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이혼 그 후, 아델이 도달한 곳

이현파 2021. 10. 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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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신곡 < Easy On Me > 발표한 아델

[이현파 기자]

 
 아델이 6년만에 발표한 싱글 'Easy On Me'
ⓒ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19', '21', '25'

아델(Adele)이 13년을 활동하는 동안 발표한 앨범은 단 세장이다. 세 장의 이름 모두 앨범을 녹음할 당시의 나이를 그대로 땄다.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 수는 적지만, 그는 이 시대 팝을 대표하는 목소리다. 빌보드가 선정한 '올 타임 여성 아티스트'에서는 역대 11위를 기록했다. 비욘세, 레이디 가가, 다이애나 로스보다 높은 순위다. 아델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노래상을 두 개씩 보유한 유일무이의 솔로 가수다. 그는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

무엇이 젊은 아델(1988년생)을 이 시대의 전설로 만들었을까? 아델은 팝의 큰 물줄기 가운데에서 이질적인 존재였다. 노엘 갤러거처럼 아델의 노래를 '할머니나 듣는 음악'이라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아델의 음악이 폭넓은 세대를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델은 아레사 프랭클린과 에타 제임스 같은 소울 보컬들을 우상으로 삼으며 음악을 시작했고, 그들의 무게감을 부지런히 쫓아왔다.

선 굵은 아델의 절창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를 하나로 만들었다. 그가 쓰고 부르는 멜로디 역시 압도적인 대중성을 갖췄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 보편성을 끌어내는 것 역시 아델의 힘이었다. 데뷔 앨범 <19>가 발표되었을 때는, 그의 전 남자친구가 로열티를 요구할 정도였다. CD가 과거의 산물이 된 시대에도, 그의 실물 음반은 20세기의 팝스타들과 대등하게 수천만장 씩 팔려 나갔다.

아델이 돌아왔다. 지난 10월 15일, 아델은 6년 만의 신곡 'Easy On Me'를 발표했다. 이 곡이 실린 정규 4집 <30>은 오는 11월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그를 기다린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다. 스포티파이에서 발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청취 수를 기록한 노래가 되었고, 유튜브 조회 수도 6천만 건을 돌파했다. 이름이 커질수록, 앨범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1집에서 2집까지 3년, 2집에서 3집까지 4년이 걸렸다. 그리고 3집에서 4집까지 다시 6년이 걸렸다.

잔잔한 노래에 담긴 6년의 풍파
 
 신곡 'Easy On Me'를 발표한 팝스타 아델
ⓒ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그 사이 아델에게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 45kg을 감량하면서 대중의 상반된 반응을 모두 받아들여야 했다. 남편 사이먼 코넥키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지만, 2019년 결별했고 올해 초 이혼에 합의했다. 그의 삶에 있어 큰 격동의 시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 변화는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아델은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 앨범을 '이혼'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그리고 이 앨범을 '인생에서 가장 큰 격동의 시기가 가져다준 슬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asy On Me'가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프로듀서 그렉 커스틴과 함께 만든 'Easy On Me'는 피아노 한 대의 단촐한 구성으로 이뤄진 발라드다. 아델은 'Rolling In The Deep'이나 'Hello'처럼 격정적으로 감정을 토해내지 않는다. 'Skyfall'처럼 77인조 오케스트라 세션으로 채워진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아델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대표곡들이 떠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였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When We Were Young', 'Someone Like You' 'Hello' 등 지금까지 아델을 대표하는 노래들은 모두 떠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였다. 아델은 과거에 대한 미련과 정념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곡 'Easy On Me'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Someone Like You'에서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노래했지만, 이제는 과거에 매달려 있을 여유가 없다.

이제 그는 오늘의 자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음악을 만들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관계의 파탄을 목도한 아들의 마음 역시 돌봐야 한다. 그는 아들에게도 '나 역시 서툰 것이 많다'며 용서를 구하는 듯하다. 아델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피아노 한 대 위에 실어 노래한다. 앞선 히트곡들과는 다른 층위의 감동을 선사한다.

"I changed who I was to put you both first
두 사람 모두를 챙기기 위해 내가 나를 바꿨지.

But now I give up"
하지만 이젠 포기하겠어.

영화감독 자비에 돌란이 연출한 'Easy On Me'의 뮤직비디오는 곡의 메시지를 더욱 확실히 한다. 뮤직비디오는 흑백 영상으로 시작된다. 'Hello' 뮤직 비디오의 배경이기도 했던 집을 일찍이 처분하고 아델은 길을 떠난다. 6년 전의 이야기는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옆 차선을 달리는 신혼부부와 마주칠 때는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듯 옅은 미소를 짓는다. 흑백 영상은 컬러로 바뀌더니, 아델 특유의 호탕한 미소로 마무리된다.

이별 이후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노래를 권한다. 여전히 아델의 노래에는 쓸쓸함이 배여 있지만,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재건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Go Easy On Me(나를 관대하게 대해줘)'라고 얘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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