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세계가 주목하는 자연유산 한국 갯벌의 매력은

한은정 입력 2021. 10.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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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땅 벗어나 생태계 보물창고 인정, 미래로 전해야 할 갯벌의 가치

언제는 바다였다가, 또 어떤 때는 육지로 두 가지 모습을 보여 주는 곳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변화하며,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인 갯벌이 그 주인공인데요. 사실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 취급을 받으며, 개발과 국토 확장을 이유로 대규모 간척과 매립 사업의 대상이 된 곳이기도 하죠. 다행이 갯벌의 생태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위상은 달라졌고, 최근엔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죠.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한국의 갯벌에 대해 알아보고 그 매력에 빠져보세요.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 갯벌에서는 동죽·맛조개·바지락·모시조개·칠게·방게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직접 발견한 백합을 들어 보인 소중 학생기자단.

80여 명의 주민이 30여 대의 경운기를 끌고 바지락으로 유명한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갯벌을 줄지어 달립니다. 드넓은 갯벌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보는 이를 압도하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죠. ‘머드맥스’라 이름 붙은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서산편’ 홍보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차량과 트럭이 사막과 협곡을 질주하는 모습을 패러디했죠.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3000만 회를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머드맥스가 인기를 끌면서 영상의 배경이 된 서산 가로림만과 전국의 다양한 갯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죠.
바닷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갯벌은 그야말로 장관인데요. 갯벌은 바닷물이 해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밀물 때는 잠기고, 물이 다시 바다로 빠져나가는 썰물 때 공기 중에 드러나는 넓은 땅을 가리킵니다. 강에서 흘러온 흙·모래와 조류로 운반되어 온 퇴적물이 파도가 잔잔한 해안에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지형이죠. 갯벌은 아무 데나 만들어지지 않아요. 여러 가지 지리적인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강 하구나 바닷물 교환이 비교적 적은 만 가운데 경사가 완만하고 조석간만 차이가 큰 조간대에 발달하죠. 이런 곳에는 강물로 운반된 많은 양의 진흙이나 모래가 쌓이고, 파도가 약해 먼바다로 쓸려나가지 않거든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가치를 인정받은 한국의 갯벌을 알아보기 위해 유지민(서울 구룡초 4·왼쪽)·연규원(서울 언남초 6) 학생모델이 인천 중구 무의도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았다.

갯벌을 구성하는 흙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모래갯벌, 펄갯벌, 혼합(혼성)갯벌로 나뉘는데, 대개는 세 가지 유형이 한 지역에서 동시에 나타나요. 모래갯벌은 바닥이 주로 모래질로 되어 있고, 바닷물의 흐름이 빠른 수로 주변이나 해변에 주로 나타나죠. 모래 알갱이의 평균 크기가 0.2~0.7mm 정도로 유기물의 함량은 적고, 바지락‧동죽‧서해비단고둥‧갯고둥 등이 살고 있어요. 펄갯벌은 바닥이 주로 개흙질로 되어 있고, 바닷물의 흐름이 완만한 내만이나 강 하구의 가장자리에 형성됩니다. 표면의 퇴적물을 먹는 갯지렁이류와 게 등이 살죠. 혼합갯벌은 말 그대로 모래와 펄이 비슷하게 혼합돼 나타나며 칠게‧동죽‧맛‧가시닻해삼 등이 살고 있어요.

과거 갯벌에 대한 인식이 요즘처럼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질척질척한 갯벌은 쓸모없어 버려진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수심이 얕고 바닥 경사가 완만해서 손쉽게 둑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농지 확보와 개발용 토지 마련 목적으로 매립하기도 했죠. 갯벌은 버려진 땅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의 보물창고, 수많은 해양생물‧물새의 서식지이며 철새들의 휴식처입니다. 수많은 어민의 생업 터전이자, 오염물질을 걸러내 흡수·분해하고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 오염된 바다를 정화해줘 ‘자연의 콩팥’ 역할도 하죠. 특히 블루카본은 연안 식물이나 퇴적물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일컫는데요. 탄소 흡수 속도가 육상 생태계에 비해 매우 빠르고 탄소 저장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갯벌은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를 조절하는 기능도 하고, 레저·교육·체험활동이 이뤄지는 생태 관광지로도 주목받고 있어요.

