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강한 잇몸.. 허수봉과 임동혁
잇몸이 이만큼 강하다. 허수봉(23·현대캐피탈)과 임동혁(22·대한항공)이 든든하게 빈 자리를 채웠다.
현대캐피탈은 개막 전 외국인선수 보이다르 브치세비치(23·세르비아)를 로날드 히메네스(31·쿠바)로 교체했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17일 열린 OK금융그룹과 홈 개막전에서 뛰지 못했다. 왼쪽 대퇴부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엎고 현대캐피탈은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허수봉의 활약 덕분이었다. 허수봉은 히메네스 대신 라이트 공격수를 맡아 팀내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60.5%나 됐다. OK금융그룹 레오(35점, 56.1%)만큼은 아니지만 외국인선수 역할을 해냈다.
경기 전 "우리 팀엔 외국인선수가 둘이나 있다. 허수봉과 문성민(18점)이 잘 해줄 것"이라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기대도 맞아떨어졌다. 허수봉은 "이전에도 국내 선수들로 풀어갔던 적이 많다. 부담될 게 없으니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도 현대캐피탈 못잖게 전력 손실이 크다. 지난 시즌 MVP 정지석이 개인적인 문제로 팀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 서브까지 모두 뛰어난 정지석의 빈 자리를 메우긴 쉽지 않아 보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카드와 개막전에서 임동혁을 투입했다. 리시브는 오은렬과 곽승석에게 맡기고, 외국인선수 링컨과 임동혁, 두 명의 라이트를 동시에 넣었다. 공격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알렉스처럼 강서버가 나설 때는 링컨과 임동혁까지 참여하는 4인 리시브도 썼다. 결과는 3-1 승리. 링컨이 31점을 올렸고, 임동혁이 19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임동혁은 '잇몸' 역할을 잘 해냈다. 외국인선수 비예나가 부상으로 빠지고, 요스바니로 교체되는 기간 주포를 맡았다.
허수봉과 임동혁은 배구에서는 드문 고졸 선수다. 허수봉은 2016년, 임동혁은 2017년 프로에 데뷔했다. 프로 입단 초엔 거의 기회를 얻지 못한 점도 똑같다. 둘 다 날개공격수라 외국인선수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허수봉은 레프트, 라이트, 센터 등 여러 포지션을 맡았고, 임동혁은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만 나섰다.
하지만 둘은 빠르게 성장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 존재감을 키웠다. 2018~19시즌 포스트시즌이 변곡점이었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파다르,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가 부상과 부진으로 흔들렸다. 허수봉과 임동혁은 이 자리를 잘 메웠고, '허다르'와 '임스파리니'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히메네스는 3개월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허수봉이 라이트로 나서면서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임동혁 역시 정지석이 돌아올 때까지 링컨을 도와야 한다. 둘의 활약에 따라 올 시즌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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