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협력병원에 "음압병상 갖춰라"..참 손발 안맞는 정책

황수연 2021. 10.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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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핵심 대책인 재택치료 대상자가 3000명 이상으로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3049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달 30일에만 해도 1517명이었는데, 배정 환자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1658명), 경기(1117명), 인천(155명) 등 수도권에 96%(2930명) 몰려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입원이 꼭 필요하지 않은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환자 등으로 재택치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로 가기 기 전 재택치료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추는 게 핵심 과제다. 위드 코로나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확진자 대부분이 생활치료센터나 전담병원에 입원한다면 의료체계가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재택치료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협력병원 지정에서부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인천 등 7개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전담팀을 꾸려 모니터링하지만, 서울과 부산 등 10개 지자체는 관내 의료기관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대상자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그러나 “협력병원을 신청했는데 보건소에서 정부 방침과 달리 ‘코로나 환자가 1~2일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음압격리병상이 설치된 단기입원시설을 갖추라’고 요구하면서 협력병원 지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병원은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응급 상황 시 보건소를 통해 병상을 배정받아 환자를 감염병 전담병원 등으로 이송하게 돼 있는데도 협력병원에 입원시설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17일 오후 대전의 한 코로나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위해 길게 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는 “정부 추진방안에 그런 게 없다고 해도, 지자체에선 우리 기준대로 한다는 식”이라고도 주장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다른 기대를 갖고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하는 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감염병 전담병원의 경우 병원들이 음압병상을 먼저 확보하고 신청하는 곳도 있다"며 "지자체에서 결국 가용한 자원을 보면서 정하는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한 자치구에서는 호흡기전담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감염병 관리 경험이 쌓인 병원이 협력병원 지정에서 탈락하고 척추 전문병원이 선정되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단순히 큰 병원이 맡으라고 할 게 아니라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건데 지자체 선정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도 협력병원으로 지정돼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무리 무증상, 경증이라 해도 소아의 특성이 있는데 전문적인 부분을 무시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 관리를 도맡는 보건소는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한 자치구 협력병원은 최근 보건소로부터 ‘오후에는 약 처방을 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 전담팀을 꾸려 오전, 오후 두 번씩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상태에 따라 약을 처방한다"며 "통상 오전에 면담하고 나면 환자들이 약을 빨리 처방받길 원하지만, 보건소에서 두 번씩 약을 배달할 인력이 없다 보니 되도록 오전에 내주면 좋겠다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약국으로 처방전이 가면 직원이 약을 받아 환자 문 앞에 걸어다 준다”며 “최근 기간제 간호사 10명을 채용했지만, 재택치료자가 많게는 하루 150명 넘는 상황에서 밤에는 간호사가 배송하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웬만하면 오전에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재택치료 대상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담당 공무원 등과 연락이 잘 안 되고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체온계 등 필요한 물품이 담긴 키트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방치라는 주장이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재택치료가 확대되다 보니 이런 혼선이 빚어진다고 지적하면서 재택치료가 자칫 환자 방치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수연기자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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