한국의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26일 온라인으로 제44차 총회를 열고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대표적인 갯벌인 서천 갯벌(충남 서천), 고창 갯벌(전북 고창), 신안 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 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4곳으로 구성된 연속 유산으로, 모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입니다. 세계자연유산은 멸종위기종 서식지나 지질학 생성물 등 과학, 보존, 자연미의 관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제도죠.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9f749da5-dd3e-4824-a7a5-53683082aceb.jpg"> 한국의 갯벌은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재되는 세계자연유산이에요. 문화유산을 포함하면 한국은 15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죠. 전 세계 수많은 갯벌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의 갯벌이 어떻게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문경오 (재)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사무국장에게 갯벌에 대해 궁금한 점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과정 뒷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한국의 갯벌은 어떤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나요.
지구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입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라고 뉴질랜드 호주부터 시작해서 시베리아, 알래스카까지 이동하는 중요 철새 종들이 있어요. 호주에서 날아올라서 시베리아 번식지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그중에 한 번 우리나라 갯벌에서 쉬게 되죠. 중간 휴게소 역할을 하는 겁니다. 워낙 먼 거리를 날아오다 보니까 휴식도 필요하고 배도 고프니까 먹이도 많이 먹어야 하고요. 충분하게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다음 번식지까지 날아갈 수 있겠죠. 이러한 중요 기착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서 세계유산이 된 거고요. 이 지역이 없어지게 되면 물새들이 날아가다가 쉬지 못하고, 지쳐서 죽는 현상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철새들은 다음 세대에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고 그야말로 박물관에 박제된 것밖에 볼 수 없게 되는 거죠.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51e2984c-278e-4993-b164-dea3b2736103.jpg">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91e67cb8-1c58-4096-aa41-4856abd2e4e4.jpg"> - 한국의 갯벌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생물들은 무엇인가요.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 27종과 해양 무척추동물 5종이 서식하며, 범게를 포함해 고유종 47종 등 약 2000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물새를 꼽자면 서천에는 넓적부리도요라는 희귀한 철새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많이 옵니다. 고창은 황새의 국내 최대 월동지로 알려져 있고, 호랑이 줄무늬의 범게가 서식하죠. 순천은 우리나라에서 흑두루미가 많이 나타나는 지역입니다.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815d979e-b025-4bbd-a0eb-52c59fe24212.jpg">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b789d619-afab-417a-a47b-7ac7ed8f8c51.jpg"> - 각 갯벌의 특징을 알려 주신다면요.
서천 갯벌은 그야말로 철새의 낙원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철새 개체수를 부양하는 지역이고요. 고창 갯벌은 쉐니어(해안을 따라 모래 혹은 조개껍데기 등이 쌓여 만들어진 언덕)가 있어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개방형 갯벌로 갯벌 외측부터 안쪽으로 갈수록 모래갯벌, 혼합갯벌, 펄갯벌이 나타나는 퇴적 스펙트럼을 가장 잘 볼 수 있죠. 갯벌 교육과 관련된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들도 있어요. 신안 갯벌은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해 갯벌의 모든 유형을 다 볼 수 있고, 가장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곳이죠. 다양한 섬들이 있어 기하학적인 갯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성‧순천 지역은 입자가 가장 가는 펄갯벌이 나타나며 꼬막이 많이 살아서 국내 최대 꼬막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어요. 사람이 걸어가면 푹푹 물에 잘 빠지는 갯벌이라 꼬막을 캐기 위해서 뻘배라고 하는 독특한 전통 어업 방식이 나타나죠. 육상으로부터 공급되는 민물과 바닷물이 잘 만나는 지역이다 보니 가장 넓은 염습지(염분 변화가 큰 습지)도 나타나 갈대‧칠면초 등의 염생식물 군락이 잘 발달해 있어요.