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지랄하네" 막말한 아들, 급기야 영상 멈춘 오은영
[김종성 기자]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그 어떤 사연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방송을 지켜보는 내내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 위에 올려진 것마냥 답답했다. 과연 해법이 있을지, 있다 해도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럼에도 '오은영은 답을 알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놓을 수 없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을 찾은 부모는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16살)와 소위 '이춘기'라 할 수 있는 둘째(11살)를 키우고 있었다.
엄마가 가족들이 다투는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니, 잔뜩 흥분한 가족들은 살벌한 말들을 쏟아내며 언성을 높였다. 갈등이 골이 깊어 보였다. 심리적으로 민감할 시기의 두 아이와 부모 사이에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엄마는 딸만 있는 집에서 자라 아들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빠는 군 생활을 오래한 탓인지 성격이 너무 셌고, 자녀를 대할 때도 지시적이었다.
다행인 점은 가족 모두 출연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뚜렷한 동기가 있었다.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둘째는 하교 후 엄마 옆에 딱 달라붙어 조잘조잘 대화를 나눴다. 애교가 많고 살가운 편이었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 1시간 가량 휴대전화로 게임을 했다.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엄마는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명령했고, 이에 둘째는 "도대체 왜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었다. 둘째는 홧김에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엄마는 "너 그딴 식으로 말하려면 나오지 마"라고 훈계했다. 그러자 둘째는 문을 박차고 나가더니 엄마 옆에 무릎을 꿇고 "잘못했습니다. 죄송해요."라며 머리를 바닥에 찧기 시작했다. 그 장면에 오은영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때리기까지 했다. 결국 오은영은 영상을 멈췄다.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오은영은 당장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어린 초등학생이기에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했다. 엄마는 두 세 달 전부터 조금씩 강도가 심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상 속에서 둘째의 이상 행동은 계속됐다. 엄마의 언성이 높아지자 둘째는 자리를 옮겨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엄마가 그 모습을 보자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둘째는 왜 자신을 벌주는 걸까.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둘째와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둘째가 하품을 하자 엄마는 등짝 스매싱을 날렸고, 갑자기 얻어맞은 둘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자 안방에 있던 아빠가 무섭게 개입했다. 겁에 질린 둘째는 입을 닫았지만, 마음이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을 연신 쳤다.
화가 난 아빠가 엄마를 부르자 둘째는 엄마의 팔을 꽉 잡았다. 엄마가 떠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두 사람 사이에 또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둘째는 다시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하며 책상에 머리를 찧었고, 자신의 입을 세게 때렸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아빠가 공부를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둘째는 못 들은 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왜 계속 고집을 부리는 걸까.
"둘째의 모든 행동은 힘듦에 대한 외침입니다."
오은영은 감정, 생각, 행동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기능으로 세 가지가 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부는 중요하다'는 건 생각이고, '공부가 싫다'는 건 마음인데 금쪽이의 엄마 아빠가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꼭 방실방실 웃으며 공부를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사회적 선을 넘지 않는 감정이라면 그냥 인정해 주면 될 일이다.
다시 좀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둘째는 공부가 싫지만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인상을 찡그리고 한숨을 쉬는 등 싫은 티를 팍팍 냈지만, 공부를 계속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따지고 보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은영은 '마음의 주인은 그 사람의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의 마음까지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 말을 들은 부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5년째 반항을 하고 있다는 첫째를 만나볼 차례였다. 아빠는 첫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첫째의 말에는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식사를 할 때도 아빠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식사가 끝난 후 자리를 뜬 첫째는 화장실로 들어가 멍하니 앉아있었다. 평소에도 40~50분 가량 그리하는 모양이었다. 첫째는 왜 홀로 저러고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잠시 후 PC방 문제로 실랑이가 시작됐다. 엄마는 학업 문제로 중요한 시기에 PC방을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고, 첫째는 매일 가던 걸 줄여 2주에 한 번 간다며 답답해했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첫째와 조금 더 요구하는 엄마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었다. 첫째는 "집에 있기 싫어서 나가요."라고 나지막이 진심을 털어놓았다. 화가 난 엄마는 "나가, 그러면!"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들은 아빠가 개입하자 더욱 악화됐다. 첫째는 "지가 뭐 잘난 줄 아냐"라며 혼잣말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들은 엄마와 아빠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호통과 실랑이가 격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빠는 일전에 첫째가 "뭐 저런 게 아비라고?"라고 했던 걸 거론하며 "너같은 놈이 자식이냐?"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죽도 밥도 안 할 것 같으면 그냥 쥐 죽은 듯 있다"며 비수를 꽂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곪을 대로 곪아버렸다. 금쪽이네는 잠시라도 평온할 날이 없었다. 잠시 후 형제 간에 갈등이 벌어지자 아빠는 동생을 불러 혼을 냈다. "형하고 똑같이 취급해 줄까?"라며 싸늘하게 얘기했고, 둘째는 잘못했다고 얘기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금쪽이네의 경우, 예의가 워낙 중요시되다 보니 잘못을 뉘우칠 때도 자녀의 태도를 따졌다. 조금이라도 불손하다 여겨지면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형식에 함몰돼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 것이다. 오은영은 '예의'와 '정당성 인정'은 공존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설명했다. 또 '순동적 아이냐, 주도적 아이냐', '공부 잘하는 아이냐, 마음 편한 아이냐'는 것도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라 덧붙였다.
첫째는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듯했다. 시작은 무력감일 것이다. 부모와 소통이 전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첫째의 경우 16년 인생에서 마음 뉘일 유일한 대상이 부모일 텐데, 그런 부모와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아마도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구나'라는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집에 있기 싫어서 나가는 거예요"라는 첫째의 말은 긴급 신호였다. 그럴 때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이유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있기 싫으면 나가!"라고 소리쳤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엄마의 다그침에 첫째의 진심이 묵살당했다. 오은영은 아이 역시 변화가 필요하지만 아이가 왜 힘들어하는지, 내가 화가 난다면 왜 화가 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갑상선암 수술과 뇌경색을 겪은 엄마는 아빠와 병원에 들렀다가 카페를 찾았다. 엄마는 제발 세 부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애들하고만 잘 지내주길 바란다며 "나 부탁이야. 진짜 나 살고 싶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아빠는 첫째에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며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차갑게 말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이견만 확인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엄마는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다. 첫째에게 "얼굴도 보기 싫어"라고 소리쳤다. 아빠는 첫째에게 다가와 자신 있으면 다시 말해보라고 을렀다. 첫째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앉아 있다가 조용히 말 없이 방으로 향했다. 이 장면을 집중해서 지켜보던 오은영은 부모가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아이들이 보낸 마음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두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해 궁금해 했다.
자녀를 대하는 태도와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에 연결되지 때문에 던진 질문이었다. 아빠의 경우 어린 시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었다.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와 정서적 교류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일까. 아빠는 대화가 필요할 때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또, 지나치게 지시적이었고 고압적이었다. 감정의 교류와 정서적 소통의 부재가 두드러졌다.
분명 감정에 있어 둔감했다. 아빠는 "저도 제 감정을 모르겠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가족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이유도 모른 채 살아왔던 것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방송된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었다. 과연 이 가족에게 어떤 해법이 있을까. 과연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에게 오은영은 어떤 금쪽 처방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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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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