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1초 오심?' 펜싱 국제규정 바꾼 신아람의 새 도전

한은정 2021. 10.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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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 해 늦게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은 한국 펜싱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습니다.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2012년 런던올림픽(금2, 은1, 동3)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죠. 도쿄올림픽 이후 펜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직접 배워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들을 위해 펜싱클럽을 열고 지도자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은 사람이 있습니다.

2018년 국가대표 타이틀을 내려놓은 신아람 선수는 누구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펜싱클럽을 열고 펜싱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준결승전,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오심 사건인 ‘멈춰버린 1초’의 주인공 신아람 선수입니다. 당시 여자 에페 개인전 4강에서 브리타 하이데만과 연장 접전 끝에 결승 진출을 앞두고 1초만 버티면 되는 상황. 세 차례나 상대 공격을 막고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 오심으로 네 번째 공격에서 실점을 허용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죠. 어이없이 패한 그는 경기장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에페 단체전에 나가 은메달을 받아 아쉬움을 덜기는 했지만, ‘1초 오심’은 올림픽 역사상 희대의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9년 전 1초의 멈춰버린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는 심판과 자신에게 어떤 말이 하고 싶을까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일단은 심판을 바꿔달라고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한테는 최대한 그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충분히 항의를 했어야 된다,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신아람 선수는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펜싱월드컵 A급 대회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을 다시 만나 6대 5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을 때를 지금까지 선수 생활 중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신아람 펜싱클럽에 전시되어 있는 메달들.

펜싱은 심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하는 사람들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어요. “심판이 인간이기 때문에 물론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심판의 인간적인 실수에 대해서는 선수가 어느 정도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부터는 남은 시간 10초 이하부터 0.01초 단위까지 표시하는 걸로 국제규정이 바뀌었는데요. 본인으로 인해 규정이 바뀐 것에 대해 “이게 조금만 더 빨리 나왔으면 나한테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좀 아쉬움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나로 인해서 펜싱이 조금 더 공정해지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뿌듯해했어요.

2018년 국가대표 타이틀을 내려놓은 신아람 선수는 누구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펜싱클럽을 열고 펜싱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18년 국가대표 타이틀을 내려놓은 신아람 선수는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펜싱클럽을 오픈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병행하면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전문 지도자로 진로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일반인 대상의 펜싱클럽을 연 계기는 무엇일까요. “선수 생활 때부터 동호인들의 펜싱이 무척 궁금했어요. 엘리트 펜싱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잘하고 있다 생각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이 펜싱을 접하는 거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관련기사] 빈틈 노려 날카롭게 찌르기‧‧‧신아람 선수처럼 펜싱해봤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2058
예전엔 펜싱이 귀족운동이라며 멀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신 선수는 펜싱의 역사에서 귀족들이 했던 운동이기 때문에 귀족 스포츠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다고 말했어요. 그는 두 사람이 서로 심리 싸움을 하며, 상대방을 찌르는 칼끝의 느낌이 펜싱의 매력이라고 얘기했어요. “물론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스포츠가 아니기에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상대방의 컨디션이나 상대방이 그날 어떤 판단을 내리는 지도 중요하고, 심판의 영향력도 크죠. 그래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편인데, 나 자체는 완벽해야 또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어요.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좀 어려운 스포츠인 것 같아요.”

펜싱 홍보를 위한 활동을 하거나 출근해서 회원 관리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등 펜싱클럽에 관한 일로 하루가 바쁘다.

그는 일단 운동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펜싱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그래야 잘할 수 있고 올림픽이나 선수로 성장하는 데도 좋겠죠. 취미로 해보고 싶다면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농구나 축구 같은 단체 스포츠보다는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최근 신아람 선수의 하루 일과는 펜싱 홍보를 위한 활동을 하거나 출근해서 회원 관리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등 펜싱클럽에 관한 일로 가득 차 있는데요. 신 선수는 배우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넘어, 펜싱 대중화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펜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펜싱클럽이 훨씬 더 많은 지역에 다양하게 생겨야 한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펜싱클럽 시스템을 태권도 학원처럼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력부터 자세 등 다양한 것을 가르치고, 여러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지금처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펜싱에 대한 관심도 쭉 이어지지 않을까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원예진(서울 광남초 6)·이용민(경기도 화성금곡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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