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cb72b3a5-5fcb-4ef9-b1bd-f0fc1aa9728f.jpg"> -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유산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전문가들이 논의를 시작했고요. 먼저 생물권 보존 지역으로 추진하면서 자료를 좀 더 확보를 해보자는 얘기가 있어서 각각의 지역들이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받았죠. 2014년도 추진단이 설립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재를 추진했습니다. 다양한 국제 전문가들과 논의도 했고, 지역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또 지역 주민들에게 보호지역 지정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2018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지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탈락하며 한 번 좌절이 있었죠. 2019년도에는 신청서를 잘 제출했고 실사도 잘 받았는데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가 연기됐죠. 그다음에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었는데 5월, 평가를 담당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반려 권고를 내렸죠. 이런 어려움이 계속 있었습니다.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e188b783-dbd9-4dc5-ab8b-77c94d4b75ac.jpg">
- 반려 후 2개월 만에 어떻게 다시 등재될 수 있었나요.
IUCN은 해당 지역이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 서식지로 인정되지만 인천 강화도 등 남한 북부의 갯벌들이 포함돼 있지 않고, 보호지 주변 완충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를 했습니다.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두 가지 권고 사항은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재 우리가 설정해 놓은 유산 구역과 완충 구역이 철새의 중요한 서식지로서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국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요. 그래서 다시 등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이러한 점들을 잘 설명해 등재될 수 있었습니다.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문화재청과 함께 2단계 확대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5f76f198-8266-4105-bbb4-b518738142cd.jpg"> -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존에 우리가 갯벌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어요. 버려진 땅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매립해서 농경지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땅이었죠. 지역 주민의 경우 갯벌에 들어가서 어업 활동을 한다는 게 육상 농경지보다 2배, 3배 힘들거든요. 하루에 두 번밖에 안 열리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작업해야만 뭔가 얻을 수 있는 어떤 피곤함의 공간으로 인식됐었죠. 세계유산이 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인류의 미래 세대를 위해 물려줄 만큼 가치가 있다고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갯벌의 가치를 우리에게 인식시켜주는 어떤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18/9a6453c3-a82d-4bc3-8fbe-4764dae9c03a.jpg"> - 세계자연유산 지정은 취소될 수도 있는데, 잘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퇴적물이 육상에서 강을 통해 흘러내려 갑니다. 때문에 우리가 육상을 잘 관리하는 것도 필요해요. 대부분의 해양 쓰레기가 육상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상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는 게 필요하고요. 쓰레기들이 바다에 흘러가지 않도록 잘 버리는 것이 가장 쉽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갯벌 체험활동의 경우도 과거에는 무작정 들어갔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정해진 장소에서 인솔자와 함께 들어가는 형식으로 많이 바뀌게 될 겁니다. 갯벌에서 나는 해산물을 보면서도 우리가 이걸 보존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고 활성화할 건가요.
세계유산은 등재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현재 있는 이 상태 그대로 미래 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좀 더 촘촘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유산의 가치 확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여러 일반인과 미래 세대에게 알려주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유산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활성화할 방법을 준비 중입니다.

