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열린 KIAF "뭐라도 사자" 이상 과열 분위기

손영옥 2021. 10. 1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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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국 170여개 갤러리가 참여
MZ세대뿐 아니라 기성 고객 몰려
2007년 미술시장 버블 재현 우려도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미술장터 KIAF 행사장이 마지막 날인데도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아트페어를 많이 찾으면서 열기를 더했다.


“이거 사고 싶은데, 작품 가격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해도 되나요.”(구매 희망자)

코로나19 사태로 2년 만에 열린 한국 최대의 미술 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의 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뭐라도 사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정작 이를 반길 것 같은 화랑 측에선 2007년 미술시장의 버블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었다. 키아프 마지막 날인 17일 미술 장터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다녀왔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키아프가 내년부터는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와 협업으로 진행된다. 단독으로 치러지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으로 학고재, 리안, 국제, 아라리오 등 10개국 170여 갤러리가 참여했다. 특히 페이스, 리만머핀 등 국내 진출한 외국 화랑이 두 번째 참가한 데 이어 쾨닉, 글래드 스톤 등 유수의 외국 화랑이 새로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과열 현상은 올해 처음 시도한 첫날의 VVIP(기존에는 VIP만 있었음) 프리뷰 행사 때부터 감지됐다. 30만원짜리 VVIP 티켓 100장이 이틀 만에 다 팔렸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보통 VIP 초대권은 화랑이 자기네 고객에게 선물한다. 그래서 화랑과 연결고리가 없는 MZ 세대를 유입하고자 VVIP 티켓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둘째 날인 VIP 프리뷰 행사때는 초대용 VIP 티켓뿐 아니라 판매용 VIP 티켓(10만원) 500장도 동이 났다. 연령층이 많아 낮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MZ 세대들이 많이 찾았다. 화랑 관계자는 “지난봄 화랑미술제부터 MZ 세대가 아트페어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뜨겁다. 뭐라도 ‘득템’해야지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규 고객뿐 아니라 50대 이상 연령층의 기성 고객까지 행사장을 찾으면서 화랑들은 작품이 팔린 뒤 새 그림으로 교체하기 바빴다. 특히 원로인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화가나 이강소 이건용 등 실험미술 작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넘쳤다. 박서보 하종현 등의 작품을 들고 나온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30억∼40억원대 대작을 빼고는 다 팔렸다”며 “억대 작품도 쉽게 사가더라”고 말했다. 리안갤러리 관계자도 “첫날 90% 이상이 팔렸다”고 밝혔다. 젊은 층을 겨냥해 차영석 작가의 10호 소품 30개를 격자 형태로 내건 이화익갤러리 관계자는 “개당 300만원인데, 고객들이 몇 개씩 사가면서 전체를 몇 판씩 갈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외국계인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MZ세대 관람객이 작품을 구경하는 모습.


화랑들이 작품을 팔지 않으려 하는 기현상도 감지됐다.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 등 한국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A화랑 대표는 “이런 상황이면 안 팔수록 좋은 것이다. 2∼3점만 팔았다”며 “단골한테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러 안 팔고 있다”고 귀뜸했다.

화랑과 컬렉터 모두 이번 키아프가 과열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B화랑 대표는 “한 달여 한국을 비운 사이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며 “지난달 말 열린 유럽 최고의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도 손님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람도 중국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한국 사람은 이따금 눈에 띄었다”고 했다.

미술시장의 이상 열기는 코스피 지수 3000이 무너지는 등 주식시장이 최근 휘청대는 가운데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에서 차익 실현한 자금이 대체 투자처를 찾아 미술시장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으로 작품 값을 지불해도 되는지 묻는 상황이 이를 보여준다.

‘주린이(주식+어린이)’ ‘부린이(부동산+어린이)’ 등으로 불리며 재테크로 무장한 MZ세대가 진입하면서 기현상도 나타난다. 페어에서 산 신진 작가의 작품이 몇 달 만에 경매에 나오고 몇 달 만에 가격이 10배로 뛰는 비정상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작가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B화랑 관계자는 “고객이 작품을 금세 경매에 내놓을 것 같은 눈치가 있으면 계약을 취소했다. 그런 게 6건이나 된다”며 “한 고객에게 몰아서 팔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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