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스트레스 통제하려 하지 말고 심리적 거리두기로 다스려보세요

이민영 입력 2021. 10. 18. 00:05 수정 2022. 5. 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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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연구 분야의 창시자로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는 “우리를 죽이는 것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를 강조한 말이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스트레스 자체나 그에 따른 감정, 신체적 증상 등을 통제하려는 게 오히려 정신적·신체적 긴장도를 높인다는 의미”라며 “스트레스 자체는 당장 변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본인이 통제하려 할수록 증상이 오히려 항진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는 몸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반응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이고 활력을 주지만 문제는 스트레스가 지나치거나 장기화할 때다.

 신체적·감정적 문제를 가져오는 지속적이고 심한 스트레스는 보통 자신의 목표에 집착해 과도하게 자신을 육체적·정신적으로 혹사할 때 온다. 예를 들어 취업에 대한 압박과 개인의 기대가 좌절되는 상황, 직장생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워내기 위한 노력, 노년의 부모를 오랫동안 돌보아야 하는 일 등이다.

전쟁·사고와 같은 위협적인 사건들은 즉각적이고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켜 우리 몸은 변화를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생명에 덜 위협적이나 매일 지속하는 스트레스는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서서히 소진한다.

스트레스 반응의 발현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스트레스는 사건 자체의 객관적 크기보다 그 사건을 당사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판단력과 감정 조절 등을 주관하는 전두엽에서 ‘대수롭지 않고 견딜 만하다’고 인식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강하지 않지만, ‘통제할 수 없고 낯선 상황’으로 인식하면 강하게 반응한다. 강동우 교수는 “인생의 여러 요소에 대해 통제 욕구가 강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기 쉽다”며 “돌발 변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그런 상황을 수정할 수 있는 상황에 골몰하다가 정신적 스트레스의 반응 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 두통 등 다양한 증상 나타나

문제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상황의 기준이나 목표가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서 주변이나 자신 스스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도 그 정도가 장기적인 경우에는 스스로 지쳐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불안·죄책감을 느끼거나 게임·휴대전화에 과하게 몰입하고, 집중이 어려워 멍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피로하고 소화불량·두통·통증·어지러움 같은 신체 증상으로 오기도 한다.

과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방법의 하나는 내가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보는 것이다. 스스로 무리하는 상태가 지속하면 스스로 지치기도 하고, 자기처럼 헌신적으로 일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답답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 상황이어도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면 스트레스에 잘 대처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실천법으로 “스트레스를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심리적 훈련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의 강도를 낮출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런 일과 상황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해 내 상태를 관찰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잔디밭에 누워 화창한 날 구름을 지켜볼 때 구름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하거나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지 않고 구름이 떠가는 모습을 지켜보듯이 말입니다. 현재의 시기가 내 인생 전반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와 시간대를 차지하고 지나가는지 바라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심신이 소진될 땐 현재 경험하는 시기가 극도로 증폭돼 인생의 전반이 그런 감정으로 채워진다는 심리적 착시효과를 가져옵니다.”

목표를 현실화·세분화해 좀 더 작은 단계로 목표를 나누고, 이를 달성하면 스스로 만족하고 인정해 주는 자세도 도움이 된다. 자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강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대화 등 도움을 요청하거나 본인에게 필요한 여건을 갖추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실패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자책감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심리적 장벽이 생기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서 변화의 영향을 받는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생활 지장 있으면 치료 필요

스트레스 관리는 장기적으로 체득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현재 그 정도가 심하거나 여건상 개선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정서·신체적 반응으로 인해 일상적인 업무·학업·대인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기능에 영향을 받는 경우, 또 그런 강도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보일 경우다.

 치료 과정에서는 의료진이 스트레스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저해하는 환자의 인지 왜곡과 정서적 통제에 개입하고, 재구조화를 시행한다. 우울·불안·불면의 강도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정도면 약물치료를 동반한다. 강 교수는 “내 나름대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되레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경우가 있다”며 “의료진의 도움을 통해 정확한 평가와 치료 방향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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