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26년차 요리선생님의 원칙.."변화를 거부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

송정 입력 2021. 10. 18. 11:42 수정 2022. 3. 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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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경험하고, 소통해야죠.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내 고집만 내세우며 변화를 거부해선 안 돼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른 셰프의 매장도 찾아가고, 유행하는 맛집도 가요. 직접 먹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배우는 게 많거든요. 특히 젊은 친구들과도 어울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추진력도 강하고 트렌드에도 빠르다 보니 많이 배울 수 있어요.

현대 서울의 음식을 소개하는 ‘수퍼판’을 운영하는 우정욱 셰프는 인터뷰 내내, 다른 셰프의 레스토랑이나 새로 나온 가정간편식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였다. 요리선생님으로 20년을 살며 ‘명문가 며느리의 요리 선생님’,‘대치동 요리 선생님’으로 사랑을 받았고 이어 수퍼판을 열고 셰프로 6년을 일했다. 요리를 업으로 삼은 경력만 26년. 다른 레스토랑 셰프도, 레스토랑 고객도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주방에 오래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요리 세계에 빠지기 쉽지만, 그는 이처럼 매일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이런 태도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미식가로 주말마다 가족을 새로운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여기에 2대째 서울 토박이로 단아하고 정갈한 상차림에 능숙했던 친정어머니의 요리를 맛보고 자랐으니 말이다. 게다가 결혼 후엔 대가족 집안에서 요리 수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들이만 15번 치르고, 30명을 초대해 상 차리는 게 일상이었다.

Q : 손님 초대와 요리를 가르치는 건 다른 일이잖아요. 어떻게 요리 수업을 하게 되셨어요.
집에 초대해서 온 지인들이 요리를 맛보고 “요리 수업을 하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1995년 대치동 집에서 젊은 주부를 대상으로 요리 수업을 시작했죠. 이후 요리 교실을 이촌동으로 옮겼어요. 꼬박 20년을 요리 선생님으로 살다가, 2015년, 이촌동에 다국적 가정식 레스토랑 ‘수퍼판’을 열었어요. 요리 수업이나 컨설팅할때와는 달라서,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그래도, 제 요리를 맛보고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오늘도 주방을 지키죠.

Q : 레시피 책도 여러권 내셨고, 수퍼판 메뉴도 자주 바뀌어요. 레시피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세요.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은 가정식 메뉴를 담은 레시피 책 '우정욱의 밥' 출간을 기념해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수퍼판 인스타그램.


다른 분들의 레시피를 많이 봐요. 그걸 그대로 하지 않고, 제 방식대로 바꿔보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죠. 많은 식당을 다니며 두루 맛보고, 모든 분야를 배우기도 하고요. 레시피는 고정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재료나 양념을 바꿔가면서 계속 발전시켜야죠. 예를 들어, 가지찜은 처음에 고기를 넣었는데, 이후에 바지락으로, 최근엔 반건조 새우를 넣어요. 마른 새우와 달리, 풍미가 살아나더라고요. 가지찜처럼 다른 메뉴도 계속 다른 재료로 바꾸고, 소스도 바꿔가면서 더 맛있는 레시피를 만들어가요.

Q : 음식 재료는 어디에서 사세요.
아무래도 오래 요리를 해 온 만큼, 믿고 주문하는 곳들이 있죠. 참기름과 들기름은 지리산, 더덕은 횡성, 어묵은 부산에서 주문해요. 고기나 손두부 등은 이촌동 시절부터 꾸준히 거래해온 동네 가게에서 계속 주문해요. 최고급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좋은 것’을 사용하겠다는 철칙이 있는데, 그동안 신뢰가 쌓인 만큼 좋은 재료를 공급해주세요. 청담동 이전 후, 정식으로 오픈하기 전, 식자재를 공급하시는 사장님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했어요. 보내주시는 식재료가, 이렇게 요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드린 거죠. 정말 기뻐하셨고, 저도 보람을 느꼈어요.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재료로 계절의 맛을 담아낸다. 사진은 가을 버섯을 넣은 안초비 버섯볶음. 사진 송미성.