신비한 갯벌 체험

유지민(왼쪽)·연규원 학생모델이 인천 중구 무의도에 있는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아 직접 동죽과 맛조개를 채취하며 갯벌의 신비함을 체험했다.

갯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인천 중구 무의도에 있는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았습니다. 무의도에서 가장 큰 갯벌이란 뜻의 ‘하나개’는 1km 길이의 해안에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 가득 깔렸죠. 갯벌을 조금만 파 내려가면 흰 속살 동죽조개와 바지락, 모시조개 등을 주울 수 있어요. 낙조 땐 금빛처럼 빛나며 바다로 떨어지는 해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곳이죠. 이곳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이 갯벌 체험을 해보기로 했어요.

갯벌 체험을 하다 보면 칠게(위 사진)·동죽 등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다.

백진영 사무장이 “지금 시기에는 동죽과 맛이라는 조개를 많이 만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바지락‧모시조개‧백합조개, 방게‧칠게‧금게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죠”라고 얘기했습니다. 연규원 학생모델이 갯벌 체험 시 위험한 어종도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딱히 없는데 간혹 조개나 게에 물려서 오는 분들이 있죠.” 유지민 학생모델이 “갯벌 체험 유의사항은 없나요?”라고 여쭤봤어요. 물이 지나가는 물골 근처는 푹푹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무조건 체험을 끝내고 나와야 한다고 했죠. “물이 돌아 들어오는 데 3시간 이상 걸려요. 그래서 물이 다 빠진 간조 후 3시간이 지나면 체험은 무조건 종료하죠. 물이 도는 시간인데 욕심을 부려서 계속하다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물론 안내자와 같이 체험하는 경우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갯벌의 매력을 흠뻑 느낀 소중 학생기자단. 나무데크를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갯벌 오염을 막기 위해 비누나 샴푸, 세제 사용은 못 하게 되어 있었어요. 체험 후 간단히 씻을 수는 있지만 세정제를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맛조개를 잡을 때 필요한 소금도 MSG가 들어간 맛소금은 사용하지 않죠.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품이 들어간 건 전부 다 금지돼 있었어요. 체험에 나서기 전 복장을 정비 후 체험복을 입고 발 사이즈에 맞는 장화를 신었습니다. 소금과 호미, 조개를 담을 그물망까지 챙겼죠.

체험 장소까지 트랙터를 타고 이동하는데, 최근 화제가 된 ‘머드맥스’ 영상 속 경운기를 타고 갯벌을 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체험 장소까지 트랙터를 타고 이동하는데, 최근 화제가 된 ‘머드맥스’ 영상 속 경운기를 타고 갯벌을 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체험 장소까지 걸어가려면 힘든데, 이때 사용되는 이동 수단이 트랙터입니다. ‘머드맥스’ 영상 속 경운기를 타고 갯벌을 질주하는 기분이 이럴까요. 트랙터 뒤에 올라타 갯벌 위를 달리니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뺨을 때려 정신은 없지만 시원한 바람을 타는 기분에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트랙터 정거장에 도착 후 적당한 체험 장소까지 걸었죠. 단단한 펄이라 걷기에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수그리면 이름 모를 생물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송영모 체험사가 맛조개를 잡는 법을 알려줬다. 구멍에 소금을 뿌리고 맛조개가 ⅓ 이상 올라왔을 때 잡아당기는 게 포인트.
맛구멍에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위로 올라오는 맛조개를 만날 수 있다.
맛구멍에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위로 올라오는 맛조개를 만날 수 있다.

송영모 체험사가 우선 맛조개를 잡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구멍을 찾는 게 중요했죠. 흡사 8자 모양인 두 개의 구멍을 찾아야 합니다. “깊이 30cm까지 들어가 있어요. 숨을 쉬니까 갯벌을 밀어 올리게 되고 색깔이 달라져요. 약간 새파랗죠. 이런 곳의 구멍을 공략하세요.” 맛구멍을 제대로 찾으면 반은 성공, 구멍 위에 소금을 뿌리고 한참 기다리니 맛조개가 쑥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갑자기 들어온 소금에 삼투압 변화를 견디지 못해서 올라오는 것이죠. 3분의 1 이상 올라왔을 때 놓치지 않고 쑥 잡아 빼면 흡사 나뭇조각 같은 맛조개를 채취할 수 있어요. “가까이 나와 있던 애들은 금방 나오는데 완전히 밑에 들어가 있던 애들은 소금이 밑으로 한참 들어가야 해서 시간이 걸려요. 안 나오면 소금을 좀 더 뿌리세요.”

갯벌의 펄을 긁으며 조개를 찾는다.

