면 많이 노력해야 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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