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중 100년 전 폭탄 터졌다..'피의 비극'된 신혼여행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떠난 신혼여행에서 세계 1차 대전 당시 묻힌 폭탄이 폭발하면서 신부의 동생이 숨지고 신부도 크게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형제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폭발 사고를 당한 리디아 마카추크(31) 부부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카추크는 그의 남편 노버트 바르가와 결혼한 뒤 늦은 신혼여행을 위해 지난달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이들 부부와 형제 등 12명은 헝가리 국경 근처의 카르파티아 산맥의 한 숲에서 해가 지자 캠프파이어를 위해 모닥불에 불을 붙였다.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앞에 두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2019년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당시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며 차를 마시는 그 순간, 굉음을 내며 폭탄이 터졌다.
이 사고로 마카추크는 몇 시간 전까지도 대화를 나누고 함께 숲을 산책했던 동생을 잃었다. 마카추크도 왼쪽 눈과 얼굴 전체에 파편이 튀어 부상을 입었다. 손과 다리도 크게 다쳤다.
라디오 교환원이자 사진작가인 남편 바르가는 사고 당시 카메라를 가져오기 위해 오후 9시께 텐트로 갔다. 바르가는 “장비를 챙기는 동안 폭발과 비명이 침묵을 깨뜨렸다. 최대한 빨리 모닥불로 달려가 리디아의 이름을 외쳤다”고 말했다. 모닥불 앞으로 돌아온 바르가는 아내를 찾기 위해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모닥불 앞에 있던 마카추크는 “내 귀에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나에게만 들리는 침묵이 흘렀다”며 “몸을 돌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모두가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었다”고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마카추크는 눈이 먼 채로 땅에 누워 29살의 동생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깊은 산속이어서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이 사이 동생과 또 다른 남성이 사망했고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들이 캠프 파이를 벌인 곳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높은 산인 호벨라 산 근처로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전장이 됐던 곳이다.
신혼여행을 비극으로 만든 폭탄 역시 1916년 세계 1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대한 러시아군의 유혈 작전인 브루실로프 공격 때 숨겨둔 것으로 추정됐다. 캠프파이어를 위해 모닥불에 불을 붙이면서 폭탄이 터진 것이다.
현재 마카추크는 다행히 다시 걸을 순 있지만, 다음 달 추가적인 안과 치료를 받은 뒤에야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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