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복마전 '대장동'.. 무늬만 공영, 실체는 민간 기형적 구조

2021. 10. 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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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건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흔들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 하나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집값과 전셋값 폭등으로 무주택자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불어닥친 메가톤급 핵폭풍으로 국민은 불편하고 곤혹스럽다.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는 필자도 그렇다. 부동산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더 분주해지고 고민에 빠진다. 대학원 강의도 하고 연구원을 운영하며 여러 지방자치단체, 공공 기관의 도시 계획, 도시 재정비위원, 자문위원, 심의위원 등을 겸하다 보니 그런지도 모르겠다.

각계각층, 남녀노소의 한결같은 물음표가 있다. 세 가지다.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은 언제까지 오르는 걸까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책이 바뀌면, 부동산 시장도 안정될 수 있을까요? 대장동 사건의 실체와 본질은 무엇인가요? 등이다. 간략한 답은 이렇다.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 수급 요인을 고려하면 공급이 절대 부족한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내년 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실효성 있는 단기공급 확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7년 넘게 과도하게 오른 집값 거품은 언제든 빠질 수 있음을 예언한다.

문제는 세 번째 궁금증이다. 그리 간단치가 않다. 개발 사업은 본디 그 자체가 까다롭고 난해한 특성이 있다. 부동산 개발이란 뭘까. 토지에다 아파트 등 건축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종합예술의 영역이다. 그래서 디벨로퍼(시행자)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잘되면 대박, 잘못되면 쪽박’을 차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표사업이다.

특혜 개발 의혹에 휩싸인 성남 대장동 개발지구 전경. 연합뉴스


부연하면 이렇다. 사업 구조가 난마처럼 얽히고, 절차와 과정도 굉장히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부동산 교과서에는 실패를 예방하고 효율성과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사업 구조와 프로세스 혹은 표준 모델이 정립돼 있다. 정형화된 틀과 툴, 프로토콜(규약)과 절차도가 있다는 얘기다. 제도적으로는 개발 전문 인력양성과 시행회사들이 모인 부동산개발협회라는 법정단체도 운영된다. 보통 7개 단계로서 30여 가지가 넘는 세분화된 전문 업무를 해당 분야 전문가가 수행한다. 사업 기획, 토지 매입, 자금 조달, 인허가, 건축 시공, 분양, 준공 등의 단계로 시행사, 시행대행사, 금융사, 신탁사, 자산관리회사, SPC(특수목적회사), 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 감정평가법인, 세무회계법인, 시공사, 분양대행사 등으로 업무 협력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 과정에서 디벨로퍼, 개발금융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마케팅 및 분양전문가 등 필수인력이 참여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문제는 다양한 회사와 전문가, 주주 간 이해관계에 따른 계약 내지 협약 사항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타인은 알 수 없는 이면계약, 이중계약, 비밀계약이 성행한다. 이 사건의 본질도 사업 설계 및 구조상의 원천적인 하자뿐 아니라 은닉, 편법, 탈법을 넘어 불법, 위법을 저지르는 말 그대로 복마전으로 변질됐다. 특히 토지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사업 운영권, 주택규모와 분양가, 이익 분배 문제는 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의사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성과와 운명이 달라진다.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은 요지경이 됐다. 정부가 간섭할수록, 규제를 강화할수록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고 부동산은 마물(魔物)이 됐다. 따지고 보면 대장동 사건도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무리가 틈새와 허점을 노리고 공영사업에 스며든 것이다. 국민의 수상한 시선이 쏠리고 의혹이 증폭되는 까닭이다. 정치적 이념이나 검경 수사와는 관점이 다른, 부동산경제학 측면에서 바라본 본질적 원인은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개발 사업의 구조와 절차가 일반적 모델이나 표준모형과는 한참 비켜난 극히 이례적, 예외적, 기형적,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솔직히 필자도 처음 구경했을 정도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자산관리사 선정, 자금조달 방식, SPC와 PFV의 지분 구조, 의사 결정권, 토지 매입, 분양 업무, 이익 배분 등 낯선 내용과 장면들이 빈번히 반복되고 있다.

둘째, 개발 사업의 본질인 고수익, 고위험의 배분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이 가장 많은 공공(성남도시개발공사)은 토지 매입, 인허가, 용도 변경, 주택 면적 증가, 준공 등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난도의 역할을 분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대부분은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등 민간이 가져갔다. 무늬만 공영일뿐 실체는 민간사업이나 다름없다.

셋째, 대장동 사건의 근본 원인을 집값 급등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곁가지다. 얼마나 수익이 발생하였느냐 하는 양적 기준보다는 수익이 어떻게 배분되었느냐는 질적 기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은 시행사의 지분과 기여도에 따라 수익배분이 이뤄지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손해가 날 경우에도 배분 법칙은 동일하게 지켜져야 한다.

이밖에 부동산 경기예측, 사업부지(입지)가치, 예상 분양수익 등 3가지 조건에서 고수익, 고위험보다는 고수익, 저위험 사업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실제로 PF에 참여한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회사 사업평가보고서와 주택통계는 이를 잘 대변한다. 2014년부터 부동산 경기는 서울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였으며 남판교, 꼬마판교로 불렸던 대장지구 입지는 누가 봐도 노른자위, 금싸라기 땅이었다. 디벨로퍼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사업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대장동 사건의 재발 방지 혹은 민관 합동 개발방식의 개선 대책은 무엇일까. 항간에는 대장동 개발과 유사한 방식의 개발이 수도권 이곳저곳에서 진행되거나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선, 공공이 주체가 되어 개발하는 공영개발 혹은 민관 합동 방식에 관한 구조, 절차, 의사 결정, 역할 분담, 이익 배분 구조 등에 관한 정책적, 법률적, 제도적 관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개발사업 흐름도와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으로 기초지자체가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경험과 실적, 전문인력이 풍부한 국가나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공개발 기관과 공동이나 협업방식을 의무화해야 한다. 초과수익 공공 환수는 필수적이다. 끝으로 이해관계인 사이의 모든 협약이나 계약 내용은 모두 투명하게 공표하거나 언제든 주민공람이 가능토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더 이상 부동산 실패의 반복을 막아야한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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