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스냅백은 없다

2021. 10. 1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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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 달 동안 북한은 네 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특히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므로 도발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쏘아 올린 것은 한국과 일본 전역의 목표물을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로 타격할 수 있는 지상 공격 순항미사일이다.

북한의 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을 할 수 있다며, 북한 제재 완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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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지난 9월 한 달 동안 북한은 네 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 철도기동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화성 8형’, 지대공미사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특히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므로 도발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쏘아 올린 것은 한국과 일본 전역의 목표물을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로 타격할 수 있는 지상 공격 순항미사일이다. 그것은 미사일 방어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비행하도록 설계돼 매우 위협적이다. 북한은 “발사된 미사일들은 설정된 타원 및 8자 형 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자랑했다.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비행 기동성(in-flight maneuverability)과 종말유도(terminal guidance) 기술을 이미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하여 지난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현 상태에서 사실상 무의미한 종전 선언을 제안했고, 그의 참모는 꺼져가는 남북 간 대화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하여 교묘한 방안을 언급했다. 북한의 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을 할 수 있다며, 북한 제재 완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제재 조치를 완화했다가 언제 스냅백을 실행한 적이 있었던가. 2008년, 조지 W 부시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을 때 경험이 부족한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언제든 북한에 스냅백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네 번의 핵실험이 있은 후에도 스냅백은 없었다.

스냅백은 손가락을 ‘탁’ 튕기면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가 언제든지 스냅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재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제재는 수년간의 법 집행 조사, 정보 제공자의 양성, 제재 대상 기관의 분류(designation packages), 대배심 절차, 기소, 플리바게닝, 벌금 협상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물론 제재의 중단은 90일 이내에 제재를 다시 가할 여지를 남기기는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난한 외교적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제재 완화 후 제재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관련한 모든 조건을 다시 협상해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즉, 스냅백은 생각하는 만큼 빠르고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제재 완화는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다.

제재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과 아울러 문 대통령의 BTS 유엔 특별대사 임명은 대한민국 외교의 중량감(gravitas)과 전문성을 격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랑과 희망의 단어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돌이 시도 때도 없이 무력 시위를 감행하는 위협자들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만약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뻔한 종전선언 대신 차라리 칸트의 ‘영구 평화론’에 나오는 평화연맹(foedus pacificum)과 같은 청사진을 제안했다면 오히려 외교적 품격이라도 과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고린도서 13장 11절은 이렇게 충고한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는 어린아이같이 말하고 어린아이같이 이해하며, 어린아이같이 생각하였으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린아이의 일들을 버렸노라.” 문재인정부는 이제 미온적이고 유화적인 태도 버리고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 SLBM을 보유한 국가로서 이제 그 위상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야 할 때이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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