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파이어볼러, 키움 조상우의 구속 미스터리
키움 조상우(27)의 구속 저하가 심상치 않다.
조상우는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이 전매특허. LG 고우석과 함께 리그 대표 '구위형 불펜 투수'다. 변화구를 슬라이더만 던져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롭지만, 힘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지난해 9이닝당 삼진이 10.6개로 5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27명 중 2위(1위 LG 진해수·10.62개)였다.
그런 그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조상우는 올 시즌 전반기 내내 월별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시속 147~48㎞로 유지했다. 체력 소모가 큰 여름에도 변동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8월 이상 징후가 감지되더니 9월 평균구속이 144.8㎞/h로 하락했다. 10월에는 141.6㎞/h(15일 기준)로 시즌 초보다 무려 7㎞/h 이상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떨어졌다.
직격탄을 맞은 건 성적이다. 조상우는 개막 후 7월까지 26경기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볼넷이 다소 많았지만, 피안타율이 0.177에 불과했다. 피장타율(0.271)과 피출루율(0.304)을 합한 피OPS가 0.575로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8월 이후 12경기 평균자책점이 5.73으로 악화했다. 피OPS도 0.715까지 상승했다.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허용률)마저 100%. 5명의 승계 주자 득점을 모두 허용했다. 지난 14일 고척 NC전에선 시속 143㎞ '느린' 패스트볼이 피홈런으로 연결됐다.
구속이 떨어진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빡빡한 일정과 부상 후유증이다. 조상우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전반기가 끝난 뒤 열린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대표팀 필승조로 활약했다. 대표팀이 소화한 7경기 중 무려 6경기에 출전, 대회 누적 투구 수가 무려 146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월 24일 팔꿈치 건염 문제로 1군에서 제외됐다. 2군에서 휴식기가 길어져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2군 공식전 일정이 지난 2일 모두 끝나 실전 등판 없이 5일 1군에 재등록됐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아직까진 본인이 만족할만한 몸 상태가 아닌 거 같다. (선수가) 공의 스피드나 제구를 우려하고 있다"며 "스케줄이 일정치 않아서 콜업했다"고 말했다.
보직에 따른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상우는 전반기만 하더라도 키움의 마무리 투수였다. 하지만 후반기 팀 사정을 고려해 중간 계투로 보직을 전환했다. 16일 대구 삼성 더블헤더 2차전에선 3-4로 뒤진 6회 말 마운드를 밟았다. 세이브 상황과 비교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
키움 감독 출신인 장정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부상 여파도 있을 거고 어느 정도 정신적인 부분도 (영향이) 있을 거"라며 "조상우는 스피드가 겸비됐을 때 윽박지르는 모습에 타자가 당하는 거다. 타자들이 (현재 모습에) 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