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제과사 복장 엘살바도르 어린이가 베푼 특별한 환대

허호 입력 2021. 10.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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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51)


2017년, 엘살바도르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 아비가일, 도그레스, 레오나도가 직업 교육의 일환으로 배운 제과 기술을 뽐내고 있다. 이들의 하얀 파티시에 제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컴패션 어린이센터 내 한 작은 꼬마의 생일을 위해 직접 만든 케이크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사진 허호]

후원할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생선을 낚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생선을 낚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컴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 꿈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양육하는 것이지요. 가난 속 아이들이 생존을 넘어 신체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돌보아 줄 뿐만 아니라 전인적인 부분에서 지원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열악하고 험악한 곳에서 아이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더군요. 이를 위해 청소년의 진로 교육이나 직업 교육은 필수였습니다.

목공, 미용, 봉제, 수공예품 제작, 농업 등등 어린이 센터마다 각자 지역 환경에 따라 많은 직업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 등을 가지고 후원자를 환영해 주는 어린이와 부모들은 그렇게 자랑스러워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많은 기술교육 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제과사, 즉 파티시에였습니다.

파티시에가 만드는 과자나 케이크는 생존에 필요한 주식이 아닙니다. 생활에 필요해서 먹는 요리가 아니고 디저트죠. 자기가 먹고 생존하려고 배우는 기술이 아니라 정말 꿈을 위해, 직업을 갖고자 배우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지요.

오래전 사진이다. 엘살바도르컴패션의 한 어린이센터를 후원자들과 방문했는데, 학생들이 특별한 환대를 해주겠다고 했다. 웨이터 직업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교육받은 대로 후원자들을 응대해 준 것이다. 절도 있고 자부심 넘치는 모습에 우리의 허리도 쫙 펴졌다.


엘살바도르 컴패션의 한 어린이 센터에서 받은 이색적인 환영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기술 교육을 받고 후원자에게 서빙을 해주었습니다. 옷을 딱 맞춰 입고 아직 소년·소녀의 미소가 그대로인 학생들이 격식을 갖추고 대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의젓하고 자부심이 넘치던지 우리도 고급 식당에 들른 특별한 기분이었고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지요.

과테말라컴패션에서 만난 학생 파티시에들의 솜씨. 학생들이 후원자들에게 선물해 주었지만, 한동안 아까워서 손대지 못하다가 한 후원자가 용감히 나서서 금방 모두가 달콤함을 누릴 수 있었다.


파티시에 등 기술교육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그 나라의 소득 수준을 생각했을 때 정말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자신에게 그런 손재주가 있는지, 눈썰미가 있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재능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지요. 어릴 때부터 어린이 센터에서 선생님들과 같이 성장을 하기 때문에 무엇에 더 소질이 있는지 그것을 발견할 확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중남미 트립에서 느꼈던 사실인데, 아시아나 아프리카보다 제과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컴패션 후원자로서 방문할 때, 정말 특별한 손님으로 대해주며 자랑스럽게 자부심을 갖고 보여줄 만큼 말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이든 단 것을 싫어하는 나라는 없겠지요. 달콤함의 유혹이 있잖아요. 디저트가 달콤함의 유혹이 되는 거니까요. 그 스윗함을 간직한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으면서 어린아이들이 파티시에 복장을 하고 케이크를 보여주는데, 사랑스럽고 가슴 벅찬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단정한 복장 자체에서 직업 정신 같은 게 느껴졌는데, 그 모습 자체가 귀엽더라고요. 굉장히 적극성이 느껴지고, 아이들이라고 놀이처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직업 정신을 배워서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018년, 필리핀의 한 어린이센터에서 가수 장민호 후원자가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한국 직원들도 전혀 몰랐을 정도로 깜짝 파티였다. 케이크 위에 생일 축하 메시지와 후원자의 이름 등이 적혀 있다.


후원자에 대한 어린이와 학생들의 환영은 때로는 단순한 고마움을 뛰어넘습니다. 삶이 변화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은 더욱 그렇지요.

파티시에를 하는 학생이나 웨이터·웨이트리스 복장을 하는 학생에게서 단단해진 마음가짐까지 느껴졌습니다. 특히 보는 눈이 중요한 사진가인 제게도 그 뜻깊은 변화가 깊이 전달되었던가 봅니다.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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