갯벌의 펄을 긁으면 조개를 캘 수 있고, 그 안에서 맛구멍을 더 쉽게 찾을 수도 있습니다. 어깨너비만큼 구역을 정해서 앞쪽으로 긁으면 되는데, 한곳만 깊게 파기보다 4~5㎝ 정도 깊이에 넓은 범위로 파는 것이 요령이죠. 조개는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해요. 호미로 긁어낸 펄에 조개가 있는지 없는지는 육안으로도 확인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확인하는 게 좋아요. 펄과 비슷한 색의 동죽은 눈으로만 봐선 모르고 지나칠 수 있거든요.
소중 학생기자단도 직접 맛구멍을 찾아 소금을 뿌려 맛조개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쑥 올라온 맛조개를 잡아당기다가 놓칠 때도 있었죠. 놓치지 않고 꽉 잡아 빼는 게 중요해요. 펄을 파다 보니 동죽조개도 제법 찾을 수 있었죠. 너무 작은 건 채취하지 않고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 것 위주로 그물망에 담았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집 구멍으로 숨는 게들이 보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물들도 보였죠. “달팽이처럼 생긴 건 고둥의 일종이에요. 이건 민챙인데 낚시할 때 미끼로 쓰죠.” 조개를 깨서 놓으니 우르르 달라붙어 먹느라 바빴습니다. 갯벌에서 볼 수 있는 삶의 현장입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그물망을 어느 정도 채웠을 때 체험을 끝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동죽과 맛조개, 소량의 백합을 잡았는데요.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죽었거나 깨진 걸 골라내고 집에 가져가기 좋게 봉지에 담아줬습니다. “바닷물이 담겨 있어 그대로 냉장고에 넣고 12시간 후에 씻어서 먹으면 돼요. 맛조개는 지금 바로 먹어도 상관없고요.” 조개가 흙이나 모래 찌꺼기를 뱉어내는 해감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칼국수‧파스타‧스튜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선물을 선사해주는 갯벌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갯벌의 매력을 흠뻑 느낀 소중 학생기자단. 나무데크를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 우리나라 갯벌 관련 센터

「 고창갯벌체험안내센터(전북 고창군 심원면 서전길 55-21)
하전마을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아름다운어촌 100개소 중 하나로, 갯벌 체험마을 조성 사업지로 지정돼 마을 입구에 갯벌체험 안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안갯벌·슬로시티센터(전남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766-4)
갯벌생태전시관은 세미나실‧영상실‧전시실‧갯벌체험학습실 등으로 구성돼 각종 학술단체 및 기업연수, 그리고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체험활동코스로 운영해요.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충남 서천군 마서면 장산로 916 철새탐조대)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금강하구의 자연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자연환경 보전 및 체험교육 학습장입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자원의 학술연구와 학생 및 일반인의 생태학습을 위해 조성됐죠. 갯벌 관찰장이 인접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무안황토갯벌랜드(전남 무안군 해제면 만송로 36)
무안갯벌 습지보호지역의 효율적인 이용과 체계적인 보전‧관리, 갯벌의 가치를 소개하는 홍보, 교육·전시의 기능과 생태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강화갯벌센터(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2293-37)
갯벌과 생물, 갯벌의 중요성 등 재미있는 갯벌이야기와 더불어 농게의 힘 자랑, 염생식물 관찰, 저어새 관찰 등이 가능해 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연규원 학생모델

지금껏 멀리서만 바라보았지, 직접 가본 적이 없는 갯벌 취재를 하게 되어 매우 들떴습니다. 매끈하게 부드러운 갯벌에 발을 내딛자 꼬물꼬물 움직이는 생명체들이 보여 아주 신기하고 새로웠죠.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갯벌은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어 세계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고 하니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자연을 잘 보존해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잘 된다면 결국 그 이익이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소중한 자연유산 갯벌! 주의사항 잘 준수하여 이 ‘생물의 보물 창고’를 후대에 온전하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연규원(서울 언남초 6) 학생모델

유지민 학생모델

많은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는 갯벌에서는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듭니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항상 생물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체험 도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맛조개를 잡는 방법이었습니다. 구멍에 소금을 뿌린 뒤 맛조개의 ⅓ 이상이 구멍 위로 올라왔을 때 잡아 빼는 것인데 소금을 이용해 맛조개를 잡는 것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죠. 체험 후에는 옷은 물론이고 마스크까지 갯벌의 진흙으로 뒤덮였어요. 갯벌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느낌은 기억 속에 꼭 저장하고 싶은 풍경이었고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갯벌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재)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한국의 갯벌」

, 동행취재=연규원(서울 언남초 6)·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 자료=(재)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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