Q : 계절에 따라 특별히 즐겨 찾는 재료가 있으세요.
제철 식재료는, 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요즘은 양식 기술이 좋아져서 대부분 식재료를 사시사철 구할 수 있지만, 여름 민어처럼 딱 그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식재료들은 꼭 사용하려고 해요. 요즘 같은 가을엔 송이버섯과 더덕을 많이 쓰죠. 겨울엔 굴을 쓰고요. 굴을 튀겨서, 다양한 버섯과 볶아내면 정말 맛있거든요.

Q :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궁금해요.
건강이죠. 짜거나, 양념이 강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해치잖아요. 그렇다고 원재료만 넣으면 맛이 부족하죠. 감칠맛을 내기 위해선 들어가는 재료가 많은데, 보통 소스에 열 가지 넘는 재료를 넣어요.

Q : 요즘 집밥의 정의가 많이 달라졌는데요.
옛날 우리는 반찬을 여러 개 골고루 차려서 먹었다면, 요즘은 채소나 고기를 함께 먹는 스키야키나, 김밥 등 일품요리나 간단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거 같아요. 힘들이지 않고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요. 사실 매끼 직접 요리하고 차려내는 게 요즘은 쉽지 않은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밥 먹는 횟수는 늘고, 그러니 테이크아웃과 가정간편식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먹는 게 요즘 집밥 같아요.

Q : 수퍼판이 신사동으로 이전한 지 1년이 됐는데요. 1년 만에 와보니까, 컨셉이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이촌동의 수퍼판은 ‘엄마 집밥’ 컨셉이었다면 지금의 수퍼판은 ‘지금 서울의 음식’을 선보여요.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소개하죠. 제가 본래 술을 잘 못 마셨는데 수퍼판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 하며,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더라고요. 게다가 와인 고유의 다양한 풍미와 산도에 따라 요리 맛이 배가되다 보니, 요즘은 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와인을 즐기고, 소개하고 있어요.

Q :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를 추천해주세요.
어떤 와인과 내어도 잘 어울리는 게 부라타 치즈예요. 제철 과일이나 바질 페스토만 함께 내어도 최고의 안주가 되죠. 의외로, 한국 음식이 와인이랑 무척 잘 어울려요. 특히 한식 밑반찬은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맛깔스러운 밑반찬 몇 종을 담으면, 안주 플레이트로 손색이 없죠.

Q : 나만의 소울푸드를 꼽는다면요.

우정욱 셰프는 소울푸드로 떡국을 꼽았다. 멸치육수와 한우로 맛을 낸 그의 떡국은 지인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로 꼽는다. 사진 우정욱 인스타그램.

떡국이요. 365일 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우리 부부의 소울푸드예요. 멸치 육수를 잘 내고, 한우 업진살을 쫑쫑 썰어 참기름, 국간장에 달달 볶아 섞어요. 거품을 완전히 걷어내면서 끓이다 쌀떡을 넣고 달걀을 거칠게 풀어 넣는 서울식 떡국인데요.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에요.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여러 가지 요리를 차리고, 마지막으로 떡국과 김치냉장고에서 김장 김치를 내는데요.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내도, 다들 이 떡국과 김치만 기억하더라고요(웃음). 수퍼판에서도 오마카세의 마지막 코스로 떡국을 내는데, 다들 빈 그릇을 들어 보여줘요.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우정욱 셰프의 레시피 중 가을·겨울에 추천하는 요리들을 ‘쿠킹’에서 만나보세요. 안초비로 맛을 낸 버섯볶음부터 데리야끼 소스와 쫄깃한 닭다리살, 꽈리고추로 맛을 낸 요리 등 이 계절에 어울리는 요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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