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많은 전남 진도 '실업률 0%'의 비밀
경제 정책 담당자들이 꿈꾸는 ‘실업률 0%’를 통계적으로 실현한 지역이 있다. 전남 진도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진도군에서는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1만9000명이 모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진도군 실업률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0.5%포인트 낮아졌다.
경북 울릉군(0.1%)과 의성군(0.2%)에서도 실업률이 0%에 가까웠다. 충북 보은군과 전북 진안군, 전남 완도·신안군의 실업률은 0.4%였다. 다만 통계청은 상대표준오차 값이 25% 이상이어서 해당 지역의 실업률 통계를 이용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실업률이 매우 낮은 지역은 대부분 고령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농·어촌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지역 경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실업률 0%는) 고령층 대상 공공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귀농하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공장이나 리조트 같은 고용 유발 산업이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군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고용 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는 “지금 일을 하지는 않지만 일을 주면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하는 사람도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본다. 가사·육아·재학·수강·연로·심신장애 등으로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도 실업자가 아니다. 이런 사람은 실업률 계산에서 아예 제외하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한다. 상급학교로 진학을 준비하고 있거나 구인 공고를 기다리는 사람도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로 본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공공시설 청소나 환경 정비 등 단기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일자리도 통계에선 취업으로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로에 가까운 실업률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구직 단념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등을 포함한 확장 실업률은 훨씬 높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고용 통계에서도 ‘통계 착시’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67만1000명 증가했다. 이 숫자만 보면 ‘고용 서프라이즈’(기대 이상 실적)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지난해 9월 고용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취업자 수는 2019년 9월과 비교해 39만2000명 감소했다.
정부가 고용 수치를 개선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소홀히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 복지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 통계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반영하는 것은 실제 고용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취업 포기자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자화자찬만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 통계의) 기저효과에 따른 일자리 착시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오판할 여지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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