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암보다 두려운 치매, 환자들의 더 나은 오늘을 위해

입력 2021. 10. 18. 00:05 수정 2021. 10. 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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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임재성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가장 소중한 물건을 하나씩 준비해 오시라고 했다. 출퇴근할 때마다 매던 넥타이를 들고 온 한 치매 환자는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아픈 나를 잘 보살펴 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치매에 걸린 한 노모는 딸이 어릴 적 쓰던 드라이어를 들고 와 그리면서 이에 담긴 소중한 기억을 들려줬다.

대한치매학회가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캠페인 ‘일상예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일상예찬’은 혼자서 외출이 어려운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초청해 힘든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소풍’과 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치매는 현재 완치가 아닌 관리가 목표인 질환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서 중증 치매 상태를 막아야 한다.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도 필요하지만 만성질환 관리와 인지 중재치료, 사회활동, 영양 관리, 운동 등을 포함한 비약물 치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비약물 치료의 대부분은 현재 병원이 아닌 치매안심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음악·공예·미술 치료 등 여러 인지 활동과 운동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그룹활동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그나마 진행되던 프로그램들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학회가 치매 환자 보호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로 치매 환자들의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환자들에게 꾸준히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라고 설명하지만 막상 ‘어디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지금은 할 수 있는 대답이 많지 않다.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답을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치매학회의 일상예찬 프로그램도 비대면 활동들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미술 작품을 테마로 한 교재와 동영상을 제작하고, 비대면으로 각 치매안심센터에 활용 방안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치매 치료는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간호사·작업치료사·신경심리사·자원봉사자·정책입안자 모두가 치료의 일선에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약한 부분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일상이 위협받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이웃인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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